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m. 158면. 1983년 11월 20일에 문학사상사에서 발행되었다. 시인의 자서와 김열규의 해설이 달려 있다. ‘지옥의 코드로 울리는 음악’, ‘삶이 있는 신비화음’, ‘배꼽을 위한 연가’, ‘야시장터에서’, ‘저승새를 위한 장엄미사’, ‘에밀레 광시곡’, ‘사랑을 위한 모음곡’, ‘기억을 닫으며’의 8부로 나뉘어 81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김승희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은 김승희의 두 번째 시집으로서, 현대인이 지닌 강박관념과 절망의식을 과격하고 실험적인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다. 시인은 이런 강박관념과 절망의식을 자신의 몸속에 기르는 “한 마리 짐승”(「야시장터에서(2)」)이라 부르고 있다. 이런 짐승의 몸서리치는 고통이 서정적 정조를 파괴하는 과격한 표현, 일상적 맥락을 뛰어넘는 언어적 충돌, 시적 흐름을 뒤흔드는 심상의 소용돌이 등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현실에 대한 좌절과 허무의식의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서 배워야 할 “어떤 불멸의 장렬한 창법”(「어두운 풍금」)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시집은 절망의 절정에서 절망을 내려다보는 관점으로 써내려간 내면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현실주의적인 시의 경직성과 서정주의적인 시의 안일성을 거부하며 현대인의 내면적 고통을 치열한 언어로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