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은입인동문향로〉는 고려 충목왕 원년인 1345년에 창건된 숭림사에 전래되어 온 향로이다. 삼족이 달린 타원형 몸체에 사자 장식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다. 몸체에는 사자를 닮은 수면(獸面) 장식이 양쪽에 있고 그 사이에 모란당초문이 은입사기법으로 장식되어 있다. 뚜껑에는 목에 방울을 단 사자가 왼발로 공을 잡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웅포면 함라산 아래에 위치한 숭림사는 고려 충목왕 원년인 1345년에 건립된 사찰이다(『咸悅縣邑誌』, “崇林寺在縣北七里咸羅山下 寶光殿高麗忠穆王元年乙酉建築”). 숭림사에 전래되어 온 〈청동은입인동문향로〉는 삼족이 달린 타원형 몸체와 사자가 장식된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족은 단면이 사각으로, 일반적인 향로의 다리인 말굽형[馬蹄形]이나 기둥형[柱足形]과는 차이가 있다. 타원형 몸체에는 수면 장식과 모란당초문을 교대로 표현하였다. 수면은 입을 벌린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자의 머리이며, 갈기는 곱슬이다. 모란당초문은 수면 장식 사이 가로로 긴 공간에 모란꽃과 잎사귀를 중심으로 당초문을 대칭으로 배치하였는데, 모란꽃은 면입사, 당초문은 선입사로 처리하였다. 은입사로 표현된 모란은 꽃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3개의 잎을 대칭으로 배치하는 표현 방식이 고려시대 상감청자의 모란문과 유사하다.
타원형 몸체 위에는 구연보다 안쪽으로 들어간 목이 있으며, 그 위로 뚜껑과 맞닿는 구연이 있다. 반원형 뚜껑에는 약간 균열이 있으며, 정상에는 사자가 장식되어 있고, 사자 아래쪽으로 세 곳에 삼엽형(三葉形) 연기 구멍이 투조되어 있다. 뚜껑 위의 사자는 왼쪽 앞발로 공을 잡고 있으며, 머리를 돌려 왼쪽을 향하고 있다. 사자의 목에는 방울이 달려 있는데, 사자 목의 방울은 중국 송대부터 청대까지 지속적으로 표현되던 필수적인 장식 요소이다. 사자의 머리는 몸체에 장식된 수면과 이목구비의 표현이 유사하며, 갈기도 곱슬이다.
삼족향로 뚜껑 위의 동물 장식은 12세기 고려에서 청자로 제작한 동물장식향로에도 나타나고 있다. 고려시대 청자동물장식향로에는 산예와 기린, 원앙과 오리가 장식되어 있으며, 이들 동물을 향수(香獸)라고 한다. 그러나 고려시대의 청자동물장식향로는 몸체에 전이 달린 삼족향로로 이 향로와는 다른 모양이다. 따라서 이 향로처럼 삼족이 달린 타원형 몸체에 사자가 장식된 향로가 나타나는 것은 후대의 경향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형향로의 뚜껑 위에 사자가 장식되는 것이 14세기 원대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삼족향로와 사자 장식의 결합도 원대로 추정된다.
향로 뚜껑에 표현된 것과 같은 삼엽형 연기 구멍은 사뇌사지 출토 고려시대 〈청동현향로(靑銅懸香爐)〉와 〈청동풍탁(靑銅風鐸)〉에서도 볼 수 있어 고려적인 표현 요소로 볼 수 있다.
숭림사의 〈청동은입인동문향로〉는 그 동안 조선시대의 향로로 추정되어 왔다. 그러나 향로 몸체의 수면 장식과 모란당초문의 표현 방식, 뚜껑 위 사자의 모습과 삼엽형 연기 구멍 등은 고려시대 향로에 보이는 요소로 판단된다. 또한 삼족향로 몸체의 수면 장식 등은 14세기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되어 숭림사의 창건기인 고려 후기 또는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사찰의 향로 중 손잡이가 없는 거향로(居香爐)는 향완으로 대표되는데, 이 향로는 고려시대 사찰에서 사용한 거향로 기형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