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에서 사용되는 필수 무구(巫具)의 한가지이다. 굿에서 무당은 부채를 오른손에, 무당방울을 왼손에 나누어들고 부채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춤을 춘다. 무당이 신이 내려서 신탁인 공수〔空唱〕를 할 때 부채에 그려져 있는 신령의 눈을 보면서 정신을 집중하는 데 쓰며, 신령의 재수나 복을 내려주는 데도 쓰인다. 무당이 굿 도중 한 손으로 부채를 펼쳐 쥐고 다른 손으로 그것을 떠받치며 재수를 부어주는 시늉을 하면 집에 있는 부인네들은 다투어 치마폭을 벌려 그것을 받는다.
재료로 대나무 가지를 다듬어 살로 쓰고 거기에 한지를 바른 것이 보통이나 한지 대신 베나 비단을 입힌 것도 있다. 크기는 대개 길이가 36㎝ 정도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부채 살이 쉰 개나 되고 크기가 큰, 이른바 쉰대알님을 높이 치고 큰무당들이 사용하였다 한다.
무당부채는 거기에 그려진 신령그림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아무런 그림이 없는 것을 백선(白扇)이라 하는데 중부지역에서는 제석(帝釋)거리에 주로 사용된다. 다음으로 부채에다 삼불제석(三佛帝釋) · 선녀(仙女) · 일월(日月) · 꽃무늬 등을 묘사하여 놓은 것은 각기 삼불선 · 팔선녀선(八仙女扇) · 일월선 · 화선(花扇)으로 불린다. 조선조말과 일제시대는 그 가운데 삼불선과 팔선녀선이 가장 흔하였다. 이 점으로 보아 무(巫)에 대한 불교와 도교의 영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부채에는 그와 같은 그림들이 섞여 그려져 있다. 이북의 무당 가운데는 펼쳐 원형을 이루는, 지름 60㎝ 이상의 큰 부채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 부채에도 일월을 비롯하여 여러 신령 · 구름 등이 섞여 그려져 있다. 지역에 따른 그 사용분포를 보면 예전에는 주로 충청도 이북지역에서 부채가 무구로 쓰였고, 그 이남과 제주도에서는 부채를 무구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광복과 6 · 25를 겪으면서 피난을 통하여 각 지역의 무당이 서로 섞이게 되고 영향을 받아 부채를 쓰는 무당이 늘었다. 그래도 호남과 제주지방에서는 아직도 부채를 사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