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에 관한 설화로는 유배 장소와 관련이 있는 지명 전설이 확인된다. 단종이 넘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군등치(君登峙), 서울 생각에 서산으로 지는 해를 향해 절을 했다는 배일치(拜日峙), 유배 장소였던 청령포(淸泠浦), 매일 한양 땅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魯山臺) 등이 있다. 단종의 행위와 장소를 연관지어 지명 전설이 탄생하였다.
한편, 「단종 설화」에서는 단종에게 특정한 행위를 하고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들에 대한 의미를 강화하고 있다. 단종의 죽음에 관하여 문헌 설화에서는 대부분 타살로 이야기하며 구비 설화에서는 대부분 자살로 이야기한다. 타살 이야기는 권력의 폭압에 대한 비판 의식이 강하고, 자살 이야기는 단종을 지키지 못한 자기 반성과 애도의 마음이 강화된다.
「단종 설화」가 주요하게 전승되는 지역에서 그의 죽음 뒤의 이야기는 주목할 만하다. 단종은 죽임을 당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태백 산신으로 변해서 특정한 지역의 영원한 생명력을 고양한다. 이는 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의도가 존재하였다는 뜻이다. 또한 단종의 한 많은 생애를 새로운 차원에서 해원시키려고까지 한다. 여기서 해원 사상에 의한 굿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단종의 혼령을 모신 여량 성황당 전설」이나 「무당굿으로 달랜 단종의 원한」 등은 해원 사상의 핵심 대목이다. 단종이 단순하게 태백 산신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고장에 이르러서는 여량의 성황당신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는 죽은 인물의 해원이 민중에게는 주목할 만한 사실임을 보여 준다. 무당이 굿을 해서 한을 풀어 준다고 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이이다.
「단종 설화」는 세계의 불가피한 폭거에 희생된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설화이다. 인물 전설이기 때문에 세계의 폭거 앞에 좌절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렇지만 설화에서는 역사 속에서 민중들이 거부할 수 없었던 기억을 인물의 상실과 패배로만 그리지 않는다. 이 죽음을 민중의 기억 속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주인공을 신성한 존재, 불멸의 존재, 우리의 한을 각인시키는 역사적 존재로 환원시킨다. 그리하여 설화 속에서 단종은 신성한 신으로 변화하게 되었고, 동시에 새로운 차원의 인물로 거듭났다. 그 점에서 「단종 설화」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역사적 인물 전설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