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神僧)으로, 신라십성(新羅十聖)의 한사람이다. 처음에 화랑 호세랑(好世郎)의 낭도가 되었다가 뒤에 안강현(安康縣) 적선촌(赤善村)에 은거하여 20여 년을 숨어 살았다. 600년(진평왕 22)에 안함(安含)과 함께 당나라에 가려고 이포진(泥浦津)에서 출발하였으나 풍랑을 만나 되돌아왔다.
그는 일생 동안 이상한 자취를 많이 남겼다. 국선(國仙) 구참공(瞿旵公)과 함께 하루 동안 사냥을 하면서 살생과 고기를 즐겨 먹는 구참공을 위하여 자신의 다리 살을 베어 소반에 놓아 올린 뒤 구참공을 꾸짖어 교화시켰다.
진평왕이 이 말을 듣고 그를 청하기 위하여 사자를 보냈으나 여자의 침상에 누워 자는 체하여 더럽게 여긴 사자를 돌려보냈는데, 돌아가던 사자가 도중에 시주의 집에서 칠일재(七日齋)를 끝내고 돌아오는 그를 만났다. 조사해보니 사실이었다고 한다.
그 뒤 갑자기 죽으니 마을 사람들이 이현(耳峴)의 동쪽에서 장사를 지냈다. 동네사람들이 그 때 고개의 서쪽에서 오는 혜숙을 도중에서 만나 어디로 가는가를 물으니, 이 땅에 너무 오래 살아 다른 데로 간다고 하였다. 그래서 관을 열어보니 짚신 한 짝만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안강현 북쪽에 있었던 혜숙사(惠宿寺)가 그가 머물렀던 곳이며 부도도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