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용도로이므로 자동차 이외의 다른 교통 수단의 통행이 허용되지 아니하며 사람이 걸어다닐 수도 없다. 또한, 고속 통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정 지점에서만 입체교차로(인터체인지)를 통하여 일반 도로와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교차 지점에서 신호 대기 등으로 통행이 지연되는 것을 피하고 차량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고속도로는 외국의 ‘진출입 지점이 제한된 고속도로(limited·access highway)'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도로 시설로 보아 고속도로에 비견할 만하면서도 일반 도로와의 연결을 대부분 허용하는 도로는 ‘고속화 도로’ 라고 부르며, 대도시에서 시내 통과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일정 구간에 고속도로를 설치하는 경우, 이를 ‘도시 고속도로’라 한다.
고속도로는 기간 도로의 성격을 지녀, 각 노선의 기점, 종점 및 경유지는 자연히 주요 도시들로 구성되며, 고속 도로망 전체로 보아서는 국가의 대동맥 기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로법에 따라, 전국 도로는 고속국도·일반 국도·특별시도·지방도·시도·구군도로 나누며, 고속도로는 일반 국도와 함께 중앙정부가 관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의 건설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초의 일로서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는다.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기간(1962∼1966) 중 정부는 의도하였던 경제개발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수송 부문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전국적인 교통 조사를 시행하였다.
이 조사에서 도로 교통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기존 도로의 수송 능력은 한계에 도달하여 고속도로의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정부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967년 8월, 서울∼인천 등지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밝히게 되었고, 곧이어 경인·경부·울산·호남고속도로가 연차적으로 착공되었다.
그 뒤 경제성장에 따라 고속도로 건설계획은 수정·확대를 거듭하였다. 1971년 10월에 공고된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총 연장 2,000여㎞, 16개 고속도로 노선을 제4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이 끝나는 1981년까지 완공하여 전국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청사진이 제시되었다.
1960년대 중반 경인고속도로가 건설된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속도로 건설 과정은 대체로 10년 단위의 세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1기인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는 고속 도로망의 기간 노선 형성기이다. 이 시기에 건설된 노선 연장이 가장 길며 전국 주요 도시들이 고속 도로망에 편입되었다.
제2기는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로 이 기간은 기간 노선을 서로 연결하는 지선들이 개통되는 지선 건설기로 이름지울 수 있다.
제3기는 1980년대 중반 이래 1990년대 중반까지로 이 시기는 노선 확충기로서 기존 노선의 차선 수가 늘고 수도권 외곽에 순환 노선이 대거 건설되는 특징을 보인다.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기간(1967∼1971)의 첫 해인 1967년 3월 서울∼인천 간의 4차선 도로가 착공되어 21개월 만인 이듬해 12월에 완공된 것이 우리나라 고속도로 건설의 첫 출발이었다.
이어 1968년부터 4년간에 경부고속도로(서울∼부산)가 완성되고 호남·영동 고속도로의 제1차 공사 구간인 대전∼전주와 신갈∼새말이 각각 완공되었다.
또한 한신부동산주식회사에 의하여 울산∼언양 간 14.3㎞의 사설 고속도로가 1969년에 건설되었다. 1973년 말에는 호남고속도로의 나머지 구간인 전주∼순천 구간과 남해고속도로가 완공을 보아, 대전 이남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순환 노선이 마련되었다.
또한, 영동고속도로의 제2차 공사 구간인 새말∼강릉 구간과 동해고속도로(강릉∼동해)가 1975년 10월 동시에 완공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서부 평야지대와 동해안을 연결하는 새로운 자동차 교통로가 열리게 되었다.
이리하여, 1975년 말 고속도로는 총 연장 1,100여㎞에 이르러 고속 도로망의 골격에 해당하는 구간들은 이 당시 이미 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하여 종래 철도가 담당해왔던 여객과 화물 수송의 상당 부분이 고속도로로 전환되는 등 본격적인 고속도로 교통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고속도로 건설 초기에는 각 노선별 건설 공사 사무소가 독립된 관리 기관으로 되어 있었으나, 1969년 1월 「한국도로공사법」이 제정되고 그 해 2월 15일 한국도로공사가 설립되어 여기서 고속도로의 건설과 관리를 전담하게 되었다. 1970년 8월에는 「고속국도법」이 제정되었다.
1975년 이후 10년간의 노선 건설은 이전 10년간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져, 이 기간 중에 개통을 본 노선은 대구∼마산선, 88올림픽선(대구∼광주) 및 남해 제2지선(부산∼냉정) 정도이다.
1976년 6월에 착공되었던 구마고속도로(대구∼마산)는 이듬해 완공을 보았고, 남해고속도로의 부산∼마산구간이 4차선으로 확장되는 동시에 같은 구간에 별도의 4차선 노선(남해고속도로 지선, 1981)이 신설되었다.
1981년 10월에 착공된 88올림픽고속도로는 1984년에 개통되어 남부 지방의 동서를 연결하는 도로가 남해고속도로에 뒤 이어 하나 더 늘어났다.
198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는 교통 수요가 많은 구간을 중심으로 대체 노선을 증설하고, 또 전국적으로 기존 노선을 확장하는 시기로 특징 지울 수 있다. 1980년대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 대수가 급증하는 시기였다.
이는 자동차 공업의 눈부신 성장, 그리고 경제성장과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인한 교통 수요의 증가가 서로 어울린 결과로서, 전국 도로는 자동차로 넘쳐나게 되었다.
정부와 한국도로공사는 날로 악화되어 가는 교통 체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고속 도로망 확장 사업을 벌이게 된다. 교통 체증은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 인근에서 가장 심하여, 확장 사업도 자연 이들 지역에 집중되었다.
노선이 신설된 사례로는, 1987년 말 중부고속도로(서울∼청주)가 완공을 보아 경부고속도로에 집중되어 왔던 교통량을 분담하게 되었다.
또한 신갈∼안산고속도로(1991), 제2경인고속도로(광명∼인천, 1994), 시흥∼안산고속도로(1995), 및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의 판교∼퇴계원(1992), 판교∼평촌(1995) 구간이 개통되어 수도권의 교통 체증 해소에 기여하게 되었다.
또한, 차선 확장 사업이 전국 범위에 걸쳐 이루어져, 전 고속도로망 곳곳에서 2차선이 4차선으로, 4차선이 6∼8차선으로 확장되었으며 이를 통해 차량 소통이 원활해졌다.
고속도로 1호선인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고속 도로망의 길이는 우리나라 전체 도로의 약 2.5%를 차지한다. 우리 고속도로망은 전국을 종횡으로 연결하고 있으나, 동해안 지방만은 강릉∼동해시 구간을 제외하면 고속도로 노선이 아직 없다.
고속도로는 자동차 전용이기는 하지만 일부 구간에는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비상 활주로의 기능을 겸한다.
고속도로에는 또한 승객과 운전자의 휴식, 차량의 정비 등을 위한 휴게소·주유소·정비소 등의 편의 시설이 노선 곳곳에 마련되어 있으며, 4차선 이상 구간에는 안전을 위하여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 동안의 확장 사업 등에 힘입어 대부분 구간이 4차선 또는 그 이상의 노폭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도 2차선 도로로 남아 있는 구간도 있다.
현재 대부분 노선이 유료 노선이며, 진출입 지점(인터체인지) 또는 노선 중간에 통행 요금을 받기 위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고속도로의 교통량은 근래 자동차의 보급과 더불어 급증하고 있다. 승용차의 통행량이 가장 많고, 그 다음 화물차, 버스의 순이다.
노선별로는 경부선의 교통량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남해선·수도권제1순환선·중부선·호남선·경인선·영동선의 통행량도 적지 않다. 한 노선 안에서는 대도시와 인근 도시 구간에 교통량이 많이 집중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한 대중교통 수단으로는 우등고속버스·일반고속버스와 고속도로 경유 시외버스 등이 있다.
1990년대 후반 현재,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망은 또 한 차례의 확장기를 시작하고 있다. 규모가 큰 노선으로 서해안선(인천∼목포), 중앙선(대구∼춘천), 부산∼대구선, 대전∼통영선 등이 건설되었다.
이 노선들은 그 동안 고속도로망에서 소외되었던 서해안(서해안선), 동부 내륙(중앙선), 남부 소백산지(대전∼통영선)를 지난다는 점에서 특히 큰 의미를 지닌다.
기존 노선에 더하여 새 우회 노선이 생겨 장거리 교통이 한결 더 편리해질 뿐 아니라, 교통이 불편한 낙후 지역도 비로소 고속 교통시대에 편입되어, 전국이 하루 생활권을 이루게 되었다.
대도시 순환고속도로의 건설도 계속되어 수도권제1순환선과 대전남부순환선 외에도, 인천국제공항선(인천∼고양)이 건설되었다. 이 밖에, 여주∼구미, 대전∼당진, 천안∼서천 구간, 논산∼천안 구간 등에도 고속도로가 건설되었다.
2015년 3월 현재 고속도로 노선과 길이를 보면, 한국도로공사 운영 노선은 31개 노선 3,817㎞이며, 민자 운영 노선은 7개 노선 322㎞이다.
현재 경부선과 서해안선에 초고속 광통신로가 건설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통관리 시스템, 통행료 징수시스템 등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광통신망을 더욱 확장시켜 전 고속도로망을 지능화 시킬 계획이다.
고속도로는 시간과 공간을 단축시켜 산업과 국민 생활에 골고루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 교통이 편리해짐에 따라 운송비의 제약이 줄어들어, 공업이 지방으로 분산되고 전국 각지에 공업단지가 발달되었다.
또한 농산물의 시장도 전국 범위로 확대되어 채소류 등 경제작물의 재배가 늘어나는 등 농촌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접근성의 증가는 여가활동 양상에 변화를 가져와, 종전에 인적이 드물던 곳도 도시인의 발걸음이 잦아진 탓에 유망한 관광지로 각광을 받기에 이르렀다. 고속교통은 이처럼 분산을 돕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도시 집중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속도로망의 형성으로 전국 주요 지역이 하루에 왕복할 수 있는 1일 생활권 속으로 들어서면서, 인구와 경제·문화활동은 교통이 편리하고 경쟁력을 갖춘 대도시로 더욱 몰리는 반면, 고속도로 접근성이 취약한 벽지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국토 공간의 불균형 문제가 대두되었다.
고속도로망의 발달은 교통 부문 자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종래에는 철도가 유일한 장거리 수송 수단이었으나, 이제는 전국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버스 노선이 개설되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화물차량이 늘어나, 철도의 승객 및 화물 수송 분담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고속도로는 도시 내부에도 영향을 끼친다. 고속버스터미널 설립은 주변 상가의 발달을 불러와 부도심(副都心)으로 성장하기 쉽다.
고속버스터미널은 지하철 역, 택시 터미널 등을 겸하게 되므로 교통 유발 효과가 크며, 주변의 토지 이용을 빠르게 바꾸어 나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의 발달은 국위를 선양하는 데도 큰 몫을 하였다.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얻은 기술과 경험은 우리 건설 회사들이 세계 각지의 대형 건설 공사에 진출하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이는 비단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경제적 의미뿐만 아니라, 토목 기술면에서 이제 우리도 선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