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설 ()

과학기술
개념
하늘에 관한 고대 중국인들의 독특한 관념이 반영된 천문학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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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분야설은 하늘에 관한 고대 중국인들의 독특한 관념이 반영된 천문학 이론이다. 하늘에 나타나는 다양한 천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제시된 고대 중국 천문학의 독특한 설명 방식의 하나로서 하늘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관념이 강하게 반영된 이론이다. 하늘을 세성(歲星), 곧 목성의 위치를 나타내는 차(次)에 따라 12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영역에 28수를 배당하고, 중국의 영토 역시 12개의 지역으로 구분하여 하늘의 12개 영역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정의
하늘에 관한 고대 중국인들의 독특한 관념이 반영된 천문학 이론.
성립 과정

고대 중국인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상의 세계가 하늘의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독특한 관념이 있었다. 이에 따라 땅을 여러 개의 나라 또는 행정 구역으로 나눌 수 있듯이 하늘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서로 대응하는 것으로 바라보았다. 초기에는 하늘을 9개의 지역으로 구분하고 땅의 구주(九州)와 대응시키는 구야설(九野說)이 나타났고, 하늘과 땅을 각기 13개로 나누어 대응시키는 13분야설(十三分野說)도 등장하였다. 이후 12년을 주기로 운행하는 세성(목성)의 위치를 표시하는 차를 이용하여 하늘을 12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춘추 전국 시대(春秋戰國時代)의 나라 이름이나 행정 구역으로 표시된 중국의 12개 지역과 대응시키는 12분야설(十二分野說)로 정착되었다.

분야설의 내용

분야설은 『진서(晉書)』 「천문지(天文志)」에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하늘의 12차(次)에서 수성(壽星)의 차에는 28수(二十八宿) 중 각(角), 항(亢), 저(氐)가 속하고, 12진(辰)의 진(辰)에 해당한다. 땅의 정(鄭) 분야이며 연주(兗州) 지역이다. ② 대화(大火)의 차에는 방(房), 심(心)이 속하고 묘(卯)에 해당한다. 송(宋)의 분야이며 예주(豫州) 지역이다. ③ 석목(析木)의 차에는 미(尾), 기(箕)가 속하고 인(寅)에 해당한다. 연(燕)의 분야이며 유주(幽州) 지역이다. ④ 성기(星紀)의 차에는 두(斗), 견우(牽牛), 수녀(須女)가 속하고 축(丑)에 해당한다. 오(吳)와 월(越)의 분야이며, 양주(揚州) 지역이다. ⑤ 현효(玄枵)의 차에는 허(虛), 위(危)가 속하고 자(子)에 해당한다. 제(齊)의 분야이며 청주(靑州) 지역이다. ⑥ 추자(諏訾)의 차에는 영실(營室), 동벽(東壁)이 속하고 해(亥)에 해당한다. 위(衛)의 분야이며 병주(幷州) 지역이다. ⑦ 강루(降婁)의 차에는 규(奎), 루(婁), 위(胃)가 속하고 술(戌)에 해당한다. 노(魯)의 분야이며 서주(徐州) 지역이다. ⑧ 대량(大梁)의 차에는 묘(昴), 필(畢)이 속하고 유(酉)에 해당한다. 조(趙)의 분야이며 기주(冀州) 지역이다. ⑨ 실침(實沈)의 차에는 자(觜), 삼(參)이 속하고 신(申)에 해당한다. 위(魏)의 분야이며 익주(益州) 지역이다. ⑩ 순수(鶉首)의 차에는 동정(東井), 여귀(輿鬼)가 속하고 미(未)에 해당한다. 진(秦)의 분야이며 옹주(雍州) 지역이다. ⑪ 순화(鶉火)의 차에는 류(柳), 칠성(七星), 장(張)이 속하고 오(午)에 해당한다. 주(周)의 분야이며 삼보(三輔) 지역이다. ⑫ 순미(鶉尾)의 차에는 익(翼), 진(軫)이 속하고 사(巳)에 해당한다. 초(楚)의 분야이며 형주(荊州) 지역이다.

이 가운데 첫 번째 항목을 예로 들어 더 자세히 살펴보면 분야설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 하늘에서 세성이 시계의 8시 방향에 있을 때를 12차 가운데 수성이라 한다. ㉡ 그곳에는 28수 중에서 각, 항, 저가 있는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진(軫) 12도부터 저(氐) 4도까지의 구간이다. ㉢ 세성과 반대 방향으로 운행하는 가상의 천체인 세음(歲陰)에 따라 12지(支)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배열했을 때의 위치는 진(辰)에 해당한다. ㉣ 땅에서는 정나라가 있었던 지역과 대응하는데 행정 구역으로는 연주 지역이다. ㉤ 이 지역을 세분하면 동군(東郡)은 각 1도, 동평(東平) · 임성(任城) · 산양(山陽)은 각 6도, 태산(泰山)은 각 12도, 제북(濟北) · 진류(陳留)는 항 5도, 제음(濟陰)은 저 2도, 동평(東平)은 저 7도에 해당한다.

분야설을 적용하면 하늘에서 나타나는 천문 현상을 지상의 특정 지역과 직접 연결하여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일식(日蝕), 혜성(彗星)의 출현, 행성이 달이나 28수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는 현상 등이 하늘에서 관측되었을 때, 그것이 일어난 하늘의 특정 위치에 대응하는 땅 위의 특정 지역에 그 천문 현상의 영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조선의 분야설

우리나라에서 분야설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 천문학이 도입되면서 분야설도 함께 전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야설은 조선 초에 제작된 석각천문도(石刻天文圖)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의 ‘십이국분야와 성수분도[十二國分野及星宿分度]’ 부분에도 들어 있으며, 조선의 전 시기 동안 이 설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중국 분야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의 연(燕)의 분야에 속하며, 12차 중 석목(析木), 28수 중 미(尾)와 기(箕)에 해당한다. 하지만 조선 중기 무렵부터 중국 중심의 분야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또한 조선의 강역(疆域)만으로 하늘 전체와 28수 모두를 대응시키려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천문도와 지도 그리고 문헌 등에 남아 있는 조선의 분야설에 따르면 수성의 차이자, 정의 분야에는 중국의 연주 지역이 아닌 각에는 전주(全州), 정읍(井邑) 등, 항에는 남원(南原), 함양(咸陽) 등, 저에는 공주(公州), 부여(扶餘) 등 조선의 남서부 지역이 배치되어 있다.

의의 및 평가

분야설은 중국 천문학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이 설이 널리 받아들여져 하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조선 후기 조선의 강역만으로 전체 하늘을 대응시키려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원전

『진서(晉書)』 「천문지(天文志)」

단행본

이문규, 『고대 중국인이 바라본 하늘의 세계』 (문학과지성사, 2000)
江曉原, 『歷史上的星占學』 (上海: 上海科技敎育出版社, 1995)

논문

구만옥, 「황윤석의 ‘천문’ 인식과 『상위지요』」 (『한국사상사학』 51, 한국사상사학회, 2015)
남문현, 한영우, 「조선지명이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 사본」 (『동방학지』 93,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1996)
오상학, 「전통시대 천지에 대한 상관적 사고와 그의 표현: 분야설을 중심으로」 (『문화역사지리』 11,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1999)
이문규, 「중국 고대 분야설의 성립과정」 (『한국과학사학회지』 21-2, 한국과학사학회, 1999)
편소리, 「조선후기 ‘동국분야’의 출현」 (『한국사상사학』 66, 한국사상사학회, 2020)
小島祐馬, 「分野と古代支那人の信仰」(『東方學報』 6, 京都大學 人文科学研究所, 1936)
집필자
이문규(전북대학교 과학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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