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한글 필사본 · 활자본. 『한글필사본고소설자료총서』에는 ‘인향전 권지단’이란 표제를 가진 이본(異本) 3종이 있다. 활자본은 세창서관(世昌書館) 발행으로 통용되는 박승엽 저 「인향전」을 「김인향전」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이 소설은 1915년 한성서관과 유일서관, 1923년과 1925년 판문서관, 그리고 1932년 신구서림에 의해서 광고된 바 있다.
태종 때 평안도 안주성에 살던 좌수 김석곡(金石谷)의 후처 정씨(鄭氏)는 전실 소생의 아들 인형(仁亨)과 딸 인향(仁香) · 인함(仁咸)을 몹시 구박한다. 자신의 소생을 갖게 되어 인향 남매를 아주 없애 버릴 흉계를 품은 정씨는 간악한 노파의 꾀를 빌려 인향이 처녀의 몸으로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해 임신한 것으로 꾸민다.
이에 아버지는 분노하여 인형을 시켜 인향을 죽이게 한다. 인향은 못에 빠져 죽고 동생 인함도 뒤따라 목매어 죽는다. 두 딸을 잃은 아버지는 상심하여 죽고, 고아가 된 인형은 외가에 의탁한다.
한편 안주부사의 공청에 인향 자매의 원혼이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나, 부사들은 계속 놀라 죽는다. 그리고 마을에는 흉년이 들어 안주읍이 거의 폐읍이 될 지경이 된다. 이에 조정에서는 김두룡(金斗龍)을 부사로 보낸다.
그는 인향 자매의 원귀를 만나서 사실을 알아내어 정씨와 노파를 처형한 다음, 인향 자매의 위령제를 지내준다. 한편,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된 인향의 약혼자 유성윤(柳成允)이 인향의 몽중 암시로 그녀의 무덤을 파고, 아직 썩지 않은 인향 자매의 시체에 영약을 뿌려 회생시킨다. 인형과 인향 자매가 다시 상봉하고 인향은 드디어 유성윤과 혼인한다.
「김인향전」은 계모가 전처 소생을 학대하는 계모형 가정소설로 「장화홍련전」과 비교되어 왔다. 두 작품의 유사성이 두드러지지만, 인물이나 사건 전개에서 보이는 차이점은 단순한 모방작으로 결론 내릴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등장인물이 김인형·인향·인함 세 남매와 부친 김 좌수, 모친 양씨, 계모 정씨, 인향과 혼인하는 유성윤, 계모와 모략을 짜는 무당 할미, 신관 사또 등으로, 주요 인물과 보조적 인물이 「장화홍련전」보다 확대되어 있다. 또한 서사의 구체성과 개연성이 강화되어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내면 동기들을 짚어볼 수 있다.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비현실적 요소가 강해지면서 작품의 합리적 지향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모가 전실 자식을 모함하는 부분이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그려진 데 비해 인향의 신원(伸寃)은 매우 소략하게 처리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반부 후반부의 서사적 구체성이 차이나는 이유는 현실적 문제에서 출발하였으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이념적 차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문제 해결 방법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 가장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계모를 악인으로 규정하고, 일차적 책임이 있는 가부장의 책임을 논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서사적 취약성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현실적 갈등을 관찰하고 서사화하는 측면에서는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