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필사본, 첩장, 1첩. 38.2×17.6㎝
「서거정 필적(徐居正 筆蹟)」은 1476년(성종 7) 1월말 우리나라에 온 명나라 사신 호부낭중(戶部郞中) 기순(祁順:東莞人, 1460년 진사, 자 致和, 호 巽川)과 사신일행을 맞이했던 원접사(遠接使) 서거정(徐居正)의 글씨가 함께 실려 있는 서첩이다. 이 서첩의 표지에는 ‘천사사한진적(天使詞翰眞蹟)’이라 쓰여 있다. 표지를 제외한 서첩의 안쪽에는 기순의 필적 3면, 서거정의 필적 3면, 필자미상의 발문 2면이 실려 있다.
서첩 앞쪽에는 기순이 40일쯤 머문 뒤 3월 11일에 의주 의순관(義順館)에서 당시 통역을 맡았던 사역원 정(司譯院正) 장유화(張有華)에게 지어 써준 오언장시(五言長詩)가 실려 있다. 그리고 서첩 뒤쪽에는 기순이 사신으로 왔던 1476년 당시 원접사(遠接使) 겸 관반(館伴) 겸 반송사(伴送使)를 맡았던 좌참찬 서거정이 그해 6월 갑술일(3일)에 역시 장유화에게 지어 써 준 「증장원정서(贈張院正序)」가 실려 있는데 앞부분은 탈락되어 있다. 서첩의 말미에는 이 서첩을 얻은 사람이 ‘무신년(1718년)에 이 필적을 김홍기(金弘基:자 復初)에게서 얻어 이를 첩으로 장황했다’는 1736년(영조 12) 9월 14일의 발문이 함께 첨부되어 있다.
이 서첩에 실린 서거정의 글씨는 조선전기에 유행했던 송설풍과는 달리 특정한 서법을 따르지 않는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강한 독특한 필법을 보이고 있다.
서거정의 행서 원문은 그의 문집인 『사가집(四佳集)』권6 「증장원정서(贈張院正序)」에 실려 있으며, 『통문관지(通文館志)』권7에도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조선 초기의 서예유물은 매우 희귀한데, 이 서첩은 원형 그대로 남겨진 15세기 조선의 문인명필 서거정의 대표적인 필적이다. 뿐만 아니라 명나라 사신의 필적이 함께 실려 있어 양국의 교류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필적이다. 각 글씨 끝에는 연월일과 관직, 인명(人名) 그리고 자호(字號)가 기록되어 있고 이 필적의 전래과정을 알려주는 영조 12년의 발문은 작품의 가치를 한층 높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