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필사본. 『팔역지(八域誌)』·『팔역가거지(八域可居地)』·『동국산수록(東國山水錄)』·『동국총화록(東國總貨錄)』·『형가승람(形家勝覽)』·『팔도비밀지지(八道秘密地誌)』 등 여러 이름의 필사본이 전하여 오고 있다.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에서 이중환 찬(撰), 최남선(崔南善) 교(校)로 민제호(閔濟鎬) 장본(藏本)에 의거하여 1912년에 신활자로 인쇄, 간행하였다.
내용은 1753년에 쓴 정언유(鄭彦儒)의 서문이 2면에 걸쳐 있고, 사민총론(四民總論)·팔도총론(八道總論: 평안도·함경도·황해도·강원도·경상도·전라도·충청도·경기도)·복거총론(卜居總論: 地理·生利·人心·山水)·총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민총론에서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래와 함께 사대부의 역할과 사명, 그리고 사대부로서의 행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사례를 지키기 위해 여유 있는 생업을 가져야 하며, 살만한 곳을 마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팔도총론에서는 우리나라 산세와 위치를 중국의 고전 『산해경(山海經)』을 인용하여 논하고 있으며, 백두산을 『산해경』의 불함산(不咸山) 으로 생각하고 중국의 곤륜산(崑崙山)에서 뻗는 산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팔도의 위치와 그 역사적인 배경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다.
즉, 경상도는 변한·진한의 땅이고 함경·평안·황해도는 고조선·고구려, 강원도는 예맥(濊貊)의 땅임을 밝히고 있다. 고조선과 삼한, 고구려와 백제·신라의 건국, 고려의 건국과 그 경역에 관해서도 간략하게 논하고 있다.
팔도총론에서도 사민총론에서와 같이 사대부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표현하고 있으며, 사대부의 기원과 역사적인 변천을 언급하고 있다.
도별로 서술한 지지에서는 도 전체의 위치와 자연을 서술한 뒤 간략하게 자연환경, 인물과 풍속 등을 전체적으로 언급하고 소지역으로 나누어 읍치(邑治) 중심의 지리와 역사, 생업·경치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도내의 2차적 지역 구분은 하천과 산맥을 경계로 하고 있다.
평안도에서는 청천강을 경계로 청북(淸北)과 청남(淸南)으로 구분하고, 황해도에서는 멸악산맥을 경계로 이북과 이남으로 구분하였다. 충청도에서는 차령(車嶺)을 경계로 남북을 나누고 차령 이북은 경기에 가깝고 남쪽은 전라지방에 가깝다고 서술하였다.
복거총론은 이 책 전체 분량의 거의 반을 차지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18세기 한국인이 가지고 있던 주거지 선호의 기준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주거를 선정하는 기준으로는 지리·생리·인심·산수를 들었고, 그 어느 것이 부적당하여도 살 곳이 못 된다고 하였다. 지리는 풍수(風水)에서 말하는 지리의 뜻이고, 생리는 생활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유리한 위치를 말하고 있다.
생리에서는 비옥한 토지, 어염과 내륙의 곡물과 면화가 교역되는 위치, 그리고 해운과 하운의 요지 등이 강조되고 있다. 인심에서는 세상 풍속이 아름다운 곳을 말하고 있으나 사대부의 경우는 당색(黨色)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
또한 산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인심을 순박하게 하는 데 중요하다고 믿었다. 저자는 아름다운 산수를 찾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주요 산계(山系)와 수계(水系)를 살펴 이름난 산수를 논하고 있다.
『택리지(擇里志)』는 우리나라 실학파 학풍의 배경에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지리서이며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을 대표로 하는 종전의 군현별로 쓰여진 백과사전식 지지에서 우리나라를 총체적으로 다룬 팔도총론, 도별지지, 그리고 주제별로 다룬 인문 지리적 접근을 갖춘 새로운 지리지의 효시이다.
이 책에서는 크게 도별 지역 구분을 쓰고 있으나 도내에서는 몇 개의 군을 합친 동속지역(同俗地域)을 같이 다루었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도 경계를 넘어 하천 유역을 중심으로 지리적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지리서이기는 하나 그 내용이 역사·경제·사회·교통 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문 분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것은 필사본, 한문으로 된 인본(印本), 한글본, 국한문본 등 여러 형태로 전하여진다. 규장각도서와 국립중앙도서관 및 각 대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또한 개인 소장본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