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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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의 학자 · 정치가인 조광조 등이 인간 세상을 하늘의 뜻이 펼쳐진 이상세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유교교리. 정치사상.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지치주의는 조선 전기의 학자·정치가인 조광조 등이 인간 세상을 하늘의 뜻이 펼쳐진 이상 세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유교 교리이자 정치사상이다. 지치란 『서경』의 ‘지치형향 감우신명(至治馨香感于神明)’에서 왔다. 즉, 잘 다스려진 인간 세계의 향기는 신명을 감명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조광조는 군주가 성인이 되면 이상정치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지치주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지치주의의 이론으로 왕도 정치를 제시하고, 실천 원리로 공자의 도를 들었다. 조광조에 의해 전개된 지치주의는 조선 시대 사상계가 성리학 일색으로 점철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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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조선 전기의 학자 · 정치가인 조광조 등이 인간 세상을 하늘의 뜻이 펼쳐진 이상세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유교교리. 정치사상.
내용

그 내용은 인간에 의해 다스려지는 이 세상이 바로 하늘의 뜻이 펼쳐진 이상 세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성리학이 수용되고 정착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고려 말에 수입된 성리학이 뿌리를 내린 후 나타난 특징 중의 하나는 ‘천인무간(天人無間)’의 인간 존재를 자명한 명제로 전제했다는 것이다. 하늘과 사람들이 하나로 연결된 합일체로 보는 이 전제가, 하늘의 뜻이 인간의 일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천리불리인사(天理不離人事)’의 명제로 발전해, 사람에 의해 다스려지는 세상이 하늘의 뜻이 실현된 이상 사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치적 당위성이 도출되었다. 그리하여 여기에서 지치주의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지치란 『서경』 군진편(君陳篇)의 ‘지치형향 감우신명(至治馨香感于神明)’에서 따온 것이다. 잘 다스려진 인간 세계의 향기는 신명(神明)을 감명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지치가 우리 나라에서는 하늘의 뜻이 실현된 이상 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 실천 운동으로 구체화되었다.

유가에서의 이상 사회는 요 · 순(堯舜)시대의 대동 사회를 뜻한다. 따라서 지치주의 운동이란 정치적 실천으로 당시의 군민(君民)을 요순 시대의 군민으로 만들어 직접 요순 삼대의 일월(日月)을 눈앞에 출현시키려는 이상 정치의 현실적 실천 운동인 것이다.

본래 사람은 하늘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고, 사람의 일은 하늘의 뜻과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 전개된 지치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광조의 지치주의 운동

지치주의의 전제가 되었던 ‘천리불리인사’는 ‘천인무간’을 전제로 도출된 명제이다. 그러므로 지치 실현의 근본은 ‘천인무간’의 인간 존재를 실천하는 개인적 수양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는 개인이 모여서 이루어졌으므로, 수양으로 하늘과 하나인 존재를 실천하는 개인들이 사회를 구성할 때 지치의 사회는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광조는 “말을 사랑하는 것, 화초를 사랑하는 것, 새 기르기를 좋아하는 것 등은 마음을 바깥으로 치닫게 해 진흙에 빠지게 되므로 진리에 들어갈 수 없다.”고 개인의 내적 수양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개인 수양으로 하늘과 하나됨을 실천하는 사람을 유학에서는 성인이라고 하므로, 개인 수양의 목표는 결국 성인이 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이렇게 볼 때 이상 사회를 이룩하는 방법은 사회 구성원인 개인이 각각 수양을 통해 성인이 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에는 먼저 성인이 된 사람이 정치적 대표자인 왕이 되어 다른 사람을 깨우침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성인이 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정치적 실천을 담당하고 있는 왕이 성인이 아닐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서의 해결책으로는 다음의 두 방법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현재의 왕이 수양을 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신하들이 왕을 수양하게 해 성인이 되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왕이 수양을 하더라도 성인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왕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대치하는 방법이다.

조광조는 당시의 군주인 중종이 수양을 하면 성인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이상 정치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지치주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조광조가 경연(經筵)에서 중종에게 지성껏 학문을 가르친 것도 바로 중종의 수양에 도움이 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지치주의 운동의 이론적 근거로 조광조는 왕도 정치를 제시하고, 다시 왕도 정치의 실천 원리로 공자의 도를 들고 있다. 공자와 같은 성인이 천지만물일체(天地萬物一體)를 실천하면 모든 사람은 성인에 의해 일체가 되고, 자연계의 춘하추동과도 일체가 됨으로써 인간 사회와 자연계는 혼연일체가 되어 큰 조화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지치주의 운동의 특징은 우선 융평 사상(隆平思想)을 들 수 있다. 융평 사상이란 인간 사회를 현재 상태에서 평등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융, 즉 높은 상태로 끌어 올려서 평등하게 한다는 사상이다. 지치주의가 지금의 세계를 요순의 세계, 즉 진리가 실현된 세계로 만듦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쉽게 이해된다.

그런데 지금의 세계를 이상적인 세계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비이상적인 요소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융평 사상은 개혁 사상을 동반한다. 지치주의 운동은 결국 이 융평 사상과 개혁 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조광조는 정치적 실천 단계에 있어서 실제로 융평을 이루기 위해 법제 등 현실적 요소의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유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광조가 주창한 이상 사회의 근본적인 실현 방법은 한 점의 티끌도 없이 깨끗해진 임금의 마음이 조정과 정사(政事)에 나타남으로써, 그 결과 나라 전체가 순정(純正)한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 사회의 실현을 의식적으로 시도할 경우에는 순정하지 않은 현실적인 요소들을 개혁하는 유신을 통해 순정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유신의 내용 중에는 유신을 반대하거나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조광조의 유신 운동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예로서, 우선 조광조는 실제로 도교의 관서였던 소격서(昭格署)를 철폐하기 위해 소(疏)를 올린다. 그 뒤 어느 날, 동료들과 같이 정원(政院)에 나아가 그들에게 “날이 이미 어두워 언관들이 퇴근한다 할지라도 우리들은 마땅히 성의를 다해 논열(論列)하여 왕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밤새 계(啓)를 논해 닭이 울 때까지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왕이 어쩔 수 없이 소격서의 철폐를 허락하였다.

또, 조광조는 이단을 물리치는 데 더욱 주력하였는데, 일찍이 “봉선 · 봉은 두 절은 불교의 뿌리니 먼저 그 뿌리를 잘라 버리면 나머지는 힘쓰지 않고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다.

조광조의 유신 운동을 저지하거나 방해하는 요소는 학문적으로는 이단으로 나타났지만, 인간적인 관점에서는 소인으로 파악된다. 난초를 기르기 위해 잡초를 제거하듯이, 소인은 지치 실현을 위해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조광조에 의해 전개된 지치주의 운동은 또한 여러 가지 폐해를 가져 왔다. 우선 학문적인 순일화 운동은 성리학 이외의 모든 학문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조선시대 500년 사상계가 성리학 일색으로 점철되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뭇 사람을 군자와 소인 두 종류로 나누어 군자를 정(正), 소인을 사(邪)로 파악하는 데에서 이른바 흑백 논리가 생겨난 것이다. 즉, 군자는 완전한 선인이 되고 소인은 완전한 악인이 됨으로써 소인은 제거 대상으로 구제의 길이 없어진다. 따라서, 소인으로 간주된 자는 당파를 만들어 반발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조선시대 후기 당쟁 발발의 사상적 근거가 되었으며, 또 지치 실현을 위해 전개한 법제 등 현실적 요소에 대한 개혁 운동은 현실 질서를 경시하는 풍조를 가져 오는 근거가 되었다. 어쨌든, 조광조의 지치주의 운동은 이상과 같은 폐해를 가져 옴으로써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2) 이언적(李彦迪)의 지치주의 이론

급진적 개혁 정치를 추진한 결과 반대 세력의 모략으로 실패로 끝난 조광조의 지치주의 운동은 이언적에게 계승되어 소극적이고 이론적인 형태로 변하게 된다. 이언적은 지치 실현을 자신의 임무로 삼아 적극 참여한 조광조와는 달리, 지치 실현의 실마리를 임금의 마음에서 구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치의 실현 과정에 있어서 주요 과제가 되었던 군자와 소인의 변별에 대해서도 군자를 등용하고, 소인을 제거하는 소임을 실제로 담당하는 자는 임금이기 때문에, 지치 실현은 결국 임금에 의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금에게 귀결된 지치 실현의 실마리는, 이언적에 의하면, 궁극적으로 임금의 마음이 바른가 바르지 못한가의 문제로 집약된다. 임금의 마음이 바르면 조정 · 백관 · 만민이 모두 바르게 되고, 임금의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조정 · 백관 · 만민이 모두 바르지 않게 된다.

따라서, 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급선무는 임금이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임금이 마음을 바르게 함으로써 실현되는 지치의 양상에 대해 이언적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사람이 천지 가운데 처함은 이기(理氣)가 관통해 참합무간(參合無間)하기 때문에 사람의 심기는 그 느낌을 천지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하물며 임금이 그 가운데에서 자리를 이루고 만물의 주인이 되어 마음이 속에서 숙연하고 지허지공(至虛至公)하여 위 아래에 이르면 천지가 어찌 제자리에 위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희로애락의 나타남이 모두 이치에 합당하니, 한 사람을 상주면 천만 인이 힘쓰고, 한 사람을 꾸짖으면 천만 인이 징계하고, 백성의 곤궁함을 슬퍼하면 환과고독(鰥寡孤獨)이 모두 제자리를 얻고, 백성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면 모든 백성과 만물이 모두 그 은택을 입으니 만물이 어찌 자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음양이 조화되고 비와 바람이 때에 맞으며, 재앙이 없어지고 상서로움이 이르며, 천지 가운데의 모든 생물이 각각 그 본래성을 이루지 아니함이 없으니 이것이 중화(中和)를 이룬 지극한 공효인 것이다.”

임금이 마음을 바르게 해 천인무간을 실천하면 본래 하늘과 일체인 백성은 하늘을 매개로 해 임금과 일체가 되고, 만물과 하나가 된다. 또, 임금의 희로애락의 나타남이 천리(天理) 그 자체의 나타남이 되면, 임금과 백성은 실천의 장(場)에서 일체가 되어 고락을 같이하기 때문에, 환과고독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도 버려지거나 희생되지 않게 된다.

그리하여 모든 백성과 만물이 그 은택을 입고, 음양풍우(陰陽風雨)의 자연 현상이 조화를 이루며, 재앙이 없어지고 상서로움에 이른다. 요컨대, 임금의 마음이 바르면 임금과 백성과 만물이 모두 일체가 되어 교향악단이 대 합주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대 조화를 연주하게 된다. 이른바 지상의 낙원이 건설되는 것이다.

(3) 이이(李珥)의 지치주의 운동

한국의 정치 사상에 있어서 정치적 실천은 개인적 수양에 의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됨으로써, 정치적 실천보다 우선 개인적 수양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이상적 형태는 개인적 수양의 완성자가 정치를 담당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수양의 미완성자가 정치를 담당하고 있는 경우에는 정치 담당자에게 수양이 다시 요구되었다.

그러나 이이는 정치적 실천을 위해 개인적 수양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정치 담당자의 처지를 고려해, 수양 후 정치를 행하는 형태가 아니라 실천하면서 수양하는 실천 중심의 수양학을 주장하였다. 이는 수양 중심의 성리학이 초래하는 정치적 실천의 약화(弱化)를 보완한 것이다.

이이에게 학문적 수양과 정치적 실천 관계는 수양하고 나서 실천하고, 실천하면서 수양하는 두 가지 형태가 수립되었다. 이러한 원리에서 본다면, 지치의 실현 방법에서도 당연히 수양과 실천 두 방면에서 출발하는 두 가지 형태가 성립되었다.

수양을 통해 천인무간을 실현할 수 있는 자가 임금이 되면, 임금의 일신(一身)이 국가와 일체가 되고 임금의 일심(一心)이 백성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지치는 저절로 실현된다. 하지만, 이미 백성을 가르치고 길러야 할 중책을 짊어지고 있는 임금이 만약 지금 자기를 수양하고 있기 때문에 남을 다스릴 여유가 없다면 지치의 실현은 불가능하므로 수양보다 먼저 정치적 실천을 행해야 한다.

이이에 의하면, 궁리(窮理)는 실천하면서 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은 일을 할 때마다 일의 지당한 이치를 구해 그 잘못을 제거하고, 옳음을 행해 유신(儒臣)을 친근하게 하고 의리를 강명(講明)하며, 간언(諫言)을 받아들여 주로 선(善)을 행하는 것이다.

궁리를 다만 독서에서 구해 책 속의 미언(美言)을 주워 모으는 것은 결국 빈 말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실공(實功)을 시행하지 않으면 안목이 높고 의론이 정밀하더라도 실제 정치에는 아무런 효과나 이익을 가져 올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이의 실공 사상(實功思想)은 이러한 정치 이론을 배경으로 대두되었다.

참고문헌

『목은집』
『정암집(靜庵集)』
『회재집(晦齋集)』
『퇴계집』
『율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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