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특색에 따라서 신화가 위주인 거리를 ‘풀이’, 놀이의 성격이 강한 거리를 ‘놀이’라고 하는데, 성주풀이 · 대감놀이가 각각 그 예이다. 굿은 이러한 거리로 단락이 지어지는데 이것이 일정한 수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십여 차에서 이십여 차로 구성된다. 굿의 규모나 목적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고 지역이나 무녀에 따라 순서가 일정하지 않으며 변동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굿에는 보통 열두거리 또는 십이제차(十二祭次)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개념적인 것일 뿐 실제 순서의 수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여러 가지의 제차가 있다는 뜻이다. 제차의 순서나 수효가 많은 경우에는 ‘안팎 겹굿’이라 하여 열두거리를 집 안에서 하는 것과, 집 바깥에서 하는 것으로 24거리가 있다고 한다.
거리가 굿의 한 절차이기는 하지만 연극에서처럼 굿의 전체내용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다소 독립성을 가지는 것만은 아니다. 거리는 비교적 독립성이 강하다. 따라서, 어떤 거리를 빼버려도 굿의 진행에 지장받는 일은 없다. 말하자면, 독립된 신을 모시는 형식을 한데 모은 것이 굿이 되는 것 같은 인상이 든다.
그러나 모든 거리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굿이 시작되는 ‘부정굿’과 굿이 끝나는 ‘뒷전’이나 ‘거리굿’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거리이다. 다소 간소화되기는 해도 그것이 생략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굿의 어떤 거리는 없어도 굿의 진행에 관계가 없는 반면, 그 굿거리가 없으면 굿이라는 구색이 없어지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성주거리 · 대감거리 · 제석거리 · 산신거리 등이 빠지면 굿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며, 굿을 하는 목적도 결여된 감이 든다. 이러한 경우에도 그것은 신을 모시는 절차가 빠졌을 뿐이지 그것이 다음 순서로 이어지는 계속성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서의 거리라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거리는 연극의 장과는 달리 연속성이 적고 독립성이 강한 점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거리는 하나의 신이나 같은 종류의 신을 모시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 이러한 형식은 무복(巫服)의 종류로 표현된다. 따라서, 무복을 보아서 신의 성격과 거리를 짐작할 수 있으며, 무복이 바뀌면 거리가 바뀌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거리는 신을 청배(請陪)하고 신이 신탁(神託)인 공수를 내리고 떠나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하나의 신을 모시는 거리에서는 이것이 한번 정도이지만 많은 신을 한 거리에 모시는 경우에는 이러한 신을 모시고 공수를 내리고 보내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거리와 거리의 사이에는 쉬는 시간이 있거나 무악이 그치는 등 한 거리가 끝났음을 뚜렷이 한다. 때로는 쉬는 시간이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러한 경우에도 무복은 바뀐다. 무복을 겹쳐 입고 하나씩 벗어나가면서 굿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거리에 따라 무녀가 바뀌는 것도 흔히 있는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