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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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개념
자신의 아버지의 어머니를 가리키는 친족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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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자신의 아버지의 어머니를 가리키는 친족용어.
내용

흔히 조모(祖母)로 지칭되며, 할아버지의 배우자(配偶者)이다. 가족은 구성원의 출생, 분열, 사망이 거듭되므로 관찰하는 시점에 따라서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부계(父系)로의 가계존속을 중히 여기는 직계가족을 이념형으로 하며, 할아버지를 정점으로 하여 아들의 세대와 손자의 세대로 구성되는 삼세대형 가족을 그 전형으로 한다.

이런 전통적 가족에서 할머니는 가족의 의식주, 즉 살림살이를 관장하는 안어른이다. 이것을 주부권(主婦權)이라고 하는데, 가사전반을 지배관리하는 가장권(家長權)에 대하여 주부권은 소비권(消費權)이며 직접적인 운영권이다.

물론 이것은 가장권과 상호보완적인 것이며 실생활에서 개인적 성격이나 가족의 경제적 기반, 그리고 사회적 지위에 따라 내용을 달리한다.

할머니에 대한 친족용어의 어원과 쓰임새를 살펴보고 그것의 의미를 분석하는 것은 가족내에서 할머니의 이러한 지위와 기능을 이해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

친족들은 친족용어를 통하여 분류되고 범주화되며 그것에 따르는 권리와 의무, 경제적 교환, 의례적 협동 등 친족간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할머니에 대한 친족용어가 수록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송나라의 고려국신서장관(高麗國信書狀官)으로 고려에 왔던 손목(孫穆)이 1103∼1104년에 편찬한 ≪계림유사 鷄林類事≫로, 방언부(方言部)에 26가지의 친족용어를 포함하여 350여가지의 고려방언이 12세기 송대의 한자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중에 ‘고왈한료미(姑曰漢了彌)’라는 항목이 있다.

‘료(了)’를 ‘아(丫)’의 잘못된 표기로 보면 ‘고(姑)’는 고모(姑母)·조모(祖母)·외조모(外祖母)를 지칭했던만큼 이것이 지시하는 친족원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어휘항목들을 대조해볼 때 할아버지에 대한 항목을 비롯하여 여러 어휘항목들의 배열로 보아서 조모나 외조모를 ‘한어미’라고 했거나 자녀들을 통하여 시어머니를 우회적으로 지칭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 뒤 이것은 중세국어에서 ‘한’이 ‘할’로 되는 음운변천과정을 겪으면서 ‘할미’로 표시되기도 하였으며, 오늘에 이르러 ‘할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직계의식의 강화를 반영한 의미분화를 통하여 안동지방의 일부 반촌(班村)에서는 할아버지를 ‘할매’와 구분함으로써, 강화된 가계계승과 관련한 수직적 관계를 강조하기도 한다. 오늘날 할머니를 일컫는 데 사용되는 친족용어는 가족내에서 할머니의 지위와 기능이 다양한만큼 여러 가지가 있다.

경기도·충청도지역의 친족용어들을 모아서 정리한 최재석(崔在錫)의 ≪한국의 친족용어≫에 의하면, ‘할머니’·‘할머님’·‘할멈’·‘조모(祖母)’·‘조모주(祖母主)’·‘조모(祖母)님’·‘왕모(王母)’·‘현조비(顯祖妣)’·‘노조모(老祖母)’·‘가조모(家祖母)’·‘조비(祖妣)’·‘선조비(先祖妣)’·‘선조모(先祖母)’·‘존조모(尊祖母)’·선조모(先祖母)님’ 등이 할머니에 대한 친족용어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한자어 계통의 친족용어들은 어느 곳에서나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만 고유어로 된 친족용어들은 지역에 따라서 형태가 조금씩 다르며,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계층이나 연령에 따라 상이한 친족용어가 사용된다.

하지만 빈번한 주민의 이동이나 교육의 보편화 등에 의하여 이러한 언어의 특수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른바 표준형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맥락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므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대적 입장에 따라 적절한 용어를 구사해야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이것이 학식이나 인품, 사람됨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친족용어에는 친족을 직접 부르는 호칭과 간접적으로 지칭하는 명칭이 있다.

호칭은 친족간의 상호관계를 표현하는 것이고, 명칭은 친족내의 특정한 지위를 지칭하는 것인데, 친족용어에 따라서는 명칭으로뿐만 아니라 호칭으로 쓰이기도 하므로 명칭과 호칭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친족용어는 친족의 계보적 속성과 생물학적 특성 즉 혈족과 인척, 부계와 모계, 직계와 방계 및 세대(世代)·연령·성(性)·혼인여부 등에 의해 형태나 쓰임새를 달리한다.

우리 나라의 친족용어가 갖는 이러한 특성을 토대로 할머니에 대한 용어의 쓰임새를 살펴보면, 할머니를 일컬을 때 호칭의 경우 부르는 사람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관계없이 ‘할머님’·‘할매’·‘할무이’라고 하며, 손자며느리는 ㅁ형의 존칭어미를 붙여서 ‘할머님’·‘할맴’이라고 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큰어매’·‘큰어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또, 아들이나 며느리가 자녀들을 통하여 이러한 용어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명칭의 경우 할아버지가 생존하는지 사거(死去)했는지에 따라서 생존한 할머니를 지칭할 때는 ‘할머니’·‘할매’·‘큰어매’·‘조모’·‘가조모’ 등을 사용하고 손자며느리는 호칭에서와 마찬가지로 ㅁ형의 존칭어미를 붙여서 지칭한다.

사거한 경우 ‘조비’·‘선조비’·‘선조모’·‘존조모’ 등의 용어를 쓴다. 그리고 지방(紙榜)에는 ‘현조비’라고 쓰며, 편지글 머리에는 ‘조부주(祖父主)’라는 용어를 쓴다.

친족용어는 친족집단의 형태나 혼인규정 등을 인지하는 민속어휘로, 의미성분으로 구성된 하나의 의미영역이다. 따라서, 의미론적 분석을 통하여 친족체계를 정돈하는 개념적 원리와 인지규칙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할머니에 대한 친족용어들은 우리 나라의 가족제도가 삼세대형의 가족을 전형으로 하는 부계직계가족을 이념형으로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특히, 고려시대의 문헌에서 직계와 방계, 부계와 모계를 구분하지 않고 할머니와 같은 세대에 속하는 친족원을 모두 ‘한어미’라고 하였으나, 중세국어를 거쳐서 오늘날 이것을 구분하여 ‘큰어매’·‘할매’·‘외할매’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의미분화과정은 이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직계가족은 여러 세대가 함께 삶으로써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로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으며, 가장의 통제하에 가족의 노동력을 결집하여 가산을 늘리고 조상을 숭배하며 가족의 번영을 꾀하는 데 적합한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의 가족에서는 부부관계나 형제관계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 관계보다는 가계계승과 관련한 수직적 관계가 중시되며 전통이 존중된다.

그리고 효행·부창부수(夫唱婦隨)·삼종지의(三從之義) 등이 최상의 덕목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직계가족에서 할머니는 가족의 식사나 의복, 그리고 방의 사용 등 가사일에 대해 실권을 가진다.

그러나 며느리가 자녀를 출산하고 가사일에 익숙하게 되어 살림을 맡겨도 되겠다고 인정되면 며느리에게 주부권을 넘겨준다. 주부권의 이양시기와 방법은 곳에 따라 달라서 생전에 이양되는 곳도 있다.

주부권의 상징은 뒤주 열쇠와 찬광 열쇠로, 이 열쇠들을 넘겨줌으로써 살림을 물려주게 된다. 주부권의 이양과 함께 ‘안방물림’이라고 하여 그 동안 거처하던 안방을 며느리에게 물려준다. 그러나 주부권은 권한이라기보다는 의무로서의 성격이 강하며, 가계계승과 관련한 가장권의 상속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러한 가족의 포괄성과 연속성은 가족원으로 하여금 안정감과 강한 귀속감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환경과의 조화와 겸손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산업화 내지 도시화과정에서 전통적 가족유형인 직계가족이 감소하고 부부가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원의 수도 줄어들어 소인수화(小人數化)하고 있다.

유교적 이념이 지배하던 전통적인 가치관도 변화하여 서구적 혹은 민주적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일련의 새로운 가치관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직계가족은 이러한 수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수적인 크기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할머니는 우리 나라 가족제도의 이념형이라 할 수 있는 삼세대형의 직계가족에서 안살림을 관장하는 ‘안어른’이다.

참고문헌

『계림유사(鷄林類事)』
『한국가족연구』(최재석, 민중서관, 1966)
『한국가족의 구조분석』(이광규, 일지사, 1975)
『고려방언연구』(강신항,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1980)
『한국가족제도연구』(김두헌,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0)
『한국의 친족용어』(최재석, 민음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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