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38.5㎝, 입지름 6.3㎝, 밑지름 11.7㎝. 호림박물관 소장.
상감기법으로 시문한 뒤 중요한 부분을 산화동(酸化銅)으로 채색하고 환원번조(還元燔造)한 독창적인 장식기법의 병이다. 병의 입 부분은 짧게 외반되어 있고, 목 부분은 거의 직선으로 내려가다가 어깨 부분에 와서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어깨에서 동체(胴體), 즉 배의 지름이 가장 넓은 부분까지 양감이 거의 없이 직선에 가까운 곡선으로 이어지다가 그 아래에서 급하게 변곡(變曲)되어 굽에 이른다. 굽이 낮고 넓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다.
유약은 얇고 투명하며 가는 균열이 전면에 나 있다. 병의 윗부분은 부분적으로 산화되어 담갈색(淡褐色)을 띠고 있다. 그리고 병의 아랫부분과 굽 주변은 유약의 용융상태가 나쁘다. 굽의 접지면과 안바닥은 유약이 칠해져 있지 않으며, 접지면에는 검은 모래가 섞인 번조받침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목 부분은 6단의 문양대로 구성되며, 3단까지는 뇌문(雷文)·연판문(蓮瓣文)을 백상감하고, 그 아래는 연판문·국화문·운학문을 흑백상감하였다. 다시 어깨 부분에는 여의두문(如意頭文)을 백상감으로 두르고 그 안에 동채(銅彩)한 점을 세 군데 찍어 넣었다. 배 부분에는 네 면에 큰 원권(圓圈)을 그리고 그 안에 여의주를 들고 있는 용을 각각 흑백상감으로 시문하였는데, 여의주는 동화기법으로 장식하여 붉은색을 띤다. 원권의 외부 바탕에는 연꽃이 큰 연당초문으로 채워 넣고, 그 여백은 연주문이 백상감으로 시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