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97구로 되어 있으며, 4·4조가 기조를 이루고 그 다음 3·4조가 많이 나타난다. 경상북도 안동에서 채집되었다. 화전가류는 대체로 여성들이 봄철을 맞아 시집살이의 굴레를 벗어나서 경치 좋은 곳을 찾아가 화전놀이를 하는 모습을 노래하는 것이 전통적인 유형이다.
그러나 시대가 내려오면서 여러 변형이 나타나는데, 이 작품도 변형 화전가류에 속하는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우선 작자가 남성이라는 점이 그렇다. 금압(禁壓)된 여성들이 모처럼 폐쇄적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활달한 기상을 펴 보이는 화전가의 일반적 심리 상태도 나타나 있지 않다.
가사 내용 가운데 화전놀이 부분만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大地(대지)에 펴진春光(춘광) 가슴속에 다들었다/중계로 나려와서 임자없이 피인꽃을/서로닷하 따온후에 백분으로 반죽하고/淸油(청유)를 들어부어 적을꾸어 饒飢(요기)하니/香臭(향취)도 좋거니와 美味(미미)가 더욱좋다/千里(천리)에 봄소식을 배안으로 전하였네.”
다투어 따온 꽃을 백분에 반죽한 후, 꽃 지짐을 해 먹으니 향취와 맛이 일품이라 하고, 봄소식을 뱃속에 전했다고 하였다. 몸의 생체리듬을 자연의 계절적 주기에 맞춰가며 자연과의 조화합일을 추구했던 전통적 생활감각이 엿보인다.
전체적인 내용은 서사에서 꽃노래를 통해 봄을 찬미하고, 본사에서 화전놀이에 대한 공론(公論)과 그 준비, 안동 주변의 승경찬미(勝景讚美), 신변탄식, 화전굽기, 회식찬미(會食讚美) 및 천등산의 절경 등을 차례로 노래하였다.
결사는 귀로(歸路) 과정을 간략히 서술하고, 화전가류 가사들의 관용적 결구 형식인 “어화우리 동류들아 來年(내년) 이 때 기다리자”라고 맺고 있다.
가사 가운데, “삼산반락 청천외오 이수중분 백노주라”라든가, “춘초는 년년록인데 왕손은 귀불귀라” 등의 구절들은 조선 후기 가사작품들에 빈번히 등장하는 관용적 표현구이다. 이를 통해 작자가 가사의 문학 관습에 익숙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남성이 지은 화전가라는 점에서 이채를 띠는데, 여성화자의 자탄에 의한 섬세한 심리 표출은 기대할 수 없지만, 봄을 맞아 화전놀이를 할 겸, 일종의 간소한 소풍을 다녀온 듯한 내용을 담박하게 기술한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