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장시의 형식으로 해방의 기쁨과 혼란 속에서 느끼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해방을 맞은 지 한 달 정도 뒤인 1945년 9월 27일에 쓰인 것으로,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그 즈음에 느낀 감정을 서술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12연은 입원 중인 ‘나’의 해방을 맞는 부끄러움과 네거리에서 앞으로 혁명의 주체가 될 “싱싱한 사람 굳건한 청년”을 만나는 기쁨과 기대를 그렸다. 하지만 34연은 병원에서 뛰쳐나와 서울 거리를 돌아보며 느끼게 된 울분과 한탄의 감정을 노래했다. 거리 곳곳에서는 “눈물나게 신명나는” “청춘의 반항”과 그 결과로서 탄생하게 될 “인민의 힘으로 되는 새 나라”에 대한 비전은 보이지 않고, 잇속 밝은 장사치와 기회주의적인 정치꾼들만 활개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다시 분위기를 바꿔 57연에서 “인민의 공통된 행복"을 위해 싸우는 “젊은이”들의 “씩씩한 꿈”에 대한 기대를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시인은 “병든 서울, 아름다운, 그리고 미칠 것 같은 나의 서울”로 명명함으로써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인 해방 의식을 더욱 강력하게 드러냈다. 89연은 과거와 현재의 퇴폐적인 서울 거리 및 ‘나’의 끝없는 “비굴”과 “절망”을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맡겠다는 자아의 다짐과 욕망을 암시적으로 표현했다. 이때 “자랑스런 나의 서울"은 “큰물이 지나간 서울"의 “맑게 개인 하늘”로 상징화된다. 그럼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서울, 곧 “넓은 하눌과 푸른 솔밭이나 잔듸 한뼘도 없는” 황량한 서울과 정반대되는 풍요로운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병든 서울”은 해방 당시 엄연히 존재했던 부정적인 공간을 지시하기도 하지만, 미래에 건설해야 될 “아름다운 서울, 사모치는, 그리고 자랑스런 나의 서울”을 꿈꾸게 하는 역설적인 반성과 희망의 장소라는 양면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작품은 격한 감정 속에서도 현실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해방된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사유와 상상력을 적절하게 형상화했다는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