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소설 ()

현대문학
개념
잡지의 공공성과 작가의 창조성이 의미있게 병존하는 소설.
정의
잡지의 공공성과 작가의 창조성이 의미있게 병존하는 소설.
개설

발표매체를 기준으로 소설은 크게 신문소설, 전작소설, 그리고 잡지소설로 나눌 수 있다. 이런 분류는 발표매체에 유래한 명칭일 뿐 그 자체로 특별한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었으나,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각의 소설들이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단순화하자면 신문소설은 대중의 기대지평을 보다 직접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초기 신문소설의 공공성과 문제성을 잃고 대중소설적인 면모를 보여왔고, 전작소설은 각 작가의 고유한 역사지리지가 고스란히 관철된 실험적인 소설이 주를 이루어왔고, 잡지소설은 잡지에 실린 소설이라는 특성상 각 잡지가 추구하는 편집방침, 그러니까 공공성과 각 작가의 고유성이 서로 길항하는 특징을 보여왔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한국소설사를 대표하는 다수의 소설이 사실은 잡지소설이며, 특히 단편의 경우 잡지소설이 한국소설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단연 압도적이다.

연원 및 변천

한국 잡지소설의 역사는 초기 신문소설이 이룩한 업적이나 의미에 비해 출발도 늦고 그 역할도 미미했다. 신문소설이 19세기말부터 이미 발표되기 시작해 20세기 들어 이인직, 이해조 등의 소설이 발표되면서 근대소설의 흐름을 주도한 것에 비해, 잡지소설사에서 그마나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 이해조의 「잠상태(岑上苔)」가 『소년한반도』에 발표된 것은 1906년 무렵이었다. 그러나 이후 『태극학보』, 『대한유학생회회보』, 『소년』 등의 잡지가 활발하게 간행되면서 잡지소설은 한국소설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1910년 『소년』지에 이광수의 「어린 희생」과 단편 「무정」이 발표되면서 잡지소설은 한국근대문학, 특히 근대단편소설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한국근대사에는 『개벽』, 『신생활』, 『조선지광』, 『조광』, 『비판』, 『신동아』, 『삼천리』 등 종합잡지와 『조선문단』, 『예술운동』, 『조선문예』, 『문예공론』, 『문예월간』, 『신소설』, 『조선문학』, 『문장』, 『인문평론』과 같은 다양한 문학잡지가 쏟아져 나왔다. 이와 동시에, 그 각각의 잡지마다 한국근대문학사를 풍요롭게 만든 수많은 명편들을 수록하여 잡지소설은 명실상부한 한국문학의 중심으로 자리해왔다. 이러한 잡지소설의 기세는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어 해방 이후는 주로 『현대문학』, 『자유문학』, 『월간문학』, 『문학사상』, 『문학정신』 등의 월간지나 『창작과비평』, 『문학과 지성』, 『문학과 사회』, 『실천문학』, 『세계의 문학』, 『문예중앙』, 『작가세계』, 『동서문학』, 『문학동네』,『자음과 모음』 등 계간지에 수록된 잡지소설들이 한국소설을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

내용

잡지는 고유의 ‘편집방침’을 만들고, 이를 통해 나름의 세계질서를 구현하고자 한다. 그런 까닭에 잡지의 편집인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수록되는 잡지소설은 전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그 편집 방침을 수용하기 마련이다. 잡지소설의 이러한 특성은 잡지소설을 대중의 기대지평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신문소설과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자유분방한 사고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전작소설 중간쯤에 위치시키게 된다. 다시말해 잡지소설은 잡지의 방향성(혹은 공공성)과 작가의 고유성이 의미 있게 병존시키는 특성을 보인다. 또한 잡지의 특성상 주로 단편소설이 많이 수록되는데, 그 때문에 잡지소설은 단편소설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

한국의 잡지의 역사는 놀랄 만큼 다양하고 풍성하다. 그만큼 나름대로 구현하고자 한 세계상이 다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근대 이후 수많은 잡지들이 명멸했으며, 이 수많은 잡지들에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단편소설들이 잡지소설의 형태로 발표되었다.

잡지소설은 초장기에는 『소년』, 『청춘』, 『개벽』, 『조선지광』, 『조광』 등 종합잡지에, 그리고 문학잡지들이 출현한 1920년대 중반 이후에는 문학잡지에 집중적으로 발표되었다. 이광수의 「어린 희생」(『소년』, 1910.2~5)를 시작으로 현상윤의 「박명」(『청춘』, 1914.2),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창조』, 1919.2~3),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고리」(『개벽』, 1921.8~10), 현진건의 「술권하는 사회」(『개벽』, 1921.11), 조명희의 「땅속으로」(『개벽』, 1925.2~3), 최서해의 「탈출기」(『조선문단』, 1925.3), 이기영의 「농부 정도룡」(『개벽』, 1926.1~2), 염상섭의 「남충서」(『동광』, 1927.1~2), 한설야의 「과도기」(『조선지광』, 1929.4), 이상의 「십이월 십이일」(『조선』, 1930.2~7),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사해공론」, 1936.4),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신동아』, 1935.1), 이태준의 「가마귀」(『조광』, 1936.1), 허준의 「탁류」(『조광』, 1936.2), 김유정의 「동백꽃」(『조광』, 1936.5), 김동리의 「무녀도」(『중앙』, 1936.5), 최명익의 「심문(心紋)」(『문장』, 1939.6), 김남천의 「경영」(『문장』, 1940.10), 최정희의 「천맥」(『삼천리』, 1941.1~4), 김사량의 「유치장에서 만난 사나이」(『문장』, 1941.2), 유항림의 「농담」(『문장』, 1941.2), 황순원의 「별」(『인문평론』, 1941.2) 등은 바로 근대 초창기부터 일제시대까지 각종 잡지에 발표된 잡지소설의 대표작들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몇몇 중요한 장편소설이 잡지소설의 형태로 발표되는데, 그중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염상섭의 「묘지(후에 「만세전」으로 개작됨)」(『신생활』,1922.7~8), 박태원의 「천변풍경」(『조광』, 1936.8~1937.9), 채만식의 「천하태평춘(후에 「태평천하」로 개작)」(『조광』, 1938.1~9) 등이 있다.

해방 이후에도 잡지소설이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해방 이후 잡지소설의 특징은 주로 월간지와 계간지 등으로 간행된 문학잡지에 주로 발표된다는 것이다. 해방 이후 발표된 잡지소설의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허준의 「잔등」(『대조』, 1946.1,7), 김동리의 「혈거부족」(『백민』, 1947.3), 염상섭의 「이합」(『개벽』, 1948.1), 채만식의 「민족의 죄인」(『백민』, 1948.10, 1949.1), 손창섭의 「공휴일」(『문예』, 1952.6), 이호철의 「탈향」(『문학예술』, 1955.7), 장용학의 「요한시집」(『현대문학』, 1955.7), 김성한의 「바비도」(『사상계』, 1956.5), 선우휘의 「불꽃」(『문학예술』, 1957.7), 박경리의 「불신시대」(『현대문학』, 1957.8), 오상원의 「모반」(『사상계』, 1958.9), 황순원의 「소나기」(『신태양」, 1959.4), 이범선의 「오발탄」(『현대문학』, 1959.10), 최인훈의 「광장」(『새벽』, 1960.11), 전광용의 「꺼삐딴·리」(『사상계』, 1962.7),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사상계」, 1965.6), 박태순의 「정든 땅 언덕 위」)(『문학』, 1966.9),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문학』, 1966.10), 서정인의 「강」(『창작과비평」, 1968.3), 신상웅의 「히포크라테스의 흉상」(『사상계』, 1968.6), 이문구의 「장한몽」(『창작과비평』, 1970.12~1971.9), 황석영의 「객지」(『창작과비평』, 1971.3), 윤흥길의 「장마」(『문학과지성』, 1973.3), 천승세의 「황구의 비명」(『한국문학』, 1974.8), 서영은의 「사막을 건너는 법」(『문학사상』, 1975.4),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문학과지성」, 1976.12), 최인호의 「개미의 탑」(『문학사상』, 1977.2), 김성동의 「만다라」(『한국문학』, 1978.12), 오정희의 「저녁의 게임」(『문학사상」, 1979.1),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문학사상』, 1979.11), 박범신의 「겨울강, 하늬바람」(『문예중앙』, 1979.12),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세계의문학』, 1980.3),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문예중앙』, 1980.9~1982.6), 최수철의 「공중누각」(『우리세대의문학』,1983.1), 조정래의 「태백산백」(『현대문학』, 1983.9~), 김원우의 「장애물경주」(『문학사상』, 1984.10),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현대문학』, 1985.1), 이인성의 「당신에 대하여」(『외국문학』, 1985.3), 이승우의 「구평목씨의 바퀴벌레」(『문학사상』, 1986.5), 양귀자의 「한계령」(『한국문학』, 1987.8), 김원일의 「마당깊은 집」(『문학과사회』, 1988.6~9), 임철우의 「붉은 방」(『현대문학』, 1988.8), 방현석의 「새벽출정」(『창작과비평』, 1989.3), 채영주의 「회전목마를 위하여」(『샘이깊은물』, 1989.11),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문학정신』, 1990.8), 구효서의 「늪을 건너는 법」(『문예중앙』, 1991.3), 하일지의 「경마장은 네 거리에서」(『세계의문학』, 1991.3), 김소진의 「처용단장」(『문예중앙』, 1993.3), 윤대녕의 「말발굽소리를 듣는다」(『문학사상』, 1993.8), 현기영의 「마지막 테우리」(『문예중앙』, 1994.3), 윤영수의 「사랑하라, 희망없이」(『현대문학』, 1994.7), 신경숙의 「외딴 방」(『문학동네』, 1994.12~1995.9) 등이 있다.

이 목록만 살펴보아도 잡지소설이 한국소설사의 진화를 주도해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뿐더러, 이를 통해 한국소설사에서 잡지소설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한국의 잡지소설은 잡지라는 근대적 매체의 출현과 더불어 줄곧 단편소설은 물론이거니와 장편소설까지도 포함한 한국소설의 발전을 주도해왔다. 이는 잡지소설에 잡지의 공공성과 작가의 독창성의 병존이 요구되었고, 한국의 작가들이 그 요구를 위대한 소설로 충분히 승화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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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민 편,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상, 하』, 아세아문화사, 1991.
김근수, 『한국잡지개관 및 호별목차집』, 한국학연구소, 1988(재판)
서동욱, 『일상의 모험』, 민음사, 2005.
집필자
류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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