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어법은 국어의 한 특질이기도 하다. 경어법은 문법적인 사실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경어가 체언일 경우에 대체로 한자어가 채택되고, 파생접미사 ‘-님’의 통합으로 이루어지는 점에서 어휘론적인 사실이기도 하며, 듣는 사람에 대한 깍듯한 경의표시를 위하여는 경어법의 사용과 어휘의 선택 및 배열에 각별한 배려가 주어지는 점에서는 문체론적인 사실이라 할 수도 있다.
경어법의 사용은 말하는 사람의 경의표시에 의한 것이나, 경의표시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하여는 아직 정설이 없다. 그러나 경의표시는 말하는 사람보다 상위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상위자를 매기는 척도는 연령, 친족관계, 사회적 지위, 권력 등이라 할 수 있다. 연령은 많을수록, 친족관계는 세대가 높을수록 상위자로 다루어지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은 성취된 지위이므로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이러한 것들이 요인으로 작용하여 상위자가 판정되는데, 요인이 상충할 경우에는 우선순위에 따라서 결정된다. 우선순위는 말하게 되는 장면에 따라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서도 달라질 수 있고, 연령에 따른 세대와 친소관계나 지역의 차이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어서 결정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들 네 가지 요인에 따라 상위자가 판정되어 경어법이 사용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주체경어법은 한 문장의 주체 혹은 주어를 어떻게 언어적으로 예우하여 표현하느냐 하는 경어법이며, 이는 그 대상을 높여 대우하느냐 않느냐로만 구분되는 이분 체계의 경어법이다. 높여 대우하지 않을 때는 어떤 특정한 형태소의 첨가 없이 표현되며, 높여 대우할 때만 “아버지가 오신다.”에서처럼 서술어의 어간에 주체존대 표시의 선어말어미 ‘-시-’를 첨가하여 표현한다.
객체경어법은 한 문장의 주어의 행위가 미치는 대상, 즉 객체를 언어적으로 대접하여 표현하는 경어법 체계를 말한다. 객체경어법은 주체경어법과 마찬가지로 누구를 존대하느냐 안느냐로만 이분되는 경어법이다. 그러나 주체의 존대 여부는 주체와 화자의 대비에서 성립하였음에 반해 객체의 존대 여부는 객체와 주체와의 대비에서 성립한다. ‘영희가 할머니를 모시고 간다.’는 객체인 할머니는 주체인 영희와 비교되어 존대된 것이다. 이처럼 객체경어법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존비 관계로 성립되기 때문에 ‘할머니’가 존대를 받았다는 쪽으로 이해하는 대신 ‘영희’가 낮춤을 받았다는 쪽으로 이해하는 길도 있다. 즉 객체의 존대이기보다는 주체의 겸양을 나타내는 겸양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객체경어법은 현대국어에서 그 쓰임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 객체경어법은 그것을 표현하는 선어말어미는 따로 없고 ‘드리다, 여쭙다, 뵙다, 모시다’ 등의 특수한 동사 몇 개가 있을 뿐이다.
상대경어법은 청자를 예우의 대상으로 삼는 경어법으로 청자경어법이라고도 한다. 두 경어법은 존대의 대상, 즉 주체나 객체가 현장에 있을 수도 있으나 없어도 쓰이는 경어법인 것과는 달리 상대경어법은 원칙적으로 청자가 현장에 있으며, 그 청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문장에 나타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상대경어법은 예의와 격식을 차려서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격식적 용법과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될 만큼 가깝거나 친한 사이에서 서로를 높이거나 낮추는 비격식적 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격식적 용법은 등급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아주높임, 예사높임, 예사낮춤, 아주낮춤의 네 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각각 명령형 종결어미를 따라 ‘합쇼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로 불리기도 한다. 비격식체는 두루높임과 두루낮춤 두 등급으로 분류되며, 이들은 각각 명령형 종결어미를 따라 각각 ‘해요체’와 ‘해체’로 불리기도 하며, ‘해체’를 반말이라고도 한다.
문어체의 편지 등에 쓰이는 ‘하나이다·하소서’ 등을 아주높임보다 더 높은 등분으로 설정하여 하소서체(이희승의 분류) 또는 지공(至恭, 박승빈의 분류)이라 부르는 일도 있다. 그러나 현대어의 대화에서는 두루높임(해요체)과 두루낮춤(해체, 반말), 그리고 아주높임과 아주낮춤이 짝이 되어 사용되고, 예사낮춤과 예사높임이 장년층 이상에서 사용되는 점에 근거하여 등분의 재검토가 행해지고 있다.
한편 국어의 경어법에는 용언의 활용형에 의한 경어법 외에도 특수 어휘에 의하여 남을 높이거나 자기를 낮추어서 상대편을 존대하는 방법이 있다. 존대나 겸양을 나타내는 특수어휘로는 ‘진지, 치아, 약주, 댁, 계씨(季氏), 자당, 가친, 함씨, 저, 상서, 주무시다, 계시다, 잡수시다, 돌아가시다…’등과 접미사나 접두사가 붙어서 존대나 겸양을 나타내는 ‘아버님, 선생님, 귀교(貴校)’과 같은 어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