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월전」은 작자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황원상의 기생첩 남강월의 이름이 제목이다. 황원상 집안은 간신 화신의 모함을 받았으나 남강월의 활약으로 가문을 보존하고 부귀영화를 누린다. 기생 여성 영웅담은 「옥루몽」 의 한 주인공에서 파생된 「강남홍전」 과 유사하다. 쌍둥이 남매의 성별 바꾸기, 악인 화신의 딸과 혼약 등은 「창선감의록」 의 화소와 동일하다. 송나라나 명나라가 아닌 청나라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실제 간신의 이름 화신이 악인으로 자리잡는 것은 고전소설에도 외부 정치사회 변화가 미약하게나마 반영되고 있는 것을 보여 준다.
국문본. 1912년 덕흥서림(德興書林)에서 발행되었다. 내제(內題)는 ‘일대용녀 남강월(一代勇女 南江月)’이라고 되어 있다. 청나라 고종(高宗)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한글 옆에 한자가 주기되어 있다. 띄어쓰지 않은 채로 이어서 쓰여 있으며, 각 면 11행으로,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인쇄되어 있다.
이 작품은 크게 세 부류 인간들의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등장인물은 황원상 가(黃元裳 家)의 원상 · 국경(國慶) 부자와 원상의 첩 남강월, 성도부윤(成都府尹) 경윤(景潤)과 쌍둥이 남매인 경 부인(景 夫人) · 경몽필(景夢弼) 등이다. 그리고 방해 인물로 화신(和紳) · 정몽렬(鄭夢悅) · 만청길(萬淸吉) 등이 등장한다.
이부상서인 황원상은 화신의 죄상을 상소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인 웅씨(熊氏)와 지낸다. 이때 그의 사위가 베푼 잔치에서 기녀 남강월을 만난다. 황원상은 남강월과 거문고로 화답하다가 남강월을 첩으로 삼는다.
황원상과 본부인과의 사이에 둔 아들 국경은 18세에 장원하고 예부시랑 · 어사 등을 지내며, 이극(李極)이 침입하자 항복을 받아내기도 한다. 또한 황원상은 대만 임상문의 공격이 있자 남정대원수가 되어 임상문을 물리치고, 그들이 다시 도술로 공격해 오자 남강월이 단검으로 임상문의 머리를 벤다.
성도부윤인 경윤은 정실 임씨와의 사이에 쌍둥이 남매를 두었는데, 옷을 바꾸어 입으면 부모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경윤의 후처인 석씨(石氏)의 전남편 소생인 정몽렬은 화신의 총애를 받고, 의매(義妹) 경 부인을 화신에게 바칠 계교를 꾸민다. 경 부인은 이것을 알고 몽필과 옷을 바꾸어 입는다. 몽필은 대신 여장하고 화신의 집에 가서, 도리어 화신의 딸 경옥과 인연을 맺어 후일을 약속한 뒤 도주한다.
정몽렬은 다시 화신에게 국경 · 국원(國瑗) 형제가 몽고와 내통하여 난을 꾸민다고 거짓말을 한다. 둘을 귀양 보낸 화신은 국경 형제를 죽이고자 한다. 이에 화경옥이 경몽필에게 알려 남강월과 함께 국경 형제를 무사히 구출한다. 건륭제가 연로하여 태자에게 전위하니 연호가 가경(嘉慶)이다. 황 학사는 백관과 더불어 화신의 죄상 열세 가지를 들어 상소하고 화신이 사약을 받게 한다. 화경옥은 관노가 되었는데, 경몽필이 전날의 약속을 지키고 화경옥을 정렬부인으로 삼는다.
이 작품은 전대의 소설에서 새로운 소설을 만들어내는 조선 말기 근대 초기의 통속소설 작법을 보여 준다. 「옥루몽」에서 파생된 기생 강남홍을 주인공으로 한 「강남홍전」처럼 「남강월전」 역시 무공이 뛰어난 기생의 이름을 제명으로 한 것이 특징적이다. 쌍둥이 남매가 옷을 바꿔 입고 계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적의 딸과 인연을 맺는 화소는 「창선감의록」의 윤여옥·윤옥화 남매의 화소와 동일하다. 주로 명나라가 등장하는 고전소설에서 청나라가 배경으로 등장한 것은 존주 의식이 큰 의미가 사라진 시대에 관습처럼 중국 배경을 가져오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 영웅소설 작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전소설의 범주에서 논하지만 기존 작품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고 교체된 청 왕조와 간신 화신을 자연스럽게 수용했다는 점에서 고전소설 개작이 많이 나오던 조선 말 근대 초의 작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