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은 새로 농사지은 과일이나 곡식을 먼저 사직이나 조상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드리는 의식을 말한다. 천신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종묘 천신, 가정에서 행하는 가묘 천신, 무당들이 행하는 천신굿으로 구분된다. 종묘 천신은 그 시기에 생산되는 산물을 천신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밖에 새로운 물품이 진상되거나 외국에서 수입되었을 때도 천신을 한다. 가묘 천신은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때 새로 나온 물품을 그때마다 골라서 네 번 천신을 하였다. 근래에는 일 년에 한번 추석의 차례 행사로 변하였다. 무속에서는 동제, 산신굿, 해신굿 등을 할 때 천신제를 지낸다.
천신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종묘(宗廟) 천신(薦新)과 가정에서 행하는 가묘(家廟) 천신, 그리고 무당들이 행하는 천신굿으로 구분된다.
(1) 종묘 천신
종묘에 천신하는 물품은 그 시기에 생산되는 산물을 천신하도록 규정하고, 그밖에 새로운 물품이 진상되거나 외국에서 수입되었을 때 천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천신하는 물품의 지정된 내역을 보면 정월에는 청어(靑魚), 2월에는 빙송어(氷松魚), 3월에는 고사리[蕨], 4월에는 죽순(竹筍), 5월에는 보리와 밀, 그리고 오이와 가지 · 앵두 · 살구 등, 6월에는 벼 · 기장 · 피[稷] · 조[粟] · 가자(茄子) · 동과(冬瓜) · 능금 등, 7월에는 연어(鰱魚) · 배[梨], 8월에는 감 · 대추 · 밤과 신곡으로 빚은 술, 9월에는 기러기[雁], 10월에는 귤감(橘柑) · 꿩 · 뱀장어 · 참새 · 도미, 11월에는 천아(天鵝: 백조) · 과류(瓜類) · 어류(魚類) 등, 12월에는 바다에서 생산되는 이름 있는 어류와 산에서 잡아온 토끼 등을 바쳤다.
이와 같은 지정은 윤달이 들어서 산품이 조숙하는 경우와 만숙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절에 구애되지 아니하고 그때그때 천신함을 원칙으로 하였다. 또한 산품 그대로 천신하지 못하고 조리를 필요로 하는 산물은 종묘서령(宗廟署令)이 직접 주방에 나가서 조리 과정을 감독하였다.
천신의 방법은 진설과 행사로 나누어지는데, 진설은 전날 봉상시(奉常寺)에서 새로 들어온 물품을 주방에 보내고 봉상시정과 종묘서령이 주방에 나가 준비 사항을 감독한다. 그 날이 되면 변(籩)과 두(豆)를 실마다 호외에 설치하고, 새로운 물품으로 채운다.
봉상시정이 동쪽 섬돌 위에 나가서 동남쪽에서 서향하여 서고, 또한 관세위(盥洗位)를 동쪽 섬돌의 동남쪽에 북향하여 설시한다. 뇌(罍)와 작(勺)은 관세위의 동쪽에 두고 광주리[篚]는 관세위의 서남쪽에 두며 수건으로 가린다.
행례는 천신하는 날 종묘서령이 직원들을 인솔하여 종묘의 실내를 깨끗이 청소하고 변과 두에 천신할 물건을 담는다. 뒤이어 봉상시정이 평상복으로 자리에 나가서 서향하여 서고 사 배한 뒤에 관세위에 나가 북향하여 선 뒤 손을 씻는다. 그리고 동쪽 뜰로 올라가서 제1실 문 밖에 가서 북향하여 선다.
집사자가 천신할 물품을 봉상시정에게 주면 봉상시정은 받아서 신위 앞에 나아가 바친다. 잠시 부복하였다가 일어나서 평신하고 문을 나선 뒤 각 실을 돌아다니면서 똑같이 반복하고 마친 뒤에 제자리로 돌아와서 사 배하면 천신 절차는 끝난다.
(2) 가묘 천신
가묘는 사가(私家)의 사당을 말하며, 예제에 따르면 제후(諸侯)는 5묘(廟), 경(卿)은 3묘, 대부와 사(士)는 1묘로 되어 있고, 서인은 없다. 1묘 이상의 가묘가 있는 사람은 1년에 네 번으로 나누어 천신을 한다. 한식 · 단오 · 추석 · 동지로 나누어서 새로 나온 물품을 그때마다 골라서 사당에 천신하는 예를 올리고, 서민은 추석에 한 번 햇과일과 햇곡식을 가져다가 떡도 하고 술도 빚는 등 음식을 차려서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차례를 지낸다.
천신하는 물건은 시대에 따라 많이 변천해 왔다. 교통이 미비하고 문명이 개화되지 못한 상고 시대에는 토지에서 생산되는 산품이 수량도 적고 품종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에 그쳤으나, 차차 문명이 발달되면서부터 각 지방의 산물이 교역되고 심지어 외국에서 수입되는 과일이나 음식물이 많아졌기 때문에 가세의 형편에 따라 천신품도 다양해졌다. 특히, 천신하는 추석의 차례 행사는 요즈음에는 크나큰 민족의 행사로 전환되었고, 추석 때가 되면 천신을 위해 귀향하는 사람들로 민족 대이동의 역사를 창조하기도 한다.
조상에 천신하는 차례 행사는 풍속의 변천에 따라 많이 달라졌는데, 가묘에서 일 년에 네 번 하던 행사가 가묘가 없어진 오늘날에는 한 번으로 줄었다. 그것도 왜치(倭治)의 감시 하에서는 뜻대로 하지 못해 일시에 명절로 치르지 못했다.
기호 지방에서는 추석에, 영남과 호남 지방에서는 신곡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중구(重九)인 9월 9일에 행사를 하였다. 다행히 광복이 되고 우리 것을 찾자는 운동이 전개되면서 추석이 명절로서 공휴일로 지정되자, 명실상부한 추석 천신 행사가 그 의의와 목적을 분명히 하면서 잃어 버렸던 고유의 가치를 찾게 되었다.
문헌에 의하면 천신은 오래 전부터 전해 오는 전통 있는 풍습이다. 『예기』 「단궁(檀弓)」에 보면 천신은 초하룻날 지내는 삭전(朔奠)과 동일하게 취급할 것을 지시하였고, 망자가 있어 장사지내기 전에는 새로운 음식물을 얻으면 반드시 천신할 것을 가르쳤다.
『대청통례(大淸通禮)』에는 그 해의 명절을 만나면 반드시 새로운 산물을 천신하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헌에는 분명하지 않으나 상고 시대부터 천신해 왔음을 민속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이 차례 행사로 굳어진 시기는 『고려사』에 1108년(예종 3) 종묘에 천신하였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그 이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천신굿
무속으로 전해 오는 방법으로 동제(洞祭) · 산신굿 · 해신굿 등에 천신을 해 오는데, 동제는 정월 대보름날 동신이 있는 마을에서 천신제를 지내며 마을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산신굿과 해신굿은 매년 2월과 8월에 입산과 출어(出漁) 시기를 가려 새로운 산품인 산해진미를 차려 놓고, 산신에게는 산중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무사안일과 산중의 보화인 약초나 광석 등이 쏟아져 나와 주민 생활이 윤택해지도록 빌고, 바다에서는 선원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굿을 한다. 해신굿에서는 해변에 사는 어민들의 정성이 대단해, 가지고 있는 제물을 모두 바쳐서라도 출어하는 선원이 무사귀환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