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별저(別著)인『한어입문(韓語入門)』과 자매편을 이루며, 한국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실제 현실 상황에서 응용해 볼 수 있도록 실용성이 고려된 학습서이다.
저자 호세코 시게가스는 무엇보다 1881년(명치 14)에 낸 『교린수지(交隣須知)』와 1882년(명치 15)에 낸 『인어대방(隣語大方)』의 인쇄자이자, 1883년(명치 16)에 낸 『교린수지(交隣須知)』의 산정자(刪正者)로서 우리에게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생몰년은 알 수 없으며, 다만 그가 일본 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났고, 일찍이 부산에 건너와 한국어를 배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의 한국어 능력은 탁월했으며, 그로 인해 외무성에 고용되어 당시 부산으로 옮겨온 조선어학소의 한국어 학습서 인쇄에 직접 관여했다.
호세코 시게가스는 조선어학소 교수로 근무하던 우라세 히로시[浦瀨裕]를 도와 근대 이래의 한국어 학습서의 대표격이었던 『교린수지』와 『인어대방』을 정리하여 간행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으나, 1883년(명치 16)에 이르러서는 이와 결별하고 동일명의 독자적인 학습서를 제작하였다.
기존의 한국어 학습서에 대해 나름대로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어입문』을 비롯한 『선린통어(善隣通語)』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회화용 한국어 학습서가 저술되었던 것이다.
활자본. 표제는 『일한선린통어(日韓善隣通語)』이다. 상·하 2권 2책. 상권은 제서(題書) 2장, 서(序) 2장, 서언 1장, 범례 2장, 목차 4장 및 본문 29장을 합하여 40장이며, 하권은 본문 29장, 발문 2장, 정오(正誤) 1장 및 판권지 1장으로 도합 3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어입문』이 문법과 기본 어휘에 중점을 둔 한국어 학습의 입문서라면 『선린통어』는 언어 운용의 실용적인 면에 보다 중점을 둔 회화용 학습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서문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일간의 무역업에 종사하는 일본인을 위하여 만들어진 실용학습서이다.
이 책은 2편 21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권에는 1편 17장(章)까지가 수록되어 있으며, 하권에 1편 4(章)장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상권에서는 한국어의 발음과 기본적인 문법 및 어형을 기술하였다. 하권에서는 주로 한국어 회화에 있어서 경어체와 반말체를 구분하여 해설하였다.
한국어의 발음에 대해서는 『한어입문』과 마찬가지로 99음도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자음동화 현상을 기술하는 등 비교적 발음의 실용적인 측면을 배려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범례와 같이 한국어 문장에 일본어 대역과 발음을 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어입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면이라서 흥미롭다. 또 기본 어휘에 있어서도 「연월일수(年月日數)」, 「상어문답(商語問答)」등의 항목을 마련하고 있는 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용적인 측면, 특히 상업활동에 필요한 회화용어를 중시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은 문답형식을 취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필요한 설명을 부여하고 있다. 이 같은 형식은 『한어입문』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점도 이 책의 실용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이 책에는 방언에 대한 기술과 경어에 대한 기술도 보인다. 이런 기술은 종래의 한국어 학습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국어에 대한 체계적인 관찰이라고 할 수 있다.
『선린통어』는 『한어입문』과 함께 에도(江戶)시대에 사용되어 온 『교린수지』를 부분적으로 계승함과 동시에 발전적인 전환을 꾀한 것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한국어의 음운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근대 일본에 있어서 각 지역의 방언 조사가 본격화된 것은 1902년에 국어조사위원회가 설치된 이후의 일이다. 1880년의 시점에 만들어진 『선린통어』에 한국과 일본 양국의 방언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이 책의 근대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