송사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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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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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억울한 일을 관청에 호소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전소설. 공안소설.
이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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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소설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송사소설은 억울한 일을 관청에 호소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전소설이다. 송사 사건의 발생, 해결 과정과 그 결과가 주요 구조를 이룬다. 사건의 발생과 해결은 ‘과제 부여’와 ‘과제 해결’의 수수께끼적 구조이다. 또 송사 사건의 결말에서는 작품의 주제의식으로 뚜렷이 부각된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황새결송」, 「서동지전」, 「와사옥안」 등을 들 수 있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나는 현실과 송사를 공정하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관심에서 유행하였다. 송사소설은 리얼리티를 효과적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중요하다.

목차
정의
억울한 일을 관청에 호소하여 해결하는 과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전소설. 공안소설.
내용

‘사법(司法) 관청의 법정에서 자라난 소설’이라는 뜻에서 ‘공안소설(公案小說)’이라고도 한다. ‘송사사건(訟事事件)의 발생, 해결과정 및 그 결과’가 소설의 발단 · 분규 및 결말에 대응되는 구조를 이루며 전개되는 소설이다. 공안이라는 용어는 원래 중국어로, 이 말의 본래 의미는 ‘관공서의 문서’라는 뜻이었다. 그것이 뒷날 ‘재판사건의 문서’라는 의미로 전용되어, 중국의 소설이나 희곡의 한 갈래 명칭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공안’이란 용어는 소송사건, 재판사건이라는 뜻으로 쓰인 용례를 우리 문헌에서 찾을 수 없고, 또, 이는 재판사건에서의 해결자를 중심으로 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대립 당사자 중심으로 전개되는 송사소설 작품을 지칭하기에는 포괄성이 부족하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공안’이라는 어휘는 소설의 갈래 명칭으로 적절한 용어가 아니다.

송사소설에 해당되는 작품으로는 「황새결송」 · 「서대주전」 · 「서동지전」 · 「와사옥안」 · 「서옥기」 · 「까치전」 · 「녹처사연회」 · 「정수경전」 · 「장화홍련전」 · 「김인향전」 · 「김씨열행록」 · 「김씨남정기」 · 「다모전」 · 「신계후전」 · 「양반전」 · 「왕경룡전」 · 「몽결초한송」 · 「이운선전」 · 「은애전」 · 「유연전」 · 「박효랑전」 · 「홍열부전」 · 「정효자전」 · 「김순부전」 · 「진대방전」 · 「옥낭자전」 · 「박문수전」 · 「삼사횡입황천기」 등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 송사소설의 자생적 연원으로는 고조선의 팔조금법(八條禁法)에서 유추되는 송사사건, 탈해신화의 송사모티프 및 고려시대의 각종 송사설화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송사소설의 형성과 전개의 구체적 모습은 조선 전기 이후부터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사회는 통치 이념과 제도로 볼 때 송사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억울한 피해자가 많이 생겨나는 현실에서 기인되는 송사에의 관심과, 송사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서 기인되는 관심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로는 인율비부(引律比附) · 불응위(不應爲) 등의 임의적 법 적용과 소급입법, 법 적용의 신분적 차별, 고문의 제도적 허용, 사적(私的) 복수의 묵인 등을 들 수 있고, 후자로는 흠휼(欽恤)의 애민정치(愛民政治), 사대부에게 율서(律書)를 필독시키고 지방수령의 평가기준 및 임용자격으로 송사의 처리능력과 경력이수를 필수적인 요건으로 부과하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바로 송사소설이 형성될 수 있었던 사회 · 법제적 토대를 의미한다.

송사소설의 제재적 근원으로는 실사(實事)와 설화를 들 수 있다. 설화가 소설화된 작품에는 「정수경전」 · 「서대주전」 · 「황새결송」 · 「옥낭자전」 · 「진대방전」 등이 있고, 실사가 소설화된 작품으로는 「유연전」 · 「홍열부전」 · 「박효랑전」 · 「진대방전」 · 「김순부전」 · 「정효자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조선시대의 각종 야담집과 『목민심서』 · 『흠흠신서(欽欽新書)』 · 『임관정요(臨官政要)』 · 『율례요람(律例要覽)』 · 『수교정례(受敎定例)』 등에 수록된 송사설화 및 실사를 바탕으로 작자의 허구성과 작의성에 의하여 소설화된 작품들이다.

송사소설의 주요한 내용은 송사의 발생동인과 갈등양상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것을 ① 신분갈등, ② 가족성원 갈등, ③ 향촌사회의 계층갈등, ④ 권력의 횡포와 저항의지와의 갈등, ⑤ 관습 · 규범의 억압과 극복의지와의 갈등 등으로 크게 유형화할 수 있다. ①에 해당되는 작품으로는 「신계후전」 · 「양반전」을 들 수 있고, ②의 작품으로는 「장화홍련전」 · 「김씨열행록」 · 「김인향전」 · 「홍열부전」 등을, ③의 작품으로는 「황새결송」 · 「서대주전」 · 「까치전」 등을, ④의 작품으로는 「유연전」 · 「박효랑전」 · 「김순부전」 등을, ⑤의 작품으로는 「정수경전」을 들 수 있다.

송사소설의 특징으로는 사건의 발생과 해결이 ‘과제부여’와 ‘과제해결’의 수수께끼적 구조를 지닌다는 점과 함께, 송사사건의 결말이 작품의 주제의식으로 뚜렷이 부각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수께끼적 구조는 단순형 · 중복형 · 액자형 · 병렬형 · 복합형 등의 다섯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서 특히 액자형 · 병렬형 · 복합형에 해당되는 각각의 작품들은 그 다원적 · 복합적 구성방식으로 인하여 갈등의 다양성과 함께 추리적 긴장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송사소설의 결말은 원억형(冤抑型) · 신원형(伸寃型) · 화해형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원억형 결말 작품들은 억울하게 핍박받는 자의 한(恨)이 맺히는 모습을 통하여 당시 사회의 부패 · 타락상을 비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신원형 결말 작품들은 한의 맺힘과 풀림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등장인물의 기쁨은 물론, 독자까지도 함께 풀이의 축제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화해형 결말의 작품은 윤리적 타락의 상태를 올바로 일깨움으로써 반성을 통한 교화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송사소설의 시대적 흐름을 살펴보면, 15 · 6세기까지는 「왕랑반혼전」 · 「남염부주지」 · 「설공찬전」 등 명부심판 모티프를 축으로 전개되는 소설들이 창작되었다. 이들은 현실적 의미의 송사 사건을 형상화한 송사소설 그 자체는 아니나, 인간의 사후 세계를 현세적 삶에서 지은 선악의 판결을 통해 자리매기고자 한다는 점에서 송사소설의 전단계적 형태라 할 수 있다. 17세기에 이르면 송사모티프는 현실재현적 구체성의 모습을 온전히 지니고 소설화 된다. 이 시기의 송사소설로는 「유연전」 · 「홍열부전」 · 「김씨남정기」 · 「장화홍련전」 등이 있는데, 이들은 실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기에 사실주의적 지향이 뚜렷하며, 신원형 결말을 통해 교화적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18 · 9세기의 송사소설은 당대 현실에 대해 더욱 심화된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서대주전」 · 「황새결송」 등과 같이 원억형 결말을 통해 현실비판정신을 그려내는 소설도 있고, 「양반전」 · 「삼사횡입황천기」처럼 판단유보적인 개방형 결말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다원적 현실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소설도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담당층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이본이 창작되며, 기존의 문학관습을 차용해 새로운 작품이 창작되기도 한다.

근대전환기에도 송사모티프는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어, 이 시기의 신문연재소설 및 신소설의 일부에서는 송사모티프가 삽화적 기능 또는 플롯주도적 기능을 띠고 나타난다. 근대전환기의 송사소설은 전대적 유형구조를 개작한 작품들과 추리 · 탐정적 구조로 나아가는 창작 작품들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에는 「김씨열행록」의 개작인 「구의산」, 「장화홍련전」의 개작인 「봉선화」, 「신계후전」의 개작인 「탄금대」 등이 있고, 후자에는 「마굴」 · 「쌍옥적」 · 「현미경」 등이 있다. 이들 소설은 세부정황의 진술, 장면제시적 묘사, 현실적인 사건 해결, 시간역전기법의 도입, 서술자 개입의 축소 등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주제면에서 개화사상의 강조라는 새로운 주제를 은연중에 표현하기도 한다.

송사소설의 문학사적 의의로는 우리 설화의 중요한 모티프의 하나인 수수께끼 모티프를 소설로 형상화함으로써 추리적 성격을 지닌 소설작품이라는 점과, 여타의 고전소설에 비하여 리얼리티가 비교적 풍부한 소설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후자에 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송사소설은 평범한 인물의 일상적 활약상, 삶의 한 단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꿈의 기능 퇴조, 지상계에서의 사건진행 등의 측면에서 여타의 고전소설과는 구별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바로 송사소설이 리얼리티를 지닌 작품들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까닭을 현실적 주요 관심사의 소설화, 우연성이 절제된 구성방식, 작자의 현실 지향의식이 기존질서의 회복의지와 모순 · 부조리의 현실 고발의지 등 두 방향으로 뚜렷이 드러나고 있는 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송사소설은 우리 고전소설의 한 갈래로서의 독자성을 지니고 있다. 그 까닭은 ① 송사소설 모두가 ‘송사사건의 발생과 해결과정 · 판결 및 그 결과에 대한 반응’이라는 구조적 유사성을 지니며, ② 송사소설의 결말 유형, 즉 신원형 · 화해형 결말과 원억형 결말은 각각 교훈적이거나 비판적 주제의식을 지닌다는 점에서 이들은 효용적 유사성의 묶음이며, ③ 당대의 송사소설의 담당층은 송사소설이라는 갈래적 준거틀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와사옥안(蛙蛇獄案)」을 통해 알 수 있다.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으려 했다.’는 사량도의 지명 전설을 제재로 삼아 이를 일련의 재판 과정을 담은 소설 「와사옥안」으로 형상화한 바탕에는 이와 같은 유형구조의 기존 관습 갈래가 결정적 준거틀로 작용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송사소설은 구조적 · 효용적 유사성 및 담당층의 갈래의식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갈래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송사소설은 리얼리티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고전소설에서 차지하는 위치 또한 매우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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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송사소설 연구』(신영주, 신구문화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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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송사소설연구」(이헌홍, 부산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7)
「송사형 고전소설 연구」(김충실,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1)
「조선후기송사소설연구」(신영주, 상명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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