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연적은 벼루에 먹을 갈 때 쓸 물을 담아두는 그릇으로, 고려시대에는 주로 청자로 만들었고, 조선시대에는 분청사기와 백자로 만들었다. 비교적 큰 이 연적의 옆 팔면에는 「소상팔경도」의 아름다운 전경과 분위기가 그림과 당나라 시인 가도(賈道, 777~841)의 시구로 묘사되어 있다.
면에는 용무늬와 구름무늬를 음각과 양각으로 조각였는데, 뭉실뭉실 피어나는 구름 사이로 문득 문득 용의 몸이 휘감아 돌고 있는 모습을 매우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윗면의 문양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음각과 양각기법으로 조각한 후 청화채색기법을 적절하게 이용함으로써 나는 용의 모습과 중첩된 구름 문양들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으며 신비감을 더 해주고 있다.
여덟 면 가운데 정면에 해당되는 면 상단에 병(甁) 모양으로 양각된 출수구가 있다. 그 바로 밑면에 청화안료로 ‘동정추월(洞庭秋月)’이라 하여 주제를 밝히고, 그 좌측에 송하문동자(松下問童子), 우측에는 장한강동거(張翰江東去)라는 시구(詩句)를 각각 적어 놓았다. 이 내용은 가도가 지은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의 구절 일부를 바꿔서 인용한 것이다. 즉, 동정추월의 장면을 그림이 아닌 시로써 대신하여 묘사하였다. 나머지 7면에는 소상팔경의 구체적인 주제가 뚜렷하게 표현되지는 못하였으나 그림의 꽉 짜인 구도 등 회화적인 면이 돋보이는 산수화가 묘사되어 있다.
다양한 표현기법과 함께 코발트빛 청화안료를 사용하여 무늬를 표현한 이 백자연적은 회화적인 기량이 돋보이는 도자기이다. 특히 윗면 문양의 생동감 있는 표현 등은 19세기에 제작된 연적의 시대적인 특징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