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 15행의 자유시이다. 시적 구성은 시상의 변화과정으로 볼 때 1연, 2·3연, 4·5연으로 3분할 수 있다.
1연에는 시적 배경과 삶의 목표가 제시되어 있다. ‘햇빛’은 시적 화자의 이상이나 희망을, ‘십자가’는 삶의 목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2·3연에는 삶의 목표와 거기에 도달할 수 없는 시적 화자의 거리감 혹은 의지와 실천의식의 괴리에서 오는 망설임과 고민이 나타나 있다. ‘종(鍾)소리도 들려오지 않은데’는 아무런 희망의 징후도 없는 어두운 현실상황을,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시적 화자의 무기력한 모습을 뜻한다.
4·5연에서는 그러나 반전을 꾀하며 결의에 찬 속죄양 의식과 순절정신을 드러내고 있다. 인류의 모든 짐을 지고 괴로웠으나 십자가에 못 박혀 희생되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행복했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자신도 그러한 상황이 주어진다면 어두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목아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흘리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시는 일제하의 어두운 현실상황에 굴하지 않고 괴로우면서도 행복한 면류관을 쓰기를 바랐던 시인 윤동주의 순결한 기독교적 세계관과 시인으로서 비장한 소명의식이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