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가요.
모두 8연으로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전문이 실려 전하고,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곡조와 제1연이 실려 있다. 「서경별곡(西京別曲)」·「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와 함께 고려가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그리고 작가의 신분계층이나 제작 동기, 작품 성격, 작중 화자 등에 대해 이렇다 할 정설이 세워지지 않은 채 논란이 거듭되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남녀간의 애정을 주로 다루었던 다른 고려가요에 비해, 삶의 비애와 고뇌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청산별곡」의 사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쳥산(靑山)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ᄃᆞ래랑 먹고 쳥산(靑山)애 살어리랏다
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리노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아래 가던 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ᄒᆞ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ᄯᅩ 엇디 호리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ᄅᆞ래 살어리랏다
ᄂᆞᄆᆞ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ᄅᆞ래 살어리랏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사ᄉᆞ미 지ᇝ대에 올아셔 ᄒᆡ금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ᄇᆡ브론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조롱곳 누로기 ᄆᆡ와 잡ᄉᆞ와니 내 엇디 ᄒᆞ리잇고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 가사는 ‘청산’으로 시작하는 연이 5연, ‘바다’로 시작하는 연이 3연으로 되어 있는데, 3·3·2의 기본 음수율을 바탕으로 병행법·반복법 등을 쓰고 있고, ‘청산’연과 ‘바다’연, 제3연과 제7연, 그리고 제4연과 제8연이 정확히 대응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로 보아 현재 전하고 있는 작품의 제5연과 제6연이 『악장가사』에 교체되어 기사(記寫)되었으리라고 보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에, 총 8연 2장의 노래가 되고, 이는 4연 1장의 정형성을 지니게 되며, ‘청산’연과 ‘바다’연은 완전히 대응관계를 이룬다. 이것을 간단히 요약,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Ⅰ장 ‘청산’연
1 청산 : 멀위·ᄃᆞ래
2 새 : 자고 니러 우니노라
3 가던 새 본다 가던 새 본다
4 ᄯᅩ 엇디 호리라
Ⅱ장 ‘바다’연
5 바다 : ᄂᆞᄆᆞ자기·구조개
6 돌 : 마자셔 우니노라
7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8 내 엇디 ᄒᆞ리잇고
그러나 문헌으로 분명히 기록된 노래를 임의로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여 ‘바다’연 가운데 2연이 탈락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며, ‘청산’연 5연, ‘바다’연 3연으로 받아들이려는 견해도 있다.
작자에 대해서는 개인 창작으로 보는 견해와, 민요 즉 민중의 공동작으로 보는 두 가지 견해가 맞서 있다. 개인의 창작으로 보는 근거는 이 가사가 고도의 이미지와 상징성, 긴밀한 구성, 심도 깊은 텐션(tension) 등으로 완전무결하게 짜여진 작품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나중에서야 문자로 정착되었다는 점과 보편적으로 여요(麗謠)가 민중의 공동작이라는 점에서 민요로 보는 견해가 좀더 일반적이다.
또한 작중의 화자를 남성으로 보는 견해와 여성으로 보는 견해, 이 두 가지 견해가 맞서 있다.
이 가사의 성격에 관해서는, ① 청산에 들어가 머루나 다래를 따먹고 살아야 하는 민중의 괴로운 삶, 특히 유랑민의 처지를 나타낸 민요, ② 민란(民亂)에 참여한 농민·어민·서리(胥吏)·노예·광대 중의 어느 하나 혹은 그들 혼합집단의 노래, ③ 슬픔을 잊기 위해서 청산으로 도피하고 싶어하는 실연(失戀)한 사람의 노래, ④ 고민을 해소하기 위하여 청산을 찾고 기적과 위안을 구하면서도 삶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지식인의 술노래, ⑤ 닫혀진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여인의 한(恨)과 고독을 담은 노래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①의 견해는 이 가사가 민중의 공동작이며, 작중의 화자가 남성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편, ④의 견해는 작중 화자를 남성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①·②와 같으나, 개인의 창작, 그것도 지식인의 창작으로 보는 점에서는 ①·②와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이들 ①·②·④의 견해는 이 가사가 밖으로는 거란·여진·몽고족 등 외족의 침입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안으로는 이자겸(李資謙)의 난, 묘청(妙淸)의 난에 이어, 무단정치가 지속되는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인식과 깊이 관련 맺고 있다. 이 가사는 이와 같이 내우외환 속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민중 내지 지식인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⑤의 견해는 ①·②·④와는 달리, 작중의 화자를 여성으로 보고 있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작중의 화자를 남성으로 보든 여성으로 보든 간에 이 화자가 현재 시름이 많은 자로서 운명의 돌에 맞아서 울고 있고, 미워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도 없이 고독에 싸여 한 맺힌 삶을 살고 있는 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노래하며 지내지 않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하는 사실(제2연의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이 주목된다. 그러기에 작중의 화자는 현재의 자기 삶의 터전을 떠나, ‘청산이나 바다에 가서 살았던들 이와 같은 고독과 회한은 차라리 없었을 것을’ 하고 다른 세계를 동경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삶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의 마지막 연은 결국 이 기막힌 삶과 심정을 술을 빚어 혼자서, 혹은 님과 더불어 마심으로써 해결하고 달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이 가사에 대한 전거(典據) 문헌의 해설이 전혀 없으므로 작품 자체를 통해서만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동시에, 이 작품이 안고 있는 독해상(讀解上)의 문제점에도 기인한다. 우선 ‘잉무든 장글’, ‘믈 아래 가던 새’, ‘에졍지’, ‘사ᄉᆞ미 지ᇝ대예 올아서 ᄒᆡ금을 혀거를 드로라’ 등의 어휘 내지 문면(文面) 해석이 문제되기 때문이다.
한편 ‘잡ᄉᆞ와니’의 목적어가 생략되어 있는데, 보조어간 ‘ᄉᆞᆸ’의 기능상 그 뒤에 오는 것은 내가 존경할 만한 대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에 따라, 그 목적어를 ‘나의 님’으로 보느냐, 아니면 같은 여요 <서경별곡>의 “구스리 바회예 디신ᄃᆞᆯ”의 ‘신’이나 “여ᄒᆡ므론 질삼뵈 ᄇᆞ리시고”의 ‘시’ 등의 표현 용례와 같이 보아 ‘나의 마음’ 혹은 ‘술잔’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그 해석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잉무든 장글’을 이끼 묻은 쟁기나 혹은 농기구로 보고, 따라서 작중의 화자를 농민 혹은 반란군으로 보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괭이나 삽 등은 농기구이면서, 민란 때는 병기의 구실을 한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는데, 이 경우는 작중 화자를 남성으로 보는 것이다.
그 근거는 모든 외로움과 괴로움을 술이나 마시면서 달래본다는 결련(結聯)에 나타난 화자의 심정에 있거나, 혹은 제3연, 즉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에 두고 있다.
그러나 ‘졍지’, ‘설진 강수를 비조라’, ‘잡ᄉᆞ와니’ 등의 표현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작중의 화자가 여성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비조라’의 경우, ‘오’를 절대시제(絶對時制, aorist)로 파악, ‘빚노라’·‘빚었노라’로 해석함으로써 그 빚는 주체를 어디까지나 여성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편,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라는 표현을 보아, 이 작중 화자가 마지못해 남을 위해서 노래나 부르는 기녀 내지 그와 비슷한 유의 존재, 혹은 그와 비슷한 구실을 하는 광대 성격의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작중의 화자를 여성으로 볼 경우, ‘잉무든 장글’을 ‘이끼 묻은 장도칼’ 혹은 ‘이끼 묻은 악기’ 정도로 해석하는 일이 가능하다. 그러나 ‘믈 아래 가던 새’의 해석이 구구한 마당에 아무도 확실한 주장을 펼 수는 없는 실정이다.
‘믈 아래’에 대해서는 ① 수면 밑〔水面下〕, ② 들판〔平原地帶〕, ③ 물 건너 마을·아랫마을 등의 여러 갈래 해석이 있고, ‘가던 새’에 대해서도 ① 날아가던 새, ② 갈던 사래 등 해석이 있어 구구하다.
이 가사 가운데 난해하여 가장 해석이 구구한 대목은 바로 ‘사ᄉᆞ미 지ᇝ대예 올아서 ᄒᆡ금을 혀거를 드로라’이다. 이에 대해서는 ① 천하고 외설스런 장면을 희학적(戱謔的)으로 노래한 음란한 가사, 또는 세상을 조롱하는 오만한 해학어(諧謔語), ② 사슴으로 분장한 산대잡희배(山臺雜戱輩)의 놀이, ③ 기적을 노래하는 당시대의 관용구 등 여러 가지 풀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