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 ≪동국정운≫을 완성하고, 다시 한자의 중국음을 정확히 나타내기 위하여 당시 명나라에서 새로 엮은 ≪홍무정운≫의 음을 한글로 표기하는 작업을 착수하였다. 그 것이 문종 때 교열을 거쳐, 단종조에 와서 인출한 것이다.
한자 큰 자를 ‘홍무정운자’, 한글 자를 ‘홍무정운 한글자’라 일컬으며, 한자 작은 자는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이 활자는 1455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나 정확한 기록은 없다.
1455년에는 수양대군(首陽大君)이 사실상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그 해 윤 6월에 즉위하였는데, 그가 역훈에 참여해왔고, 인출 당시 안평대군(安平大君)은 이미 제거되었으므로, 이 활자의 제작과 인출을 주재한 인물은 수양대군인 듯하다.
이 한자 큰 자는 ≪동국정운≫의 활자와 매우 비슷하며, 송설체(松雪體)의 글씨에 능하였던 세조나 명필가가 쓴 자본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한글 큰 자와 묵개자(墨蓋子)도 그 붓놀림으로 보아 같은 인물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활자의 인본은 ≪홍무정운역훈≫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