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총 97장). 필사본. 가집의 본문은 이중의 서체(書體)로 필사되어 있다. 시조 한 수(首)를 수록할 때 가곡창(歌曲唱) 형식인 5장으로 분장하여 띄어쓰고 있다.
모두 651수의 시조를 곡조별로 수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277수는 작자명을 노래 끝에 밝혀놓았다. 651수 중 최종 2수는 책장(冊張), 지질(紙質), 필체가 다르게 보충 기록되어 있다.
편찬 경위는 분명하지 않으나 서문의 말미에 ‘歲旃蒙作噩四之月 旣生魄後五丁酉 龜隱手記于桃源僑居焉(세전몽작악사지월 기생백후오정유 구은수기우도원교거언 : 을유년 4월 16일이 지난 후 다섯번째 정유날 구은이 도원교거에서 손수 쓰다. ※旃蒙은 古甲子에서 십간의 乙, 作噩은 십이지의 酉)’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구은(龜隱)이라는 호를 가진 이에 의해 1885년(乙酉)에 엮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권두에 여러 사람의 서문과 가론(歌論)이 10여 면에 걸쳐 전재되어 있다. 『청구영언』에 실린 김득신(金得臣)의 서문을 비롯해, 송나라 오증(吳曾)의 『능개재만록 能改齋謾錄』에서 전재한 ‘가곡원류 논곡지음(歌曲源流論曲之音)’이 수록되었다.
『해동가요』 이후의 가집들에서 흔히 확인되는 ‘각조체격 가지풍도형용(各調體格 歌之風度形容 : 악조별 격식과 노래의 풍도를 형용한 설명)’ 및 ‘매화점장단 장고장단(梅花點長短 長鼓長短 : 가곡의 고저 장단에 대해 점을 표하여 나타낸 음악적 부호)’ 등에 대한 음악적 설명도 기재되어 있다.
이 악보는 수록된 시조의 작품배열이 『가곡원류』계 가집(특히 河合本 가곡원류)의 그것을 따르고 있다. 또 박효관·안민영이 편찬한 『가곡원류』의 서문과 그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가곡원류』 편찬 이후 그 일본(一本)을 토대로 편자가 얼마간의 첨삭을 가하여 편집한 『가곡원류』 계통의 가집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김득신의 서문과 ‘부창가지법(夫唱歌之法)’은 가람본 『청구영언』과 이 책에만 실려 있어, 순전히 『가곡원류』 계통의 가집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따라서 가집의 성격에 대한 보다 정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이 가집이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서문에 나타나는 시가관(詩歌觀)이다. 찬자는 「화원악보서(花源樂譜序)」에서 “노래〔歌〕라는 것은 나뭇가지〔柯〕이다. 노래에 말이 있는 것은 나무에 가지가 있는 것과 같다. ……노래가 끝내 없어질 수 없음은 나무에 가지가 없어질 수 없음과 같이 분명하다.”고 하여 노래의 영속성을 나무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 “노래〔歌〕는 본디 심성에서 나오는 것이니 즐거워 노래하기도 하고 근심스러워 노래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괴로워서 노래하기도 하고 느낀 바 있어 노래하기도 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노래를 자연스런 성정(性情)의 발로로 보는 표현론적 시가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가관은 노래가 풍교(風敎)의 도구가 된다는 기존의 관념론적 시가관을 벗어난 것으로서, 노래가 인간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표현매체임을 표명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면서도 “우리 나라 고금의 노래를 모아 분류 수집하여 뺄 것은 빼고, 아주 음란한 것은 버린 다음 간추려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고 한 곳에서는 편자의 일정한 성정적 편집 기준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가집은 『청구영언』·『해동가요』·『가곡원류』 등 이른바 3대 시조가집의 편찬 이후, 실용적 목적에서 여러 무명 가객에 의해 활발한 가집 편찬이 이루어졌던 시기의 가집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추측된다. 가집들이 편찬되던 시기상 최종 지점에 놓이는 가집이라 생각된다. 이능우가(李能雨家)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