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경전에는 붓다나 대보살에 대해 대자대비라는 수식어가 따른 것을 빈번하게 볼 수 있으며, 한국불교의 문헌이나 설화에도 자주 볼 수 있다. 자비의 원어를 살펴보면 자(慈, Metta)는 친구라는 말로 다른 중생들과의 동질성, 평등성을 가리키는 말이며, 비(悲, Karuna)는 동일한 감정, 우정을 의미한다.
석가모니붓다가 처음 제자가 된 이들에게 맨 처음 가르친 법문은 사무량심(四無量心)으로 희(喜, mudita)·사(捨, upeksa)를 합쳐 자무량심(慈無量心), 비무량심(悲無量心), 희무량심(喜無量心), 사무량심(捨無量心)을 실천하는 것이다. 희(喜)는 이타적인 행복을 키우는 것이고, 사(捨)는 감정적인 평정(平靜)을 의미한다. 자비와 유사한 말로 사랑이 있는데, 사랑은 불교의 ‘사량식(思量識)’에서 유래된 말로 아만(我慢)·아애(我愛)·아치(我癡)·아견(我見)과 같이 개별적인 자아를 조장하는 분별식이다. 때문에 사랑은 개인과 개인 간에 이루어지는 분별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자비는 이기심을 버린 평등과 동질성에 입각한 이타심이다.
『불지론(佛地論)』에는 사량(思量)의 분별을 물리쳐 평등성지(平等性智)를 이루는데 이것은 “자타(自他)가 일체 평등함을 보고 대자대비가 서로 계합하여 끊이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심지관경(心地觀經)』에는, “초지이상의 보살은 타수용토에 타수용신을 시현하여 항상 대자대비로써 중생에게 이익을 준다”라고 하였다. 미래불인 미륵(彌勒, maitreya)의 명호도 친구를 뜻하는 ‘미트라(Mitra)’에서 유래된 말로 자(慈)와 동일한 어원을 가진다. 때문에 미륵을 자씨불(慈氏佛)이라고도 하는데, 미래에 모든 중생들이 평등한 붓다가 되어 행복하게 된다는 불교의 이상이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