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영향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정신병에 의한 것, 우울증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정신병을 낳게 한 것, 그 우울증을 낳게 한 것 가운데에는 사회의 영향이 일부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자살은 산업사회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제적인 풍요와 정치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서 오히려 자살율이 높고, 산업화가 덜 된 나라에서 자살율이 낮은 편이다. 산업화와 자살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사회는 바로 경제적 풍요로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제적 풍요로움을 따라가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 이유의 가장 높은 이유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 근거이다.
그리고 자살율은 에밀 뒤르케임의 연구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집합의식이 높은 사회일수록, 또는 집합의식을 강조하는 종교일수록 자살율은 낮다. 집합의식과 자살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뒤르케임은 집합의식이 낮은 사회에서 자살율이 높다고 하였지만 그러나 또한 사회에 의한 비합리적 집합적 강제가 높은 사회에서 자살율이 높다. 미모지상주의 사회일수록, 물가 수준이 높고 과시적 소비가 높은 사회일수록 자살율이 높다.
자살이 증가하는 두 요인은 ‘산업화’, ‘사회 문화적 요인’의 둘을 꼽을 수 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집합의식이 약화되고, 경제적 압박은 높아진다. 그에 사회문화적 요인까지 부가되면 자살은 증가한다.
자살의 원인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살하도록 몰아붙인 사회적 요인들에서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자살이 사회적 요인이라면, 경제적 삶의 조건, 교육열, 사회적 과시, 사회적 인정 등이 주된 독립변수로 가정불화, 외로움·고독,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는 사람,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자살로 이어질 확률은 낮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살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곧 자살의 사회적 요인을 신뢰가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자살율은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 자살이 5% 정도를 차지하는 등 매우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와 노인 자살, 여성 자살, 연예인 자살의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사회 문제들은 매우 많고 그 사회 문제들의 순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회 문제들이 높은 이유는 한국사회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사회 압력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자살율이 높은 것 역시 한국 사회의 각종 사회 압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회보다 한국사회에서 자살율이 높은 이유는 한국인 개인의 속성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집합적 힘이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부정적인 집합적 힘, 곧 사회 압력의 영향으로 보인다. 우울증이나 각종 정신 질환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지만, 우울증이나 정신 질환의 원인도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압력의 영향에 의한 부분이 더 적지 않다.
한국사회의 경제 수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주택 가격, 사교육비, 생활비용 등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사회문화적 사회 압력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가부장적 권위주의, 외모지상주의, 사회적 과시, 두주불사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자살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각종 사회 압력을 축소하거나 해체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주택 가격, 물가, 교육비용 등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집합적 강제력인 미모지상주의, 사회적 과시, 두주불사 등의 사회 압력 역시 축소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