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협의 어록인 「농암선생어록」과 동생 김창흡의 어록인 「삼연어록(三淵語錄)」을 같은 책에 수록함으로써, 두 학자의 학문과 사상을 연계시켜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 책의 전반부는 『농암집』「별집」 권3에 수록된 「농암선생어록」과 내용이 거의 동일하므로 원래의 편자가 김창협의 제자였던 어유봉(魚有鳳)임을 알 수 있고, 후반부 「삼연어록」에서도 조명리(趙明履)와의 문답내용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따라서 이 필사본은 김창협과 김창흡의 학맥을 잇는 낙론(洛論)계열 학자들에 의해 편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필사본. 간행자와 간행연대는 미상이다.
「농암선생어록」은 김창협이 제자였던 어유봉과 일상에서 주고받은 대화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77개 항목으로 정리되어 있다. 김창협은 다독보다는 회의를 통한 정밀한 사유가 독서의 요점임을 제시하면서 일상의 실천적 행위를 강조한다. 또한 유가경전의 주요구절에 대한 친절한 주석을 덧붙이고 있다. 즉 격물(格物), 자기(自欺), 지각(知覺) 등에서 김창협의 독특한 견해를 제시받을 수 있고, 이러한 견해는 대부분 『농암집』의 편찬에 그대로 원용되고 있다. 특히 이기론에서 이황과 이이의 견해차이를 마음의 측면과 심신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점으로 차별화시키는 있다. 아울러 도덕적 마음도 기의 제한보다는 상황에 따른 심리적 가변성을 통해 달라질 수 있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견해는 「사단칠정론」을 통해 보다 구체화되는데, 어유봉은 그러한 우여곡절에 대해 「어록」의 말미에서 자세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후반부에 기록된 「삼연어록」은 당대의 정계와 학계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 김창협과는 달리, 은거하며 학문연구에만 몰두했던 김창흡의 평소 언행을 기록한 글이다. 140여 조목에 이르는 「어록」에는 이기론, 심성론, 하도와 낙서 등 성리학계의 주요 쟁점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김창협과 비교할 때 미발(未發)에 관한 견해에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김창흡의 견해가 산발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당시 인물성동이론의 주요 주제와 연계됨으로써 농연(農淵)학파의 형성에 기여하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농연선생어록』은 김창협과 김창흡이 문인들과 주고받은 일상에 대한 관심과 학문을 종합하여 정리함으로써, 두 학자의 사상적 경향과 당대의 문제의식을 조망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