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梁山) 광천사(光天寺) 『적멸시중론(寂滅示衆論)』은 1481년(성종 12) 승려 지은에 의해 간행된 선의 요지를 종합하여 열반의 도를 논술한 불교 교리서이다. 치악산 상원암에서 개판하였으며, 앞부분에는 논설 「적멸시중론」이 수록되어 있고, 뒷부분에는 경기체가 형식의 「기우목동가」가 수록되어 있다. 현재 양산 광천사 도서로, 2013년 10월 24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양산 광천사 『적멸시중론』은 1권 1책의 목판본이다. 1481년(성종 12) 치악산 상원암(上院庵)에서 개판하였다. 책의 행자수는 9행 18자로 판심은 상하내향 흑어미에 장차만 있을 뿐 판심제는 없다. 권말에는 '적멸론목동가(권말제)'로 끝나고 있다. 간기(刊記)에는 “皇明成化歲在辛丑(1481)暮春下澣新刊於雉岳上院庵”이라 기록되어 있다.
저자인 지은(智訔)의 생애는 미상이다. 이 책에 수록된 김수온(金守溫)의 찬사에 의하면, 치악산의 암자에서 10년 동안 수도하였으며, 후학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언제나 불조(佛祖)의 뜻과 무심법문(無心法門)을 설파하였는데, 그 대의가 분명하여 전혀 그릇됨이 없었다고 한다.
권수에는 김수온의 찬사가 있고, 권말에는 효령대군(孝寧大君) · 덕원군(德源君) · 영산부원군(永山府院君) 김수온 등 시주자의 명단과 간기가 있다. 이 책의 등재본은 광월헌 청융(曠月軒 淸融)과 중덕 성지(中德 成志)가 쓰고, 각수 홍보천(洪寶千)과 김장손(金長孫)이 새긴 것이다.
내용은 석가모니가 중생을 제도하게 된 까닭과 참되게 도를 닦아 법성(法性)을 통달하는 방법, 일행삼매(一行三昧) 등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석가모니의 중생제도에 대해서는 석가모니가 성불한 다음 대원(大願) · 대행(大行) · 대자비(大慈悲)로써 중생을 불쌍히 여겨 적멸정(寂滅定) 속에서 법을 열어 중생을 제도하였다고 하여, 적멸시중(寂滅示衆)을 강조하였다.
소리와 색을 보고 듣고 깨달아 아는 견문각지(見聞覺知)에 당장 무심(無心)하여 천연무작(天然無作)의 마음으로 행동하면, 곧 일행삼매에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일행삼매를 얻은 뒤 다시 꾸준히 수행해 가는 것도 선이요 머무르는 것도 선이며, 앉는 것도 선이요 눕는 것도 선이 되는 등 일체의 행위에 무심하고 마음이 편안하여 걸림이 없으면 곧 만행삼매(萬行三昧)를 이루게 된다고 하였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앞부분에는 논설 「적멸시중론」이 수록되어 있고, 뒷부분에는 경기체가(景幾體歌) 형식의 「 기우목동가(騎牛牧童歌)」가 수록되어 있다. 「적멸시중론」은 세 편의 논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논설에는 게송이 함께 실려 있다.
첫 번째 논설에서는 공(空)과 적멸(寂滅)에 대한 설명과 문답, 두 번째 논설은 무상(無相)에 대한 문답, 세 번째 논설은 과거의 불보살과 많은 성인들이 선지식을 찾아 정법(正法)을 듣고, 오랜 세월 고행 후에 정각을 성취하고 선정을 닦았던 것을 소개하였다.
따라서 후학들은 본성을 끝까지 통달한 후 경론을 보아야 하며, 그 후 법이 공함을 한 생각에 깨닫는다면 궁극적으로 도를 이루는 것이라 하였다.
양산 광천사 도서 『적멸시중론』은 김수온이 찬을 쓰고 책 말에 「기우목동가」가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도서의 1481년 치악산 상원암본과 동일본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 이전의 판본으로 개판 장소, 시주자, 연대 등이 분명하여 조선 전기 불서 연구에 자료적 가치가 있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10월 24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