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달마는 삼장 가운데 아비달마구사론이나 아비달마대비바사론 등처럼 불경을 해석하거나 주석한 논을 가리킨다. 아비달마불교라고도 한다. 아비달마는 붓다의 가르침 혹은 진리를 뜻하는 다르마〔法〕에 대해서 특정한 방법으로 조직 및 정리하여 체계화시킨 불교 최초의 교학 체계이다. 아비달마의 의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변화하여 각 부파가 추구하였던 ‘존재와 관련한 연구’를 의미하게 되었다. 대승의 교학 체계인 유식학은 유부의 아비달마를 중관의 공(空)으로 설정하고서 그것을 대승적으로 변용시킨 대승의 아비달마이다.
아비달마(阿毘達磨)는 범어 Abhidharma, 팔리어 Abhidhamma의 음역어이다. ‘abhi’는 ‘∼에 대한’이라는 뜻과 함께 ‘뛰어난〔勝〕’, ‘더 높은’이라는 뜻을 가진 접두어이다. 그리고 ‘dharma’란 붓다의 가르침인 ‘법(法)’을 말한다. 따라서 아비달마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이하 유부)학파에서는 ‘부처님의 법에 대향(對向)하는 것’이라는 대법(對法)의 뜻으로 사용한다. 한편, 남방 상좌부에서는 ‘뛰어난 법’이라는 ‘승법(勝法)’의 뜻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양자가 주장하는 바의 대법이나 승법은 붓다의 가르침(다르마)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조직한 것을 의미함에 있어서는 같다. 그리고 이러한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연구의 결과물이 곧 아비달마 문헌이며, 이를 일반적으로 통칭하여 논장(論藏)이라고 일컫는다. 이 논장의 성립으로 경장(經藏)과 율장(律藏)을 포함한 불교의 삼장(三藏)이 성립하게 된다. 또한 아비달마는 곧 붓다의 법을 이해하는 방편이며, 무루혜(無漏慧) 증득의 근거이자 경전의 표준적 근거인 요의경(了義經)이므로, 이 또한 불설(佛說)이라고 한다.
아비달마의 의미가 일차적으로 ‘붓다의 가르침에 관한 연구’라고 하지만, 이 같은 이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변화하여 각 부파가 추구하였던 ‘존재〔法〕와 관련한 연구’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는 붓다의 가르침에 대한 해석에서 출발하여, 각 부파의 논의가 점차 하나의 완성된 사상 체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이는 대체로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이 단계는 경전 자체 내에서 발견되는 아비달마적 경향을 말한다. 부처님에 의해서건 혹은 제자들에 의해서건 경전 가운데 산만하고 비체계적인 교설이나 의미가 불명료한 개념들을 정리 및 조직하거나 해설하는 아비달마적 경향이 나타나는 단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이나 증지부(增支部) 경전, 혹은 『장아함경(長阿含經)』의 『중집경(衆集經)』이나 『십상경(十上經)』과 같은 단경(單經)에서는 붓다의 교법을 법수(法數)에 따라 1법에서 10법, 혹은 11법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잡아함경(雜阿含經)』이나 상응부(相應部) 경전은 주제나 내용의 유형에 따라 정리되어 있다. 즉 경장 자체 내에서의 붓다 교설에 대한 이러한 분류와 정리는, 당시에 이미 아비달마적 경향이 있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 단계에서는 아비달마적 경향을 띠는 경장과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에서부터 경장과 다른 문헌적 지위를 얻는 단계로 구분된다. 유부와 남방 상좌부의 문헌이 그 과정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 유부의 경우 시기별로 초기 · 중기 · 후기로 나눌 수 있으며, 후기는 다음에 설할 3단계에 해당한다.
우선 유부의 아비달마 문헌 발달의 초기에 해당하는 논서로는 『아비달마집이문족론(阿毘達磨集異門足論)』과 『아비달마법온족론(阿毘達磨法蘊足論)』이 있다.
전자는 『장아함경』 가운데 하나인 『중집경』의 내용을 부연 및 해석한 것이다. 즉 『중집경』은 여러 가지 불교 술어를 1에서부터 10까지의 숫자에 따라 열거한 아비달마적 색채가 농후한 경전인데, 『아비달마집이문족론』에서는 이 경에서 열거하고 있는 술어 하나하나에 주석적인 설명을 첨가하고 있다. 이것은 아함경전의 직접적인 연장으로 볼 수 있으며, 논장이 경장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는 원초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후자인 『아비달마법온족론』은 특정한 경에 대해 주석하는 형태가 아니라 아함경전에서 21가지 주요한 교설을 선정하여, 하나의 교설마다 하나의 장(章)을 할애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먼저 그 교설을 담은 경문(經文)을 첫머리에 게재한 다음 이것을 자세히 해석하는 방법은 초기 아비달마 논서의 특징이다.
이 두 논은 아비달마 논서로 성립하였지만, 아직 경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이 아니며, 다만 붓다의 교법에 대한 정리 및 해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부파와 공통되는 요소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중기에 해당하는 논서로는 『아비달마시설족론(阿毘達磨施說足論)』에서부터 『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의 성립까지의 논서라 할 수 있다. 『아비달마시설족론』에서는 아함경전의 흔적이 거의 사라지고 아비달마 논서 특유의 색채가 짙게 나타난다. 또한 『아비달마식신족론(阿毘達磨識身足論)』이나 『아비달마계신족론(阿毘達磨界身足論)』에 이르면 법수(法數)에 의해 종합되고 정리된 술어는 매우 복잡하게 해석되고 각 술어간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도 자세한 분석이 이루어져 논의가 현저하게 정교해지고 번쇄해진다.
즉 『아비달마시설족론』은 아비달마적인 우주론과 세계론을, 『아비달마식신족론』은 마음의 작용에 대한 분석을, 『아비달마계신족론』은 마음과 마음의 작용에 대한 해석을 각각 크게 발전시켜 유부교학의 기초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세우(世友, Vasumitra)가 저술한 『아비달마품류족론(阿毘達磨品類足論)』에서는 술어에 대한 분석적 고찰이 더욱 발전하였으며, 동시에 5위설(五位說)이나 98수면설(九十八隨眠說) 등과 같이 유부의 독특한 이론이 확실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 Katyāyanīputra)가 저술한 『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유부 학설 전반에 걸쳐 조직적인 논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위에서 언급한 『아비달마법온족론』부터 『아비달마품류족론』까지는 주로 각기 특정한 문제를 분담하여 고찰한 것에 비해, 『아비달마발지론』에서는 이를 종합하여 조직적으로 논술하고 있다. 이에 칭우(稱友, Yaśomitra)는 그의 저작인 『구사석(俱舍釋)』에서 앞의 6가지 논서는 발〔足〕에 해당한다고 하여 6족(六足), 『아비달마발지론』은 그것의 몸에 해당한다고 하여 신론(身論)이라고 하였다. 일명 6족 · 7론 또는 6족일신론(六足一身論)으로 불린다.
그리고 중기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아비달마발지론』에 대해 다시 방대한 주석을 한 『아비달마대비바사론』이다. 이 논서가 나타남으로써 논의가 한층 더 세분화되었고, 더욱 더 정밀한 고찰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이것은 『발지론』의 주석일 뿐만 아니라, 『아비달마발지론』에 언급되지 않는 문제까지도 새롭게 채택하여 논의하고 있다. 또한 자파(自派) 내의 여러 가지 이설〔異論〕이나 다른 학파의 학설을 인용하고 있어서 실로 유부의 학설을 집대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주석 방법도 『발지론』의 문구 하나하나에 대해 충실하게 해설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문제라고 인정되는 부분에만 특별히 충분한 분량을 할애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간략하게 취급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위와 같이 유부의 논서는 초기의 『아비달마집이문족론』이나 『법온족론』처럼 경장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주석 정도의 수준에서 『아비달마대비바사론』과 같이 독립적 문헌 형태를 이루는 발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유부학파에서 아비달마를 통한 독자적 교의 체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주목되는 것은 법승(法勝)이 저술한 『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이다. 이 논서는 이전 논서의 방대한 내용을 요강서 혹은 입문서 형태로 저술했다. 특히, 이 논서의 분량은 작지만 유부의 사상을 종합적이고 창조적으로 조직했으며, 세친 『아비달마구사론』의 모델이 되었다는 점에서 특기할만 하다.
운문〔게송(偈頌)〕으로 핵심적 교설을 기술하고 산문으로 부연 설명하는 형식도 이 논서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서 이후의 거의 모든 아비달마 논서들이 이 형식을 답습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석으로서는 『아비담심론경(阿毘曇心論經)』과 『잡아비담심론(雜阿毘曇心論)』이 있다.
『아비달마구사론』은 『아비담심론』 등을 바탕으로 하여, 유부의 사상을 더욱 더 정연하게 조직한 논서의 완성 형태라 할 수 있다. 이 논서는 유부의 사상을 상세히 설명하여 밝히고 있으며, 특히 많은 불교 술어에 대하여 명쾌한 정의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이후 중국, 티벳 등의 여러 지역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 수많은 주석서가 작성되었다. 이 논서의 주석서로서는 안혜(安慧, Sthiramati)의 Tattvārtha, 칭우(稱友, Yaśomitra)의 Sphuṭārtha 등이 있다.
한편, 『아비달마구사론』은 유부의 학설만을 충실히 서술하고 있지 않으며, 때로는 저자 자신의 견해에 따라 유부 학설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다른 주장을 세우기도 하였다. 즉 유부의 학설을 비판하는 저자의 입장이 경량부(經量部)의 주장과 상통하기 때문에 단순히 유부의 논서라고 단정 짓기는 곤란한 점도 있다.
여하튼 중국에서 아비달마 연구란 곧 『아비달마구사론』의 연구일 정도로 이 논서가 중요시되었고, 많은 주석서와 강요서들이 저작되었다. 그 중에서 현장의 직계 제자인 신태(神泰)의 『구사론소(俱舍論疏)』〔태소(泰疏)〕와 보광(普光)의 『구사론기(俱舍論記)』〔광기(光記)〕, 법보(法寶)의 『구사론소(俱舍論疏)』〔보소(寶疏)〕가 유명하다.
다음으로는 형식적인 면에 있어, 『아비달마구사론』을 계승한 것으로 중현(衆賢, Saṃghabhadra)의 『아비달마순정리론(阿毘達磨順正理論)』과 『아비달마장현종론(阿毘達磨藏顯宗論)』이 있다. 이 2가지 논서는 운문 부분에서 『아비달마구사론』의 게송을 거의 그대로 채용하지만, 산문으로 된 해설 부분에서는 세친의 학설을 엄격히 비판하여 정통적 유부의 학설을 선양하려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즉 기본 골격은 『아비달마구사론』을 따르지만, 세친이 경량부 혹은 자신의 생각을 근거로 유부를 비판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리하게 반박하고 있다. 그리고 『아비달마장현종론』은 유부의 정통설을 재정립하여 널리 선양함에 중점을 둔 논서이다.
끝으로 유부 아비달마 논서의 대미를 장식하는 논서로는 『아비달마디-빠(Abhidharma-dīpa)』가 있다. 중현과 같이 『아비달마구사론』을 반박한 구사박론에 해당한다. 작자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디빠까라(Dīpakāra)라고 한다. 서술 형식은 『아비달마구사론』을 따르면서도 정연함에 있어서는 이에 미치지 못하며, 비판적 예리함은 『아비달마순정리론』에 미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러나 이 논서는 중관학파 및 유식학파와 관련한 내용 등도 담고 있어, 세친이나 중현 이후의 여러 사상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된다.
유부 계통 이외의 논서로는 서기전 2세기 혹은 1세기 무렵 성립한 것으로 법장부(法藏部) 계통으로 알려지는 『사리불아비담론(舍利弗阿毘曇論)』, 독자부(犢子部)를 계승한 논서로 알려지는 『삼미저부론(三彌底部論)』, 소속 불명의 『사제론(四諦論)』, 그리고 경량부 계통의 논서로 추정되는 하리발마(Harivarman)의 『성실론(成實論)』 등이 있다.
그러나 현장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서는 그가 인도에서 유부의 삼장 67부, 상좌부의 삼장 14부, 대중부의 삼장 15부, 정량부의 삼장 15부, 화지부의 삼장 22부, 음광부의 삼장 17부, 법장부의 삼장 42부를 가져왔다고 전하지만, 이 중 유부의 일부 논서만이 번역되어 전해지고 있을 뿐, 유부의 삼장 등은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법장부의 사분율(四分律), 화지부(化地部)의 오분율(五分律), 유부의 십송율(十誦律), 대중부(大衆部)의 마하승기율(摩訶僧祈律)이 전해지고 있다.
아비달마는 붓다의 가르침 혹은 진리를 뜻하는 다르마〔法〕에 대해서 특정한 방법으로 조직 및 정리하여 체계화시킨 불교 최초의 교학 체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학 체계는 곧 불교 철학 또는 불교학 형성의 근간을 이루며, 후대에 발달된 중관학이나 유식학도 아비달마의 바탕 위에서 다르마를 다른 관점과 입장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그러므로 부파불교의 아비달마를 무시하고선 중관이나 유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승의 교학 체계인 유식학은 부파, 특히 유부의 아비달마를 중관의 공(空)으로 설정하고서 그것을 대승적으로 변용시킨 대승의 아비달마이다. 그러므로 ‘구사팔년 유식삼년(俱舍八年 唯識三年)’이라는 말이 시사하듯이 전통적으로 유식학에 뜻을 둔 연구자는 세친의 『아비달마구사론』을 공부하는 것이 우선시 되었다. 이와 같이 아비달마는 불교학의 시발점이며, 대승불교 이해에 반드시 선제되어야 할 연구 분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