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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년(예종 15) 예종이 지은 향찰표기(鄕札表記)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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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1120년(예종 15) 예종이 지은 향찰표기(鄕札表記)의 가요.
내용

1120년(예종 15) 예종이 지은 향찰표기(鄕札表記)의 가요. 신숭겸(申崇謙)의 행적을 기록한 문헌 ≪평산신씨장절공유사 平山申氏壯節公遺事≫에 그 제작동기에 관한 소상한 기록과 함께 작품이 전한다. 창작경위에 관해서는 그밖에도 ≪고려사≫ 권14, ≪명신행적 名臣行蹟≫, ≪대동운부군옥 大東韻府群玉≫ 등에 간략하게나마 보인다.

예종이 서경의 팔관회(八關會)에 참관하였을 때 허수아비 둘이 관복을 갖추어 입고 말에 앉아 뜰을 뛰어다녔다. 이상히 여겨 물으니, 좌우에서 다음과 같이 그 경위를 설명하였다.

그 둘은 신숭겸과 김락(金樂)으로, 태조 왕건(王建)이 견훤(甄萱)과 싸우다가 궁지에 몰렸을 때 왕건을 대신해서 죽은 공신이다. 그래서 그 공을 높이고자 태조 때부터 팔관회에서 추모하는 행사를 벌였다.

태조는 그 자리에 두 공신이 없는 것을 애석하게 여겨, 풀로 두 공신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복식을 갖추고 자리에 앉게 하였다. 그랬더니 두 공신은 술을 받아 마시기도 하고 생시와 같이 일어나서 춤을 추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 예종이 감격해서 한시와 함께 이 작품을 지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현대어 풀이는 다음과 같다. “님을 온전케 하온/마음은 하늘 끝까지 미치니/넋이 가셨으되/몸 세우시고 하신 말씀/직분(職分) 맡으려 활 잡는 이 마음 새로워지기를/좋다, 두 공신이여/오래 오래 곧은 자최는 나타내신져.”

이 작품에 대한 주요쟁점은 장르적 성격과 형식에 관한 것이었다. 장르에 관한 문제는 이 작품을 향가로 볼 것인가 고려가요로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향가로 보는 근거는 표기가 향찰이라는 점과, 형식이 향가의 8구체와 같다는 데 있다.

고려가요로 보는 근거는 창작연대가 신라의 향가와는 너무 떨어져 있고, 형식을 향가의 8구체와 동질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며, 향가는 3음절 중심임에 비하여 이 작품은 2음절 중심이라는 데 두고 있다. 이러한 견해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은 장르적 성격 판단의 기준을 겉으로 드러난 형태에 둔 점이다.

종래 2연시로 보아왔던 이 작품이 앞의 해독에 따르면 단연시로 파악된다. 뒷부분의 “좋다, 두 공신이여”는 사뇌가(詞腦歌)에서 차사(嗟辭)로 시작되는 이른바 후구(後句)에 해당한다. 이러한 구조적 유형에 따라 이 작품은 사뇌가에 맥락이 닿으므로 향가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작품에 표출된 미의식은 숭고(崇高)이다. 오로지 임(태조 왕건)을 온전하게 하겠다는 충성심이 하늘 끝까지 미쳤기에 두 공신의 장렬한 죽음은 값진 것이며, 죽음의 비극을 초월하여 숭고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죽음은 순간적인 것이나, 곧은 자취, 곧 충절은 영원한 것으로 하여 완전히 극복될 수 있다.

제작경위에서 알 수 있듯이, 팔관회와의 관련이나 주술제의적 측면, 제5행에 드러난 가상(假像)의 주술적 발언 등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특히 주술적 숭고미를 구현하고 있다. 아울러 영웅적 인물이 현실과 죽음을 초극하는 장엄한 행위는 인격적 숭고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이 작품에는 인격적 숭고미도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오늘날 전하는 것 가운데서 임금이 지은 가장 오래된 향가로, 제작연대와 제작경위가 밝혀져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인 의의가 매우 크다.

참고문헌

『한국고전시가의 연구』(김학성, 원광대학교출판국, 1980)
『한국문학통사』 1(조동일, 지식산업사, 1980)
『향가해독법연구』(김완진, 서울대학교출판부, 1982)
「도이장단가에 대하여」(김동욱, 『연세대학교인문과학』 14·15합집, 1966)
「도이장가의 장르귀속」(성기옥, 『영남대학교 국어국문학연구』 16,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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