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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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개념
자신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친족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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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자신의 아버지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친족용어.
내용

흔히 조부(祖父)로 지칭하는 친족호칭이다. 가족은 구성원의 출생, 분열, 사망을 통해 생장과 소멸을 거듭하는 집단이므로, 관찰하는 시점에 따라서 형태를 달리할 수 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부계(父系)로의 가계존속을 중히 여기는 직계가족을 이념형으로 하는데, 할아버지를 정점으로 하여 아들의 세대와 손자의 세대로 구성되는 삼세대형 가족이 그 전형이다.

이러한 전통적 가족에서 할아버지는 가족을 대표하고 가족원을 통솔하며 가산(家産)을 관리하고 조상의 제사를 주재하는 사람으로, 혈연적 수직구조의 맨 위에 있는 웃어른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친족용어의 어원과 쓰임새를 살펴보고 그것의 의미를 분석하는 것은 가족내에서 할아버지의 이러한 지위와 기능을 이해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

친족들은 친족용어를 통하여 분류되고 범주화되며, 그것에 따르는 권리와 의무, 경제적 교환, 의례적 협동 등 친족간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친족용어가 수록된 가장 오래된 문헌은 송나라의 고려국신서장관(高麗國信書狀官)으로 고려에 왔던 손목(孫穆)이 편찬한 ≪계림유사 鷄林類事≫로, 방언부(方言部)에 26가지의 친족용어를 포함하여 350여 가지의 고려방언이 12세기 송대의 한자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 중에 ‘조왈한료비(祖曰漢了妣)’라는 항목이 있다. 여기에서 ‘료(了)’를 ‘아(丫)’의 잘못된 표기로 보면, 할아버지를 ‘한아비’라고 지칭한 것이 된다. 그런데 ‘구왈한료비(舅曰漢了妣)’라고 하여 ‘구(舅)’라는 친족원도 ‘한아비’라고 지칭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다른 문헌들에서 구(舅)는 외숙(外叔)·장인(丈人)·조부(祖父)·외조부(外祖父)를 지칭했던만큼 이것을 지시하는 친족원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어휘항목의 전체적 배열로 미루어볼 때 외조부를 지칭했거나 자녀들을 통하여 시아버지를 우회적으로 지칭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조선 중기까지의 여러 문헌들에서 조부와 외조부를 모두 ‘대부(大父)’라고 표기하고 있는 데서도 그 두 친족원을 구분하지 않고 ‘한아비’라고 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아비’의 ‘한’은 ‘큰’이라는 뜻이므로 ‘장부(丈父)’라는 표기와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그 뒤 1527년 최세진(崔世珍)이 지은 ≪훈몽자회 訓蒙字會≫에서는 이것을 ‘하나비’로 풀어서 표기하기도 하였으며, 중세국어의 음운변천과정을 겪으면서 ‘할아버지’로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직계의식의 강화를 반영한 의미분화를 통하여 안동지방의 일부 반촌(班村)에서는 조부를 ‘큰아배’라고 구분함으로써 가계계승과 관련한 수직적 관계를 강조하기도 한다.

오늘날 할아버지를 일컫는 데 사용되는 친족용어는 할아버지가 가지는 가족내에서의 지위와 기능만큼이나 다양하다. 경기도·충청도 지역의 친족용어들을 모아서 정리한 최재석(崔在錫)의 ≪한국의 친족용어≫에 의하면, ‘할아버지’·‘할아버님’·‘할아범’·‘할애비’·‘조부(祖父)’·‘조부주(祖父主)’·‘조부(祖父)님’·‘현조부(顯祖父)’·‘왕부(王父)’·‘가조부(家祖父)’·‘조고(祖考)’·‘선조고(先祖考)’·‘조부장(祖父長)’·‘대부(大父)’ 등이 할아버지에 대한 친족용어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한자어 계통의 친족용어들은 어느 곳에서나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만 고유어로 된 친족용어들은 지역에 따라서 형태가 조금씩 다르며, 같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사회계층이나 연령에 따라 상이한 친족용어가 사용된다. 하지만 빈번한 주민의 이동이나 교육의 보편화 등에 따라 이러한 언어적 특수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른바 ‘표준형’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맥락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므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대적 입장에 따라 적절한 용어를 구사해야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이것이 학식이나 인품, 사람됨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친족용어에는 친족을 직접 부르는 호칭과 간접적으로 지칭하는 명칭이 있다.

호칭은 친족간의 상호관계를 표현하는 것이고, 명칭은 친족내의 특정한 지위를 지칭하는 것인데, 친족용어에 따라서는 명칭으로뿐만 아니라 호칭으로 쓰이기도 하므로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친족용어는 친족의 계보적 속성과 생물학적 특성, 즉 혈족과 인척, 부계와 모계, 직계와 방계 및 세대(世代)·연령·성(性)·혼인여부 등에 의하여 형태나 쓰임새를 달리한다.

우리 나라의 친족용어가 갖는 이러한 특성을 토대로 할아버지에 대한 용어들의 쓰임새를 살펴보면, 우선 할아버지를 일컬음에 있어서 호칭의 경우 부르는 사람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할아버지’·‘할배’·‘할부지’라고 하며, 손자며느리는 ㅁ형의 존칭어미를 붙여서 ‘할아버님’·‘할뱀’이라고 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큰아배’·‘큰아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또, 아들이나 며느리가 자녀들을 통한 우회적 호칭으로 이러한 용어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명칭의 경우, 할아버지가 생존하는지 사거(死去)했는지에 따라서 생존한 할아버지를 부를 때는 ‘조부’·‘할아버지’·‘할배’·‘큰아배’ 등으로 하고, 손자며느리는 호칭에서와 마찬가지로 ㅁ형의 존칭어미를 붙여서 부른다.

사거한 경우 ‘조고(祖考)’·‘선조고(先祖考)’·‘조부장(祖父丈)’ 등의 용어를 쓴다. 그리고 지방(紙榜)에는 ‘현조고(顯祖考)’라고 쓰며 편지글 머리에는 조부주(祖父主)라는 용어를 쓴다.

친족용어는 친족집단의 형태나 혼인규정 등을 인지하는 민속어휘로, 의미성분으로 구성된 하나의 의미영역이다. 따라서, 의미론적 분석을 통하여 친족체계를 정돈하는 개념적 원리와 인지규칙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까지 살펴본 할아버지에 대한 친족용어들은 우리 나라의 가족제도가 삼세대형의 가족을 전형으로 하는 부계직계가족을 이념형으로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특히, 고려시대의 문헌에서 직계와 방계, 부계와 모계를 구분하지 않고 조부와 같은 세대에 속하는 친족원을 모두 ‘한아비’라고 하였으나, 중세국어를 거쳐서 오늘날 이들을 구분하여 ‘큰아배’·‘할배’·‘외할배’라는 용어를 쓰게 된 의미분화과정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할아버지를 정점으로 하는 직계가족은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함으로써 윗세대에서 아랫세대로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으며, 가장인 할아버지의 통제하에 가족의 노동력을 결집하여 가산을 늘리고 조상을 숭배하며 가족의 번영을 도모하는 데 적합한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의 가족에서는 부부관계나 형제관계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 관계보다는 가계계승과 관련한 수직적 관계가 중시되며 전통이 존중된다.

그리고 가장의 권위와 권력이 강조되어 가장이나 가계계승자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는 효행·부창부수(夫唱婦隨)·삼종지의(三從之義) 등이 가족원이 지켜야 할 최상의 덕목이다. 이러한 직계가족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상속제도이다. 이러한 직계가족에서는 혈연의 원리와 직계의 원리에 따라서 적출(嫡出)의 장자(長子)에게 가장권(家長權)이 상속된다.

가장권이 상속되는 시기와 방법은 곳에 따라서 할아버지의 생전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후에 일시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혈연의 원리와 직계의 원리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부모(侍父母)·봉제사(奉祭祀)·접빈객(接賓客)이라고 하여 부모를 봉양하고 제사를 받들며 집을 찾는 손님을 접대하는 장자는 상속에서도 우대를 받는다. 이것을 ‘적장자우대불균등상속(嫡長子優待不均等相續)’이라고 한다.

특히, 집의 계속성을 상징하는 가옥은 직계가족에서 분급(分給)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가족의 포괄성과 연속성은 가족원으로 하여금 안정감과 강한 귀속감을 갖게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환경과의 조화와 겸손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산업화 내지 도시화과정에서 전통적 가족유형인 직계가족이 감소하고 부부가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원의 수도 줄어들어 소인수화(小人數化)하고 있다.

그리고 유교적 이념이 지배하던 전통적인 가치관도 변화하여 서구적 혹은 민주적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일련의 새로운 가치관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직계가족은 이러한 수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수적인 크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가계계승선상의 장남은 비록 부모와 따로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혼인하여 분가하는 차남 이하의 자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태도와 생각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할아버지는 우리 나라 가족제도의 이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세대형의 직계가족에서 가장으로서 가족을 대표하고 가족을 통솔하며 가산을 관리하고 조상의 제사를 주재하는 ‘웃어른’이다.

참고문헌

『계림유사(鷄林類事)』
『한국가족연구』(최재석, 민중서관, 1966)
『한국가족의 구조분석』(이광규, 일지사, 1975)
『고려방언연구』(강신항,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1980)
『한국가족제도연구』(김두헌,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0)
『한국의 친족용어』(최재석, 민음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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