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사곡 ()

대중음악
개념
기존에 존재하는 노래를 바탕으로 하여, 악곡은 그대로 둔 채 가사만 바꾼 노래.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 노가바.
이칭
이칭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노가바
정의
기존에 존재하는 노래를 바탕으로 하여, 악곡은 그대로 둔 채 가사만 바꾼 노래.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 노가바.
개설

개사곡이라는 말은 1980년대 중반 대학생들 사이에서 개사곡 열풍이 불던 즈음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으나, 기존 노래에 가사만 바꾸어 부르는 현상은 늘 존재해왔던 현상이다. 개사곡이라는 말이 등장하던 시기에 이를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혹은 이를 줄여 ‘노가바’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연원 및 변천

기존의 노래에 악곡을 그대로 두고 가사만 바꾸어 부르는 현상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민요의 상당수가 동일한 악곡을 지니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널리 불리는 찬송가도 잘 알려진 노래를 개사한 것이다. 또한 일제강점기 초에 창가(唱歌)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신식 노래들도 외국의 기존 노래를 개사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 나타나는 것은 악곡을 짓는 것보다 가사를 짓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개사란 새로운 노래가 필요하나 작곡 능력은 없는 사람들이 손쉽게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방식이다. 따라서 개사곡의 상당수는 비전문인에 의해 창작되었고, 구전되며 변개되어 적층적으로 창작된 작품도 많다.

이러한 일반적 문화현상이 개사곡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불리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즈음에 대학생 사이에서 급격히 많은 수의 개사곡이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제5공화국 초기에 정부나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노래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표현욕구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잘 알려진 기존 노래를 개사하는 방식으로 풍자적인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이 대유행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노동자와 농민 대상의 예술문화교육을 하던 문화운동 활동가들이, 노동자·농민 스스로 기존 노래를 개사하는 방식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노동자·농민들의 자기표현 증진과 예술창작력 향상, 사회의식 고양 등의 교육 방법으로 개사곡을 이용하였다. 이들은 이 활동을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약칭 ‘노가바’라고 불렀다. 따라서 개사곡과 노가바는 크게 보아 동일한 의미이지만, 대학생 개사곡이 자연발생적 성격이 강하고 노동자·농민 개사곡이 교육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두 용어는 약간의 어감의 차이를 두고 쓰이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 개사곡 유행은 잦아들었으나, 어느 시대나 상존하는 이 문화현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내용

개사곡은, 기존 가사와 새로운 가사가 어떤 관련성을 갖느냐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기존 가사의 의미를 반전하는 방식으로 개사가 이루어진 경우이며, 이는 패러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사곡은 패러디의 본질상 희극성을 띠는데, 풍자, 해학 등의 익살스러움을 그 특징으로 한다. 특히 1980년대 중반 대학에서 급격히 인기를 모은 개사곡은 대부분 이 부류에 속한다. 정광태가 부른 대중가요 「독도는 우리 땅」을, 대학에 사복경찰이 항시 사찰을 하고 있는 현실을 풍자하여 ‘고대생이 제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 고대는 짭새 땅’으로 바꾸어 부른 「고대는 짭새 땅」, 조용필이 부른 대중가요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여당으로 왔다가 야당으로 갈 순 없잖아 /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독재란 종말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로 개사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풍자하는 방식으로 바꾼 「군림한자로의 고독」, 이선희가 부른 「J에게」를 개사하여 ‘J 아홉시 뉴스에 / J 그대 얼굴 보이면 / 난 테레비 끄고서 / 차라리 무협지 보겠네’로 바꾸어, ‘땡전뉴스’라는 비아냥거림이 유행할 정도로 대통령 동정에 집중하는 텔레비전 뉴스 행태를 풍자한 「J에게」, 이미자가 부른 대중가요 「울어라 열풍아」를 ‘못 견디게 잠이 와도 자지 못하고’, ‘돌아라 미싱아 밤이 새도록’으로 바꾸어, 노동현장에서 계속되는 철야 작업을 풍자한 「돌아라 미싱아」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부류는, 기존 가사의 의미를 그대로 계승하는 방식의 개사가 이루어진 경우이다. 여기에서는 반전과 익살을 생명으로 하는 패러디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존 노래의 의미와 느낌을 다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강화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양희은이 부른 「늙은 군인의 노래」를 대학생들이 「늙은 투사의 노래로」, 노동자들이 「늙은 노동자의 노래」로 바꾸어 부르거나, 군가 「진짜 사나이」를 ‘노동자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으로, 오기택이 부른 대중가요 「아빠의 청춘」을 「노동자 청춘」으로 바꿔 부른 노래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는 민주·민중운동 과정에서 대중적인 시위나 집회가 갑작스럽게 많아지는데, 함께 부를 민중가요가 부족하거나 낯설어 대중들이 잘 따라 부르지 못하는 경우에 그 수요·공급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발생한다.

셋째 부류는, 기존 가사와 아무런 상관없이 새로운 가사가 붙여지는 경우이다. 20세기 초의 창가로 불렸던 「학도가」, 「사의 찬미」, 「희망가」 등이 모두 이 경우에 해당하며, 1980년대 중반에도 노동자·농민 대상의 노가바 교육 과정에서 많이 창작되었다. 고복수가 부른 대중가요 「타향살이」를 ‘뉴질랜드 쇠고기야 어째서 한국 왔니’로 바꿔 부른 농민들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의의와 평가

개사곡은 작곡 능력이 없는 일반 서민대중들이 노래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발생하고 변천되는 예술문화 현상으로,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사회비판적인 개사곡의 열풍이 분 1985년에, 노동자·농민의 개사곡을 모은 자료집 책자 『민중과 노래』(1982)가 빌미가 되어 기독교민중교육연구소 소장인 허병섭 목사가 연행되고 몇 달 후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고소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례가 있다. 이는 기존의 문화적 재료를 이용한 대중들의 비상업적인 자기표현이 저작권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남겼다.

참고문헌

『놀이책』(일꾼자료실 편, 거름, 1985)
「개사곡의 구조와 사회적 기능」(이영미, 『민족예술운동의 역사와 이론』, 한길사, 1991)
「삶과 노동의 놀이」(김성진, 『문학과 예술의 실천논리』 실천문학사, 1982)
집필자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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