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으로 잡혀가게 되자 자기가 그린 그림 속으로 들어가 숨어 버린 이인(異人)에 관한 설화이다.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도술로 벗어난 신이담(神異譚)이다. ‘그림을 타고 간 사람’으로도 불리며 널리 전해진다.
어떤 사람이 가난하게 살고 있는 친구에게 새 한 마리를 그려 주고는, 막대기를 주면서 “날마다 새를 한 번씩 때리라.”고 하였다. 친구가 그 말대로 하였더니 날마다 새가 엽전을 세 닢씩 물어다 주었다. 그러다가 욕심이 나서 새를 자꾸 때려 돈을 모으다 보니 온 집 안이 돈바다가 되었다. 그 돈은 나라의 국고 돈으로서, 나라에서는 국고의 돈이 자꾸 없어지는 것을 알고는 범인을 찾고 있었다.
하루는 새 한 마리가 돈을 물고 날아가는 것을 발견하여 새를 쫓아가 보았더니, 어느 집 마당에 돈이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주인을 잡아 문초하자 그 주인이 그림을 그려준 친구를 대었으므로, 그 친구가 잡혀가서 엄한 문초에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그는 마지막 소원이 있다면서 그림을 한 번 그리게 해 주기를 간청했다. 허락을 받은 뒤, 그 사람은 잘생긴 말 한 필을 그려 놓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 말을 타고 어디론가로 가 버렸다는 설화이다.
각 편에 따라서는 새 그림을 그려 준 사람이 재주가 비상한 도둑·학자·승려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새도 비둘기나 까치 등의 구체적 명칭으로 이야기되는 경우도 있다. 도망갈 때 그린 그림도 당나귀나 말과 같은 탈것 이외에도, 금강산의 풍경과 암자 하나를 그린 뒤, 구경 간다면서 암자의 문을 열고 들어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 설화의 주인공은 도술을 부리는 이인으로서, 그는 친구나 이웃 사람을 도술로 도와 가난을 면하게 하고 자기에게 닥친 위기도 도술을 통해서 벗어나는데, 이와 같이 도인이 그린 그림이나 신기한 현상을 볼 수 있는 그림에 관한 유사한 설화들도 여러 편 있다.
그림 속에 그려진 여인이 나와 말을 하거나 술을 따르는 경우, 새소리 등이 나는 경우, 서광이 비치는 글씨, 날아가 버린 비자(飛字) 글씨 등이 그러한 예화들이다.
이 유형의 설화는 민간에 널리 전해지고 있는 도가적 전통을 이은 이인 이야기의 맥을 잇는 것으로, 도술적 경합을 보이는 나머지 다른 설화나 소설의 형성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들은 도술담으로 분류할 수 있는 설화 유형군을 형성하고 있어서, 우리 설화문학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