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1책. 제자 설청(說淸) 등이 스승의 글을 3년에 걸쳐 모아 1647년(인조 25) 백운암에서 판각하여 용복사에 소장되었다(권1말에 “歲在赤猪暮春之旣望刻于白雲藏於龍腹”). 제자 설청(說淸)의 청으로 동주거사가 서문을, 상산후인(常山後人)이 발문을 각각 지었다.
권두에는 동주산인(東州山人)이 쓴 서(序)가 있고, 권1에는 <우음일절 偶吟一絶>·<산중에서> 등의 오언절구 15수와, <산에 산다>·<답감장로 答鑑長老> 등 오언율시 11수, <쌍송암 雙松庵>·<추산 秋山>·<백설 白雪> 등 칠언절구 54수, <봉래산 蓬萊山>·<삼성대 三聖臺>·<불기시 佛器詩> 등 칠언율시 10수 등 모두 90수의 한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 시문에서 저자가 철두철미하게 선사(禪師)로서의 인생관을 가지고 살았음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가 세간(世間)의 온갖 기쁨과 슬픔, 이해와 득실을 초월한 세계 속에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문에 나타나 있는 그의 초월은 단순한 도피나 은둔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자각하여 어느 곳에서도 동요하거나 흔들림이 없는 진정으로 초월한 삶을 지향하였고, 또 그 삶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
권2에는 기(記)·행장(行狀)·발(跋)·권문(勸文)·선교원류심검설(禪敎源流尋劒說) 등이 수록되어 있다. <보개산영은사신창기 寶蓋山靈隱寺新創記>·<묘향산빈발암기 妙香山賓鉢庵記>·<보개산대승암기 寶蓋山大乘庵記>·<봉래산운수암종봉영당기 蓬萊山雲水庵鍾峰影堂記> 등은 사찰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또 행장은 <서산행적초 西山行蹟抄>로서 그의 스승이었던 휴정(休靜)을 추모하기 위하여 스승의 행적을 간략하게 적은 글이다.
<경판후발 經板後跋>은 경기도 용복사에서 간행한 불경판을 유포하기 위하여 쓴 글로, 그 속에 ≪화엄경≫·≪법화경≫·≪원각경≫·≪능엄경≫·≪반야경≫·≪범망경≫ 등의 경전과 ≪전등 傳燈≫·≪염송 拈頌≫·≪선요 禪要≫·≪서장 書狀≫·≪선원 禪源≫·≪별행 別行≫·≪서산집 西山集≫이라는 문헌을 열거하고 있다.
이 문헌들은 현재 우리 나라 승려들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소의경전(所依經典: 각 종파별로 교육수행의 근본지침으로 삼는 경전)으로, 이 경전들이 적어도 언기 이전의 시대부터 승려들의 필독서가 되었음을 알게 하는 좋은 자료이다.
권문으로는 <보현법당권문 普賢法堂勸文>과 <묘향산보현사만세루부와권문 妙香山普賢寺萬歲樓覆瓦勸文> 등 2편이 있다.
권3에는 부모·형제 등 주위 사람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들을 천도(薦度:지옥의 고통을 벗어나 극락에 오름)하기 위해서 지은 <수륙소 水陸疏>·<천제소 薦弟疏>·<천형소 薦兄疏>·<천양친소 薦兩親疏>·<생전소 生前疏>·<시왕소 十王疏> 등 소 6편과 스승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서 지은 <표훈사입비재사 表訓寺立碑齋詞>의 사(詞) 1편, 언기의 염불왕생관(念佛往生觀)을 알게 하는 <원불표 願佛表> 1편, 엄화상(儼和尙)·방외인(方外人)·남양처사(南陽處士)·고성(高城)·부휴당(浮休堂)·홍법사(弘法師) 등에게 보낸 편지 6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편양당집≫ 권2의 <선교원류심검설>은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글로 평가된다. 이 글에서 저자는 교(敎)와 선(禪)을 두 개의 각기 다른 가르침인 별문(別門)으로 보지 않은 휴정의 영향을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교(敎) 안에서도 깨달음의 높고 낮은 경지의 구분인 일승(一乘)·이승(二乘)·삼승(三乘) 등의 차별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경(經)은 듣는 이의 근기(根機:깨달을 수 있는 역량)에 따라 설한 것이므로 처음부터 크고 작거나 깊고 얕음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 글에서 “화엄(華嚴)이 보여주는 것은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으로, 삼승교(三乘敎:삼승의 가르침)에서 설하는 근(根)·경(境)의 제법(諸法)이 그것이다. 마음 밖에 경(境)이 없고 경 밖에 마음이 없다. 마음과 경이 일여(一如)하며 진속(眞俗)이 무애(無碍:걸림이 없음)하다.
화엄이란 즉 보리를 얻음이니 그 기(機)가 훌륭한 것이지 교(敎)가 훌륭한 것은 아니다. 아함(阿含)은 다만 깨달음과 공(空)에만 치우친다. 그 기가 둔한 것이지 그 교가 천한 것은 아니다.
이를 미루어 논하자면 만약 근기가 뛰어나 큰 지혜를 이룬 사람은 아함을 듣고도 정각을 이루고, 근기가 얕아 지혜가 천박한 사람은 화엄을 들어도 하늘 밖으로 뛰쳐 나간다.” 하였다.
그는 이 글에서 일종의 교판(敎判:敎相判釋의 준말.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분하여 정리 해석함.)을 내세웠는데, 화엄은 연(緣)이 무르익은 보살과 상근기(上根機)의 범부를 위하여 갑자기 보리(菩提:깨달음)를 이룰 수 있음을 설하였다.
아함은 성문(聲聞)을 위해서 사제(四諦)를, 연각(緣覺)을 위해서는 십이인연(十二因緣)을 설하였으며, 방등(方等)은 보살을 위해서 육도(六度)를 설한 것이고, 법화(法華)는 앞의 삼승(三乘)을 위하여 구경아뇩다라삼막삼보리(究竟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설한 것이라고 보았다.
이 글에 의하면 이상의 네 가지 교의 동일한 근본원리가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그것은 바로 묘심(妙心)이라고 하였다. 또 선과 교의 관계에 대하여, 선은 교외별전(敎外別傳:말씀 이외에 따로이 전한 가르침)으로서 단적으로 불심을 전하지만, 이것은 최상근기(最上根機)라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는 최상승(最上乘)이라 하였다.
그러나 세간에는 최상승 근기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선문(禪門)에서도 임시로 교를 빌려 이로(理路:이론)·어로(語路:말)를 만들어서 하근기 사람들을 포섭한다고 설명하면서, 교를 하근기인 사람이 입선(入禪)하는 문호라고 하였다.
또 삼선일미(三禪一味)에 대하여, 의리선(義理禪)이니 조사선(祖師禪)이니 격외선(格外禪)이니 하지만 이것은 수행자의 근기로 말미암은 주관적 차별이지 결코 객관적으로 선을 나눌 수 없으며, 염화미소(拈花微笑)다 할(喝)이다 방(棒)이다 하지만 이에 참여하는 자가 그 의리를 모색하면 의리선으로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상과 같이 이 책에 수록된 <선교원류심검설>은 그의 사교일리(四敎一理)·교선일문(敎禪一門)·삼선일미 사상을 함께 알 수 있는 중요한 글로, 후세인에게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