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자암지는 한라산 영실 서북쪽에 위치한 해발 1,200m 고지대에 있는 사지로, 1993년에 존자암지가 발굴 조사되면서 이 세존사리탑이 수습되어 본래의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사이의 사리탑으로, 2000년 11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이 사리탑의 전체 높이는 245.5㎝로, 제주도 현무암으로 조성되었으며, 네 단계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모양은 석종형(石鐘形)에 속하나 장구형(長球形)으로 제주도에서 유일한 형태이다. 기단부 하석(下石)은 여러 개의 돌로 팔각을 만들었고, 그 위에 원통형으로 된 중석(中石)이 있다. 중석 가운데에는 돌출된 주연(周緣)을 둔 사리공(舍利孔)이 있으며, 그 위에 종의 형태로 만들어진 탑신이 있고, 그 위에 옥개가 있다. 탑신의 지름은 80㎝, 높이는 약 90㎝이다. 팔각으로 이뤄진 하대석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팔각원당형(八角圓堂形) 사리탑의 기본 양식을 계승하고 있다.
현재 세존사리탑은 사지에 보존되어 있으나 존자암 복원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곧 존자암 사리탑으로서 본 위상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세존사리탑은 제주도 내의 유일한 부도이며, 팔각대석과 사리공 시설은 보기 드문 예이다. 이 사리탑의 옥개석과 보주는 같은 돌로 조각되어 있는데, 이 점이 우리나라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 탑의 괴임돌에 사리공을 마련하고 장구형 탑신석 위에 옥개석을 덮어 정상에 보주를 장엄한 양식 등 각 부의 다듬은 모양과 건조 수법으로 보아 건조 연대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