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종통호(十種通號)」부터 「사탑단당(寺塔壇幢)」까지 64편으로 나누어 약 2천여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 각 편마다 유래와 대략적인 의미를 서술하고 하나하나 전거를 제시하며 단어의 뜻[語義]을 해설하고 있는데, 제59편인 「통론이제(統論二諦)」와 같이 범어와 관련이 없는 것도 실려 있다. 2003년 2월 3일 보물로 지정되어, 계명대학교 동산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판본은 간기(刊記)를 잃었으나 조선시대 세조 연간에 많이 보이는 고정지(藁精紙: 귀리의 짚을 원료로 만든 종이)로 찍은 책이고, 1457년(세조 3)에 『대장경』 50질과 더불어 『법화경』, 『수능엄경』 등과 함께 100벌씩 찍어내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세조실록』세조 5년 8월 임신일(23일)에 첨지중추원사(僉知中樞院事) 송처검(宋處儉)을 일본국의 통신사로 파견할 때 보낸 예물 가운데 『대장경』 한 질과 더불어 이 『번역명의집』 2부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어 그 전후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세조 7년 4월에는 대마도주(對馬島主), 세조 8년 정월에는 유구국왕(琉球國王), 세조 10년 7월에는 대마도주, 세조 13년 8월에는 유구국에 보낸 기록이 나온다.
14권 8책으로 구성된 목판본으로, 각각 33㎝×24.5㎝이다. 원래는 7권으로 편찬하였던 것이나 이 책은 14권 8책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 권말에는 ‘소주경덕사보윤대사행업기(蘇州景德寺普潤大師行業記)’가 실려 있어 저자인 승려 법운이 소주 경덕사의 승려로 호는 무기자(無機子), 법호는 보윤(普潤)이었음을 알 수 있다. 권1의 권수제(卷首題) 상단에는 ‘교정(校正)’ 인(印)이 찍혀 있다.
권2와 권7의 권수제 아래에 ‘거이(鉅二)’, ‘거칠(鉅七)’, 권9 말에 ‘야이(野二)’ 등으로 천자문 함차(函次) 표시가 있어 대장경으로 편찬되었던 책을 저본으로 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권14 말에 원나라 대덕 5년(1301)의 행업기(行業記)가 붙어 있어 원나라 『적사판대장경(積砂版大藏經)』을 저본으로 하였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만력 12년(1584) 명나라 북장(北藏)을 증보한 만력판(萬曆版)에 편입되었다고 알려져 왔으나 훨씬 이전에 대장경에 편입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지질 등 기타 간행 상황으로 보아 조선 세조 때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귀중한 책이다. 또한, 완질이 갖춰진 희귀한 자료로 불경 편찬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