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4월 30일에 문학세계사(文學世界社)에서 간행하였다. 작자의 세 번째 시집이다.
‘풀꽃 하나로서의 자아(自我)’라는 시인의 서문과 ‘건강한 긍정과 당당한 푸르름’라는 김광규(金光圭)의 해설과 더불어 총 65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1부에서 4부까지 ‘정형외과병동(整形外科病棟)에서’, ‘무너지는 사내’,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이슈마엘에게’라는 표제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집은, 현실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긍정적 시선이 긴장 관계를 보이는 주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삶을 억압과 죽음과 어둠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을 보이는 작품들로는 「5월의 물달개비」,「무너지는 사내」,「봄밤의 꿈」,「풍치(風齒)」,「낙엽」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한계에 대한 적극적 수용에는 ‘어둠은 어둠을 노래함으로써 초월될 수 있다’는 시인의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돌아오지 않은 것들을」,「잡초(雜草) 기르기」등의 작품에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향한 시인의 의식은 절망과 죽음의 현실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생명에 대한 외경과 삶에 대한 사랑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긍정적 시선은 강인한 대상보다는 주로 연약한 대상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시집의 서문에서 시인이 고백한 대로, ‘보잘것없는 풀꽃’이나 ‘작은 새 한 마리’와 같은 연약한 대상은 시인 자신이다.「망초꽃 하나」,「씨앗」,「부리」같은 작품들이 그 예이다. 이렇게 시인과 동일시된 연약한 개체는, 강인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현실 한계의 극복 의지를 더 강하게 환기시키게 된다.
이 시집의 시적 상상력은 시인 자신의 실제적 체험을 토대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진술 언어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관념적 언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집은 일상의 체험과 밀착하여 삶의 진리를 도출하고 있으며, 삶의 어둠과 절망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그것에 굴하지 않고 건강한 긍정으로 승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