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불교
문헌
고려시대 승려 지눌이 종밀의 『법집별행록』을 요약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불교서.
정의
고려시대 승려 지눌이 종밀의 『법집별행록』을 요약하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불교서.
서지적 사항

이 책은 지눌의 제자 혜심(慧諶)이 판각하여 유포했으나, 그때의 판본은 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나라 불교도의 필독서 가운데 하나로 채택되어 매우 자주 간행되었으며, 현재 전해 내려오는 판본은 약 20여 종에 이르고 있다.

가장 오래된 1486년(성종 17)의 무등산 규봉암(奎峰庵) 개판본과 송광사본(松廣寺本)을 비롯하여, 1570년(선조 3)의 대청산(大靑山) 해탈사본(解脫寺本)과 해주 신광사본(神光寺本), 1574년의 개판처 미상본, 1578년의 오대산 월정사(月精寺) 개간본, 1579년의 지리산 신흥사(神興寺) 개간본, 1588년의 호거산(虎踞山)운문사(雲門寺) 개간본, 1604년의 지리산 능인암(能仁庵) 개간본이 있다.

그리고 1608년의 조계산 송광사 중간본, 1628년(인조 6)의 삭주용복사(龍服寺) 개간본, 1633년의 설봉산 석왕사(釋王寺) 개간본, 1635년의 운주산 용장사(龍藏寺) 개간본, 1640년의 중간본, 1647년의 경상도 보현산 보현사(普賢寺) 복간본, 1680년(숙종 6)의 묘향산 보현사 개간본, 1681년의 원적산 운흥사(雲興寺) 개간본, 1686년의 금화산 징광사본(澄光寺本), 1701년의 희양산 봉암사(鳳巖寺) 개간본 등이 전한다.

이 책에 대한 우리 나라 고승의 연구 주석서로는 정원(淨源)의 『절요사기분요과(節要私記分要科)』를 비롯, 정혜(定慧)의 『법집별행록절요사기해(法集別行錄節要私記解)』, 유일(有一)의 『법집별행록절요과목병입사기(法集別行錄節要科目幷入私記)』 등이 전해지고 있으며, 추붕(秋鵬)이 지은 사기(私記)도 있었음이 기록에 나오고 있다. 그리고 조선 초기의 고승 정심(正心)은 이 책으로써 수행인의 지견(知見)을 세우는 지침으로 삼았다.

이 책은 우리 나라 선종(禪宗)의 전통적 특색과 사상을 규정지어 준 선서(禪書)로 평가될 뿐 아니라, 지눌의 선사상이 분명하게 집약된 책이다. 문화재 지정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보물, 1993년 지정): 1권 1책. 목판본. 1486년(성종 17) 광주(光州) 무등산 규봉암(圭峰庵)에서 간행하였다. 이 책은 현재까지 전래되고 있는 22종의 판본 가운데 가장 간행연대가 오래된 판본이다. 명지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2)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보물, 1995년 지정): 1권 1책. 목판본. 1486년(성종 17) 광주 무등산 규봉암(圭峰庵)에서 간행하였다. 이 판본은 현재까지 알려진 판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보물, 1993년 지정) 판본과 동일한 연대이나 보다 깨끗하고 권말에 대걸(大傑)의 발문(跋文)이 더 붙어 있다. 경상남도 양산의 김찬호가 소장하고 있다.

내용

1권 1책. 목판본. 이 책의 전체 분량 중 20%는 『법집별행록』을 절요하여 인용한 부분이고, 80%는 지눌 자신의 선사상(禪思想)을 논하고 있다. 전체의 내용은 크게 서문과 절요한 부분, 지눌 자신의 견해로 해석한 부분의 셋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서문에서 지눌은 교(敎)에 의하여 마음을 깨달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법집별행록』에서 번거로운 말을 줄이고 요긴한 강령만을 뽑아서 관행(觀行)의 귀감으로 삼고자 함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마음 닦는 사람들은 진실한 가르침에 의지하고 근본과 지엽을 분명히 알아서 마음을 관조(觀照)할 것을 강조하였다.

절요한 내용은 종밀이 『법집별행록』을 저술할 당시에 중국에 있었던 하택종(荷澤宗)·신수종(神秀宗)·홍주종(洪州宗)·우두종(牛頭宗) 등의 선문(禪門) 4종의 해(解)와 행(行)에 대한 것이다. 4종 가운데 신수종만은 북종(北宗)이고 나머지 3종은 남종(南宗)계통인데, 4종 중에서 하택종이 가장 진실한 종파라고 하였다.

즉, 하택종은 모든 법(法)이 꿈과 같은 것으로 망념(忘念)은 본래 고요한 것이요 티끌의 경계 또한 공(空)한 것임을 가르치고 있고, 공적(空寂)한 마음에 영지(靈知)가 밝게 작용함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형상의 공함을 깨달으면 망념이 저절로 사라지게 됨을 알아야 함을 강조했으며, 이것을 수행의 묘문(妙門)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하택종의 근본 가르침은 이 책의 중심 사상이 되어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신수종은 일체를 허망한 것으로 보고 마음을 항복받아 허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홍주종은 일체가 진실이므로 성정(性情)에 맡기면 된다고 하였으며, 우두종은 일체가 무(無)이므로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을 수행으로 삼는 종파임을 요약하여 밝혔다. 다음으로 4종의 깊고 얕음을 마니주(摩尼珠)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였다. 즉, 마니주는 언제나 깨끗하고 밝고 투명하여, 색도 모양도 없는 불변의 것이지만, 사물에 응하여 갖가지 모양과 색을 나타내는 수연(隨緣)의 뛰어난 변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마음도 원래 공하고 고요하여 언제나 신령스러운 앎을 나타내는 수연의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혹한 사람은 불변과 수연의 이치가 있음을 모른 채 범부의 삶을 그대로 따르면서 살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불변과 수연의 이치를 갖춘 종파는 선문 4종 중 하택종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선수행의 방법인 돈오(頓悟)와 점수문(漸修門)에 대해서도 4종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주종은 돈오문에 가깝기는 하지만 적합하지 못하고 점수문에는 어긋나며, 우두종은 돈오문에 대해서는 반만 알 뿐이고 점수문에는 결함이 없다고 보았다. 또, 신수종은 오직 점수뿐이고 돈오가 전혀 없으며, 하택종은 먼저 돈오한 뒤 그 돈오에 의지하여 점차로 수행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4종을 분별한 뒤 하택종의 장점을 천명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행인이 법의 본질을 정확히 깨달아 진면목을 찾을 것임을 강조하였다. 지눌은 수행인이 본래의 진면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적영지(空寂靈知)한 본성을 단박에 깨달은 뒤 그 깨달음에 의해 닦아 가는 돈오점수설(頓悟漸修說)을 주장하고 돈오와 점수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였다.

돈오는 미혹에 빠져 있던 범부가 어느 날 깊은 법문을 듣고 신령스러운 앎이 곧 자기의 참 마음이요, 마음은 본래부터 항상 고요할 뿐이며, 이 몸과 마음이 부처의 몸이나 마음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하였다.

점수는 오랜 기간 동안 차근차근하게 닦아 가는 것으로, 이치로는 깨우쳤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익혀 온 버릇을 갑자기 버리기는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돈오에 의지하여 차차 닦아서 오랜 버릇을 버려 나가다가 버릴 것이 없는 데까지 이르면 부처가 된다고 설명하였다. 지눌은 이어서 『화엄경정원소(華嚴經貞元疏)』·『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銓集都序)』·『동귀집(同歸集)』 등을 인용하여 돈오점수설을 뒷받침하였다.

이와 같이 지눌이 이론적으로 돈오와 점수를 분별한 것은 수행인이 제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인 줄을 알지 못하고 즐겨 점행(漸行)을 닦는 일이 많으므로 돈오설에 의지하여 단박에 무명(無明)의 큰 꿈을 떨쳐 버리고 깨달음의 이익을 얻게 하고자 하는 목적에서였다.

이어서 지눌은 깨달아야 할 마음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 마음은 곧 공적영지심(空寂靈知心)이다. 지눌은 망령된 생각이 본래 고요하고 티끌 같은 대상이 본래 공한 것이기 때문에 공적이라 하고, 그 공적한 마음에는 신령스럽게 아는 영지가 있다고 보았다. 이 공적영지한 마음은 곧 달마(達磨)가 말한 부처의 마음이라고 하였다.

중생은 스스로 미혹되어 나와 내 것, 사랑과 미움, 선악 등의 분별을 일으키지만, 공적한 영지를 깨달으면 저절로 분별심이 없어지고 자비와 지혜가 샘솟게 되어 성불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분노와 교만을 버리고 자비와 인욕을 수행의 기본으로 삼을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말하고 있다. 언제나 스스로의 허물을 살펴 자기를 꾸짖으며 꾸준히 노력하고, 몸과 말과 뜻을 잘 다스리면서 본성의 공한 이치를 따라가면 해탈은 반드시 보장된다고 하였다.

또한, 헛되이 일어나는 번뇌를 애써 버리거나 끊으려고 하지 말고, 그 끊으려는 마음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를 돌이켜 비추어 볼 것을 가르치고 있다. 자리이타(自利利他)에 대해서도, 참선한 사람이 본성만을 밝게 보면 이타의 행원(行願)이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으나, 이것은 잘못된 설이므로 반드시 만행(萬行)을 닦아서 자리이타를 갖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비방과 망념과 방종에 빠지거나 수행을 게을리 하는 이가 교만한 마음으로 깨달음을 자처하는 경우가 있음을 경고하고, 올바로 돈오점수문에 의지하여 부처를 이룰 것을 간곡히 권하였다.

그러나 지눌은 단박에 깨닫기보다는 여러 가지 알음알이에 걸려서 수행을 올바로 하지 못하는 이를 위하여 경절문(徑截門)의 수행법을 밝히고 있다. 경절문은 부처의 지위로 바로 뛰어넘어 들어간다는 뜻으로, 이러한 경절의 이치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화두(話頭)를 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화두를 들 때에도 뜻을 헤아리는 참의(參意)가 아니라, 생각으로 헤아리고 따지는 것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의심을 갖는 참구(參究)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경절문 화두의 참구법을 설명하기 위해 지눌은 조주(趙州)의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 화두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였다. 이 화두는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를 물은 제자에게 조주가 “없다[無].”라고 대답한 것을 의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지눌은 이 ‘무’라는 글자는 모든 나쁜 지견을 부수는 무기로, 곧바로 ‘무’를 참구할 뿐 조주의 뜻을 참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따라서 불교의 화두는 궁극적인 경지에 도달하는 데 방해가 되는 지해(知解)를 부수는 무기가 됨을 천명한 것이다.

의의와 평가

지눌은 당나라 종밀(宗密)이 신회(神會)의 뜻을 개진하기 위하여 저술한 『법집별행록』을 간략하게 줄여서 싣고, 여러 경전과 조사(祖師)들의 말을 인용, 비판하면서 참다운 수행인의 길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저술하였다. 현재 『법집별행록』은 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은 그 원전의 내용을 알게 하는 데도 중요한 지침서가 된다.

참고문헌

『보조국사의 연구』(이종익, 프린트본, 1974)
「보조의 선사상연구」(박상국, 『연구논집』 제6집, 동국대학교 대학원, 1976)
집필자
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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