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후 권좌에 오른 김정일(金正日)도 주체사상에 기초한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체사상은 계속 북한체제의 지도이념으로 기능하고 있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규약과 헌법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당과 국가활동의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당규약 전문에는 “조선노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주체사상, 혁명사상에 의해 지도된다”고 되어 있으며, 1992년 4월 개정된 헌법 제3조에는 “조선노동당의 주체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보아 김일성 주체사상은 북한의 혁명과 건설의 지도이념으로서 대내외 및 대남면에서 상이한 기능을 현실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주체’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이며 이른바 주체사상으로 이론적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1970년대 초반이었다. 김일성이 주체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1955년 12월 28일 개최된 당 선전선동원대회에서 한 ‘사상사업에서 교조주의와 형식주의를 퇴지치고 주체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연설이다.
당시 김일성이 당 사업에서 주체확립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는 전후복구사업을 추진하는 시기에 당내 반대파들의 도전으로 여러 분야에 대한 정책을 수립 집행해나가는 데서 심각한 진통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1950년대 중반 이후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우익적 기회주의 또는 좌익적 모험주의라는 종파분자로 낙인찍고 주체가 결여되었다고 하면서 숙청을 단행하였다. 즉, 김일성은 권력투쟁을 이념투쟁으로 분식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처음에는 사상에서의 주체확립 문제만 거론하다가 뒤에는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 등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해나갔다. 특히, 중·소간의 이념분쟁의 격화를 계기로 해서는 대외관계면에서의 명분으로도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이 이념·정치·경제·군사 및 외교 등 모든 영역을 망라하여 주체사상의 내용으로 체계화하고 이론화한 것은 1970년의 제5차 당대회에서이며 1972년 제정된 헌법에는 주체사상이 공식 통치이데올로기로 규정되어 있다.
김정일은 일찍이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 정식화하고 더욱 발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노동신문≫에 <사회주의는 과학이다>(1994.11.4.)·<붉은 기를 높이 들자>(1955.8.28.) 등을 발표하고 그의 통치이념을 주체사상의 발전된 형태라고 토까지 달고 있는 실정이다.
1970년대 주체사상이란 말을 처음 사용할 때, 그 내용에 대해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철학적 원리에 기초한 사상이라고 하였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이란 한마디로 말하여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은 인민대중에게 있다는 사상이다.”라고 말하였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대하여 혁명과 건설에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는 것, 즉 자주적 입장과 창조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을 요구하는 사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는 지도적 지침은 ‘사상에서 주체, 정치에서 자주, 경제에서 자립, 국방에서 자위’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창조적 입장을 견지하는 지도적 지침은 인민대중에 의지하는 방법과 실정에 맞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1970년대 말까지는 주체사상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다른 것이 없으며 다만 그것을 북한의 현실에 창조적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주체사상에 사회정치적 생명체 이론을 추구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능가하는 사상이라고까지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김일성은 주체사상이란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도 인민대중에게 있다는 사상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서의 인민대중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며, 또 인민대중의 힘에 의해서 추동된다는 혁명과 건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김일성이 말하는 인민대중이란 모든 공민의 총칭이 아니라 인민일 수 있는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민일 수 없는 사람들은 인민대중의 범주에 속할 수 없으며 이들은 당연히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도 될 수 없는 것이다. 요컨대 인민대중은 혁명을 일으켜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인민대중이 혁명을 일으켜야 하는 이유는 “자기의 자주성을 실현하자는 데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자주적으로 살려는 자기의 요구가 실현되지 못하거나 그 실현이 억제되는 데 있다.”고 한다.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 혁명인데, 이 혁명은 “인민대중에게 자연과 사회의 주인으로서 자주적으로 살려는 요구와 지향이 있고 그 실현을 방해하는 반동계급과 낡은 사회, 낡은 사상, 낡은 기술, 낡은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주체사상에서 말하는 인민대중이란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말하는 피지배계급, 피착취계급이며 프롤레타리아계급이다.
이들이 전개하는 혁명은 공산혁명임에 틀림없다. 또한 주체사상은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체이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단순히 자기 운명을 자주적, 창조적으로 개척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수령의 올바른 영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 주체 확립에서 핵이 된다고 하며 김일성 유일사상하에서의 독재체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김일성 주체사상은 김정일에 의해서 더욱 극치에 이른다.
즉, 김정일은 “인민대중은 당의 영도 밑에 수령을 중심으로 조직 사상적으로 결속됨으로써 영생하는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룰 때 역사의 자주적인 주체가 된다.”고 주장하였는가 하면 “혁명의 주체는 다름 아닌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라고 말하였다. 주체사상은 심지어 혈연론으로까지 발전하는 결과가 되어 김일성-김정일의 부자세습체제를 정당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