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날 개에게 밥을 주면 개가 자라지 못하고 바짝 마를 뿐 아니라 파리가 꾀어 더러워진다고 한다. 개는 가축 가운데서도 사람과 가장 가깝게 지내, 먹는 것 역시 사람과 거의 때를 같이한다. 그러나 이 날만은 개가 먹이를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굶어야 하는데, 그래서 속담에 끼니를 자주 거르는 것을 가리켜 ‘개 보름쇠듯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름날 개에게 밥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은 개를 보호한다는 뜻으로서, 개를 사람들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지방에서는 대보름날 이웃집에 가서 ‘더우밥’이라 하여 보름밥을 얻어오는데, 그 밥을 개와 함께 나누어먹는 풍속이 있다.
그 때, ‘내 더우 너 먹어라.’ 하며 개에게 한번 먹이고 자기가 한번 먹는 것을 되풀이한다. 그것을 개에게 ‘더위판다’고 한다. 보름날 더위팔기는 사람들끼리도 하지만 개에게 하는 것은 개를 가족처럼 가깝게 느끼면서 또한 개가 더위를 이기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개의 질병을 막아주기 위한 방법으로 왼새끼를 몸에 둘러주는 곳도 있는데, 이는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부정을 가려 액을 물리고 복을 부르려는 주술적 행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