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불산(萬佛山)은 신라 경덕왕이 당의 황제 대종이 불교를 숭상한다는 말을 듣고 공장(工匠)에게 명하여 만든 불교 공예품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 「탑상(塔像)」편의 ‘사불산 · 굴불산 · 만불산(四佛山掘佛山萬佛山)’조 기록에 의하면 이 공예품은 오색의 구유(氍毹)를 만들고 침단목을 조각하여 명주와 아름다운 옥 등으로 꾸민 높이 1장 정도의 가산이라고 한다.
이 만불산은 우뚝 솟은 바위와 괴이한 돌과 계곡 · 동굴 등이 있어서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각 구역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온갖 산천의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 문틈으로 바람이 불면 벌과 나비가 훨훨 날아다니고 제비와 참새가 춤을 추었으니, 얼핏 보면 살아있는 현실 세계와 같았다고 한다. 그 안에 만 개의 불상을 봉안하였는데, 큰 것은 기장이나 콩 반쪽만 하였다. 이 불상들은 머리털과 눈썹, 눈 등이 또렷하니 모두 다 갖추어져 있었다. 여기에 금과 옥으로 된 번개(幡蓋)나 화과(花果)와 같은 장엄이 있었고 누각과 대전(臺殿) 등도 갖추고 있었다. 또한, 만불산의 앞쪽에는 천여 개의 승려상이 있는데, 그 아래로 자금종(紫金鍾) 셋을 벌려 놓았다. 모두 종각을 갖추고 있었으며 포뢰(蒲牢)와 같은 장식이 새겨져 있었다. 바람이 불어 종이 울리면 주위를 돌고 있는 승려상들이 모두 엎드려 머리를 땅에 대고 절을 했으며 또한 은은하게 염불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하였다.
경덕왕은 만불산을 대종에게 증정하였는데, 이것을 받은 당의 황제는 “신라의 교묘한 기술은 하늘이 만든 것이지 사람의 기술이 아니다”라며 감탄하였다고 한다. 이어 대종은 구광선(九光扇)을 만불산 바위 사이에 두고 이름을 불광(佛光)이라고 했으며, 승도들에게 명해 대궐 안의 불사(佛事)에서 만불산에게 예배하게 했으니 보는 사람들이 모두 그 정교한 솜씨에 탄복했다고 한다. 만불산은 불교적 이상세계를 표현한 일종의 가산으로 신라인의 축적된 공예 기술의 극치를 반영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