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빙기의 한랭한 시기가 1만 5000년 전에 끝나면서 전지구적으로 광범위하게 온난화가 나타났다. 물론 서기전 1만 950년경에 갑자기 빙기와 비슷한 상황으로 바뀌기도 하였다. ‘영거 드리아스(Younger Dryas)’로 알려진 1100년 동안의 갑작스런 한파가 약 5000년 전까지 지속되어 오다가 온난한 환경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사라졌다. 기후는 영거 드리아스 말 이래로 비교적 안정을 보이지만, 지난 1만년 동안 끊임없이 작은 진동이 있었다. ‘본드 이벤트(Bond events)’로 알려진 이런 진동은 매 1500년마다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서기전 2200년의 본드 이벤트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아나톨리아, 그리스, 이스라엘, 인도, 아프가니스탄, 중국을 포함하는 여러 유라시아 지역의 고대 도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마지막 본드 이벤트는 ‘소빙기’로 알려진 1450~1850년 사이의 시기로 북부 유럽인들에게 미친 영향이 컸다. 소빙기에는 알프스의 곡빙하가 오늘날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왔다. 소빙기가 끝난 이후인 오늘날에는 전세계적으로 빙하가 후퇴하고 있다.
마지막 빙기 이후에 발생하였던 온난한 시기 동안 전 세계의 수렵 · 채집 사회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상상할 수 없는 환경변화를 겪었다. 90∼120m의 해수면 상승과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급속히 확장되는 숲, 알라스카와 시베리아를 잇는 육교의 단절, 북아메리카 · 스칸디나비아 · 알프스 빙상의 빠른 감소 등이 그 예이다. 인류는 세계 도처에서 이런 기본적인 환경변화에 놀라울 정도의 적응력을 발휘하였다.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농업과 가축 사육을 시작하여 자신의 식량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화분분석 결과에 의하면, 한반도는 1만 년 전 이후부터 온난해지면서 후빙기로 접어들어 습윤한 시기와 건조한 시기가 반복되었다.
마지막 빙기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기후에 대한 연구는 불확실한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는 기초가 된다. 특히 후빙기에 들어서도 일시적으로 한랭한 시기도 있었고, 더욱 온난한 시기도 있었다. 역사시대 이후로는 중세에 온난기와 근세 소빙기가 있었다. 이와 같은 크고 작은 기후변화의 원인을 밝힘으로써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빙기 기후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