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현대문학
작품
1933년 11월 30일 『조선일보』에 발표된 신석정(辛夕汀)의 시.
정의
1933년 11월 30일 『조선일보』에 발표된 신석정(辛夕汀)의 시.
구성 및 형식

3연 20행의 자유시. 어머니를 청자로 설정하여 조용조용하게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 형식을 취한 서정시이다. 긴 호흡의 리듬을 구현하여 낭만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내용

1연에서는 사라져가는 저녁 해가 아직 남아 있는 배경이 제시된다. 그러나 명상(冥想)의 새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오기 때문에 아직 촛불을 켜지 말라는 부탁을 어머니에게 드린다. 2연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저녁 해 속에서 공존하는 것들에 대한 유대감이 나타난다. 1연이 주로 하늘과 관련된 공간에 대한 것이라면 2연에서는 지상과 관련된 공간에 대한 내용이 펼쳐진다. 3연에 이르러 시간은 보다 더 늦어지지만, 아직 촛불을 켜지 말라는 부탁은 지속된다. 촛불을 켜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시간의 흐름은 마지막 행에서 이윽고 나타난 별을 바라보는 데에까지 이르게 된다.

현황

1933년 11월 30일 『조선일보』에 발표되었으며 1939년 인문사(人文社)에서 발행한 시집 『촛불』에 수록되었다.

의의와 평가

자연을 절대적 가치를 지닌 이상적 모델로 삼아 자연에 대한 동경과 동일화의 소망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요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상향을 노래한 자연 친화적 목가시(牧歌詩)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을 노래하는 주체는 혼자 있는 주체가 아니라 가족이 모여 가정을 이루고 함께 사는 동양적 삶을 보여 주고 있다. 이상향의 여러 표상들과 생명의 요람인 어머니의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공동체적 삶 속에서 추구하는 평화로운 세계가 표현되었다.

또한 신석정은 어린 시절 당시(唐詩)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것이 단순하게 외국 문학의 영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근대 서정시의 전통과 시 정신을 새롭게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촛불’도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밝은 이미지를 나타내는 데에 사용하는 것이나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그것이 자연과의 유대감을 저해하는 요소에 착안하여 신석정만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참고문헌

『현대시의 내포와 외연』 (윤여탁, 태학사, 2009)
『한국 현대시의 인지시학적 이해』 (양병호, 태학사, 2005)
『신석정: 자연과 생활을 노래한 목가 시인』(윤여탁, 건국대학교출판부, 2000)
집필자
윤여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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