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담은 선적봉과 지남산의 깊숙한 계곡이다. 은병정사를 중심으로 한 상·하 석담천의 아홉구비 풍광이 뛰어나 1575년(선조 8) 이이가 구곡의 이름을 붙이고, 〈고산구곡가 高山九曲歌〉를 지었다.
구곡을 차례대로 소개하면, 제1곡은 해주성 서쪽 18㎞에 있는데 산 위에 우뚝 선 바위가 마치 갓[冠]을 쓴 것 같은 형상같다고 하여 관암(冠巖)이라 하였다.
제2곡은 바위와 돌 틈에 포기로 핀 꽃들이 아름다워 화암(花巖)이라 하였다. 제3곡은 화암에서 북쪽으로 1.5㎞ 거리에 있으며, 기이한 바위가 많고 무성한 송백이 푸르게 병풍같이 둘러 있어서 취병(翠屛)이라 하였다.
제4곡은 취병에서 1.4㎞ 떨어져 있는데 석벽의 높이가 300m는 되며 이것이 송림에 가리어 있고, 못 가운데에는 배 모양의 선암(船巖)이 있어서 송애(松崖)라고 이름하였다.
제5곡은 송애에서 북으로 1㎞ 거리에 있는데, 석봉이 높고 계곡 물이 맑고 깨끗하며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계곡 밑 연못 주위와 밑이 모두 반석으로 둘려 있어 마치 계석(階石)을 쌓고 물을 저장한 듯하다.
또 능허대(凌虛臺)와 철적대(鐵笛臺)라는 층암절벽이 있고 냇가에는 요금정이 있다. 이이가 석벽이 병풍같이 서 있는 이곳에 은거할 것을 결심하고 은병(隱屛)이라 하였다.
1578년(선조 11)에 은병정사를 건립하였다. 제6곡은 은병 북쪽 2㎞에 있는데, 시냇가에 걸친 바위가 자연 그대로 고기 낚는 터가 되어 조협(釣峽)이라고 이름하였다. 제7곡은 조협에서부터 2㎞ 서쪽에 있는데, 바위가 온통 단풍나무로 덮여 있고 서리가 온 뒤에는 산중턱까지 붉은 빛이 화려하게 펼쳐지므로 풍암(楓巖)이라 하였다.
제8곡은 풍암에서 2.5㎞ 지점에 있는데, 옥류천 물소리가 냉연하여 거문고 소리를 내는 듯하게 들려서 금탄(琴灘)이라 하였다.
제9곡은 문산(文山)인데 옛 이름 그대로이다. 장대산중턱의 문산대는 수십 명이 앉아 연회를 할 수 있는 천연 반석으로, 대 아래로는 맑은 물이 흐르며 한가로이 물고기가 놀고 있다. 예로부터 문인들의 독서 수련장으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