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놀이

연극
개념
가면을 쓰고 정해진 배역에 따라 대사와 춤, 음악을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을 풀어 가는 지역 전승의 대동놀이적 전통 연희.
이칭
이칭
탈춤, 가면극, 탈놀음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탈놀이는 가면을 쓰고 정해진 배역에 따라 대사와 춤, 음악을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을 풀어 가는 지역 전승의 대동놀이적 전통 연희이다. 한국의 탈놀이는 제의적 성격에서 출발하여 조선 후기에 이르러 현실 비판적 성격으로 변화되었다. 특징은 소통 중심의 개방성, 대동놀이성, 제의적 정화성, 긍정적 신명성, 파격적 일탈성, 현실 비판성 등이다.

정의
가면을 쓰고 정해진 배역에 따라 대사와 춤, 음악을 통해 인물 간의 갈등을 풀어 가는 지역 전승의 대동놀이적 전통 연희.
역사와 전승

한국 탈춤에 대한 초기 기록은 일본에 전하는 백제기악(伎樂)신라처용무, 그리고 통일신라 오기(五伎) 중의 대면, 속독, 산예에 나타난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산대(山臺)라는 국가적 행사, 사신 접대, 관의 행사 등에 거대한 가설무대를 설치하고 다양한 탈놀이, 인형놀이, 춤과 노래를 벌였다. 산대의 구체적 모습은 1724년 중국 사신 아극돈(阿克敦) 일행이 그린 이동식 산대의 그림에 나타난다. 한편 조선 후기 탈놀이의 구체적인 모습은 1778년 강이천(姜彛天)이 어린 시절에 남대문 밖에서 벌어진 주1를 보고 기록한 「남성관희자(南城觀戱子)」에 나타나는데 현존 산대놀이와 유사하다. 그리고 하회의 탈놀이는 고려시대부터 유래한다. 그렇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탈놀이는 관 주도의 산대가 해체된 이후인 18~19세기에 형성되었다.

지역적 특징과 유형

한국 탈놀이의 지역별 특징을 보면, 중부지방의 산대놀이와 황해도(해서)의 탈춤은 과장이 세분화되어 있고 극적인 성격이 강하며, 영남지방의 오광대와 야류는 과장이 단순하고, 놀이적 성격이 강하다. 그 외에 하회, 강릉, 북청, 예천의 탈놀이는 지역 제의와 연관된 굿탈놀이의 성격을 지닌다.

중부지방 탈놀이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며, 대체로 연행 시간도 2~5시간에 이른다. 시기는 주로 단오이며, 초파일과 백중 시기도 나타난다. 특히 중 관련 과장이 세분화되고, 관련 인물도 노장, 상좌, 목중, 옴중 등으로 구분된다. 한편 취발이란 인물이 등장해서 중의 여자를 빼앗는 역할을 한다.

영남지역 탈놀이는 내용과 인물이 단순하며, 연행 시간도 대체로 짧아서 1시간 전후에 그친다. 연행 시기도 주로 정월대보름으로, 새해맞이 정화 의식과 안녕 기원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부산 지역 야류는 앞놀이인 길놀이가 두드러지면서 주2의 특성이 강조된다. 중부지방에 비해 문둥이, 영노(비비), 오방신장 등의 배역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승주체

한국 탈놀이의 전승 주도 집단은 19세기 후반까지 농민, 상인과 임노동자, 향리와 하급 관속, 조창 관리와 어민, 한량, 관노 등으로 다앙하다. 다만 일부 계층이 배역이나 악사를 맡아 이끌지만, 이를 향유하는 계층은 지역민이다. 따라서 주민이 비용 주3, 배역 참여, 도구 준비, 적극적인 향유층이라는 점에서 탈놀이는 다 같이 어울리는 대동놀이적 성격을 지닌다.

춤사위

탈놀이의 춤은 인물의 성격과 행위 부각, 농경과 동물 행위 모방, 주4적 정화 의식의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춤의 기능은 갈등 해소, 신명 도출, 극적 환상 거부, 인물의 개성 창조, 진행상의 역할을 한다. 지역적 특징을 살펴보면 황해도 탈춤은 고구려 춤의 영향을 받아 두 다리가 바닥에서 떨어지며 힘차게 뛰는 도무(蹈舞)가 많아서 역동적 성격을 지닌다. 그리고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산대놀이는 주로 손동작이 많이 사용되며, 섬세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지닌다. 이에 비해 경상도 지방의 춤은 자유로운 주5 위주로 이루어졌다.

탈의 특징

한국의 탈은 재질에 따라 크게 목탈, 바가지탈, 종이탈, 키탈 등으로 구분된다. 목탈은 하회탈이 대표적이며, 소각하지 않고 오랫동안 보존된다. 바가지탈은 산대놀이에 일반적이며, 바가지에 창호지를 붙이고 구멍을 뚫어서 얼굴 형태를 만든다. 종이탈은 창호지 여러 장을 겹쳐서 만드는데, 영남지방의 오광대와 야류 탈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 예천 청단놀음에는 키를 이용한 키탈을 사용한다.

장단과 불림

장단은 주로 주6, 주7, 주8이 나온다. 반주 악기는 중부지방은 삼현육각이고, 영남지방은 사물 악기가 중심이다. 한편 ‘불림’은 가사체의 4보격으로, 재담(才談)과 춤을 조화롭게 연결해 주거나, 장면 전환 및 신명 도출의 기능을 한다. 탈놀이에는 가요가 많이 삽입되어 있는데, 대체로 민요를 중심으로 해서 잡가, 무가, 판소리, 시조와 가사 등이 두루 포함된다. 가요가 내용 전개와 부합되는 경우도 있지만, 단지 분위기를 돋우고 장면 전환의 기능을 갖는 경우도 있다.

재담과 무언

탈놀이의 대사를 재담이라 하는데, 주9 표현인 풍자, 해학, 기지, 반어 등이 두루 사용된다. 그리고 다양한 상용어구, 비속어, 한자어도 나오며, 반복과 점층 수법이 자주 사용된다. 한편 동음이의어나 유사 발음을 이용해 상대를 희롱하며, 상대의 정체를 알면서 엉뚱하게 되묻는 정체 확인 사설도 나온다. 한편 무언의 인물도 등장하는데, 노장과 같이 고승과 파계승의 이중성을 부각시키는 인물, 소무‧첩‧여사당과 같이 외모 및 사회적 약자로 부각되는 인물, 숭고한 존재로서 의식무의 주체자인 상좌, 연잎, 눈끔쩍이, 오방신장, 사자 등이 해당된다. 따라서 무언의 인물은 인물의 전형성, 인물 간 극적 관계, 종교적 이중성 부각을 위해 설정된다.

전반적 특징

한국의 탈놀이는 개방적 소통성, 제의적 정화성, 대동놀이성, 긍정적 신명풀이성, 파격적 일탈, 현실 비판성, 죽음의 집단 정화성 등이 특징이다.

첫째, 개방적 소통성은 야외 공간의 열린 공간적 특징, 연행 요소의 공유에 의한 활발한 소통, 적극적 향유자(관람객)의 판 개입으로 나타난다.

둘째, 제의적 정화성은 주10나 당고사, 탈의 소각, 의식무, 할미 죽음 의식에 나타난다. 의식무의 성격에는 오방신장춤, 상좌춤, 사자춤 등에 두드러진다.

셋째, 대동놀이성은 앞놀이인 길놀이, 주11인 뒷풀이에 두드러진다. 길놀이는 순환 구조이며, 중간 거점 지역에서 다같이 어울리는 방식이다. 주12도 구경꾼들이 대거리(군소리), 추임새, 허드래춤(허튼춤)으로 적극 참여한다.

넷째, 긍정적 신명풀이성은 억압된 생명력의 해방 과정에 나타난다. 현실적 삶의 응어리를 다같이 춤, 노래, 몸짓, 재담으로 풀어가는 과정에 집단적 주13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 현실 속의 부정적 한을 신명으로 풀어가면서 긍정적 삶의 자세를 지니게 된다.

다섯째, 파격적 일탈성은 할미를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할미는 허리를 노출하며, 현란한 엉덩이춤을 추고, 노상 방뇨를 하며, 영감과 만나서 적극적 성행위를 보여준다. 이것은 매우 파격적이고 일탈적인데, 생산력 저하에 따라 젊음을 회복하려는 욕구의 역설적 표현이다. 특히 여성 방뇨는 우리 신화, 민간신앙, 굿놀이 등에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강한 성적 능력에 의한 생산과 풍요의 상징성을 지닌다.

여섯째, 현실 비판성은 신분과 계층에 의한 갈등 과정에 나타난다. 양반과 말뚝이, 노장과 취발이, 노장과 주14, 영감과 할미, 본처와 첩 등의 관계에 나타난다. 그러나 갈등은 극단적 대립으로 나아가지 않고 타협을 이루는데, 이것은 탈놀이가 자족적이고 놀이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일곱째, 죽음의 집단 정화성은 마지막 할미의 죽음 의식으로 마무리되는 장면에 나타난다. 중부는 주로 굿으로, 영남은 주로 상여 운구로 끝맺는다. 죽음의 의식은 비극적이라기 보다는 집단적 한풀이에 의한 정화 과정이며, 공동체를 인식하고 생명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현대의 변화 양상

한국의 탈놀이는 기존의 지역민 주도의 자족적인 세시성, 대동놀이적 성격이 20세기 중후반부터 점차 축제 시기의 무대 공연화 양상으로 바뀌어 갔다. 따라서 탈판의 소통, 놀이성, 주15가 약화되었다. 그리고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 지정 이후에 전승의 지속성이 확보되고 연수의 체계화로 기예능이 향상되었지만, 관 의존적이 되고, 원형 추구에 따른 현장 전승의 활력이 약화되었다. 앞으로 대동놀이적 성격과 현장 개방성에 따른 쌍방향 소통을 살면서, 시대 정신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참고문헌

원전

『고려사』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단행본

서연호, 『산대탈놀이』 (열화당, 1987)
윤광봉, 『한국연희시연구』 (이우출판사, 1987)
이두현, 『한국의 가면극』 (이두현, 일지사, 1979)
이병옥, 『송파산대놀이』 (집문당, 1982)
전경욱, 『한국가면극, 그 역사와 원리』 (열화당, 1998)
정상박, 『오광대와 들놀음 연구』 (집문당,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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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호, 『한국 전통연희의 전승과 미의식』 (민속원,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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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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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호, 「한국 가면극의 유형과 전승원리 연구」 (중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5)
한양명, 「민속예술을 통해 본 신명풀이의 존재양상과 성격」 (『비교민속학』 22, 비교민속학회, 2002)

기타 자료

정형호, 「한국 탈춤의 특징과 지향」 (세계탈문화예술연맹,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한국의 탈춤』, 안동국제컨벤션센터, 2022.12.5.)
주석
주1

탈을 쓰고 큰길가나 빈터에 만든 무대에서 하는 복합적인 구성의 탈놀음. 바가지, 종이, 나무 따위로 만든 탈을 쓰고 소매가 긴 옷을 입은 광대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노래하고 이야기를 한다. 고려 시대에 발생하여 조선 시대까지 궁중에서 성행하였으나 후에 민간에 전파되어 탈놀음 중심의 평민극으로 이어졌다. 현대 산대놀이 계통의 것으로 양주 별산대놀이, 송파 산대놀이, 봉산 탈춤, 강령 탈춤, 오광대놀이 따위가 전하고 있다. 우리말샘

주2

전통적으로 전하여 오는 집단 놀이. 힘없고 억눌린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신명풀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우리말샘

주3

모임이나 놀이 또는 잔치 따위의 비용으로 여럿이 각각 얼마씩의 돈을 내어 거둠. 우리말샘

주4

잡귀를 쫓음. 우리말샘

주5

탈을 쓰고 풍물놀이 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 경상도 지방의 들놀음이나 오광대놀이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춤사위이다. 우리말샘

주6

타령에 쓰는 8분의12 박자 장단. 우리말샘

주7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지방의 무악(巫樂)에 쓰이는 장단의 하나. 보통 빠른 박자이며, 제석굿에서 노적 타령, 오구굿에서 씻기 또는 길닦기 따위의 거리에서 염불 무가를 부를 때에 쓴다. 우리말샘

주8

풍물놀이에 쓰이는 느린 4박자의 장단. 일반적인 굿거리장단과 남도 굿거리장단이 있으며, 보통 행진곡과 춤의 반주에 쓴다. 우리말샘

주9

익살을 부리는 가운데 어떤 교훈을 주는. 또는 그런 것. 우리말샘

주10

탈놀음에서, 길놀이를 마친 다음 본격적인 탈놀음에 앞서 지내는 고사. 우리말샘

주11

풍물놀이나 탈춤 따위의 놀이 뒤에 구경꾼들과 함께 춤을 추거나 즐김. 또는 그런 일. 우리말샘

주12

풍물놀이나 탈춤 따위에서, 앞놀이와 뒷놀이 사이에 이루어지는 놀이. 전체 놀이의 중핵을 이룬다. 우리말샘

주13

원통한 마음을 풂. 우리말샘

주14

먹장삼을 입은 승려. 우리말샘

주15

흥겨운 신이나 멋을 마음껏 드러내는 일.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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