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면. 21cm. 1970년 문원사에서 발행하였다. 책 표지에 ‘한국시인협회’를 간행자로 제시하고 있는 ‘현대시인선집’의 하나로, 서문에 해당하는 시 형태의 짧은 글이 하나 있고, 마지막에 시인의 연보가 달려 있다. 내용 전체가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30편의 시가 실려 있다. 박남수의 네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은 견고하고 이지적인 언어로 대상의 심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삶의 유한성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삶의 유한성은 죽음 의식뿐만 아니라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새떼에서 느끼는 “외롭고 가냘픈 개체”(「외로운 개체」)와 같은 근원적인 고독과도 연계되어 있다. 이 시집의 표제작 「새의 암장1, 2, 3」 역시 새의 죽음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드러내고 있다. “삶보다 투명한 궤적을 그으며” “저승으로 넘어가고” 있는 새, “죽음의 점토에 떨어”진 새, 화석이 되어서도 절규를 하는 새 등이 모두 죽음 앞에 놓인 존재의 유한함을 보여준다. 아침의 심상을 다루고 있는 「아침 이미지」라는 시도 투명한 묘사 뒤에 지상적 존재가 지닌 한계를 지적한다. 이처럼 이 시집은 주관의 개입을 최대한 제어하는 이미지즘의 방식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삶의 유한성에 대한 통찰을 성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시집은 기존 이미지즘의 한계를 넘어 이미지즘 시의 새로운 단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적 의의를 지닌다. 기존의 이미지즘 작품이 사물에 대한 피상적 묘사에 그치고 있어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데 반하여, 이 시집의 시들은 이미지즘적 기법을 사상적 깊이에 접목하는 데 성공하고 있어 이미지즘 시에 대한 반성적 고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