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활동은 간단히 ‘농활’이라고도 불리운다.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으로서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1920년대 농촌계몽운동, 1930년대의 브나로드운동 등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농촌활동은 1940∼1950년대의 단절기를 거쳐 1960년대 초 향토개척단 운동으로 다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농촌활동은 ‘농촌봉사활동’으로 불려졌으며 계몽 · 봉사적 성격이 강하였다.
농촌봉사활동은 유신체제 시기부터 계몽 내지 봉사 활동을 너머 농촌사회의 구조적 변혁을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때부터 용어도 ‘농촌봉사활동’에서 ‘봉사’라는 말이 빠져 ‘농촌활동’으로 바뀌었다.
서울대학교의 학생단체가 펴내었던 『자유언론』 제26호에는 농촌활동을 ‘농촌현장에 들어가 농민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모순의 척결을 지향하는 집단적이며 의식적인 활동.’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정의는 널리 통용되어 왔다.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이 농촌활동으로 바뀌면서 농촌활동을 둘러싸고 정부 · 마을유지 · 농민단체 · 학생회 · 대학당국 등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다. 특히 제5공화국 정부는 1983년부터 대학생 농촌활동을 농민의식화 활동이라는 이유로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정부와 함께 마을이장이나 유지들도 학생들의 농촌활동을 방해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농촌 마을에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학생들이 들어간 마을에서도 경찰들이 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등 농촌활동을 둘러싼 갈등은 빈번히 발생하였다.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농촌활동은 매년 이어졌다. 1984년 학원자율화조치가 실시되면서 농촌활동 참가자는 급증하였다. 특히 정부가 농촌활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1988년부터는 한 해에 수만명의 대학생이 농촌활동에 참가하였다.
대학생의 농촌활동은 1980년대와 1990년대로 대별해 볼 수 있다. 1980년대 대학생 농촌활동은 농민을 의식화시켜 농민운동에 참가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었다.
학생들은 보통 농촌활동을 출발하기 전에 농촌문제에 대한 세미나를 한다. 이 세미나를 통해 학생들은 농민들을 의식화시키는 데 필요한 공부를 한다.
마을에 도착하여 ‘근로활동’과 ‘분반활동’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근로활동은 대학생들이 농민과 함께 농장에 나가서 농사일을 돕는 것을 말한다. 분반활동은 주민들의 연령과 성별에 따라 ‘청장년반’, ‘여성농민반’, ‘학생반’, ‘아동반’ 등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1987년 이후 농촌활동은 민주화의 영향을 받아 광범한 조직 기반을 갖게 되었다. 6월 항쟁 이후 농민들의 ‘전국농민단체연합(전농)’과 대학생들의 ‘전국대학생대표협의회(전대협)’이라는 전국조직이 만들어졌다.
이 두 단체는 대학생 농촌활동을 농민운동과 학생운동의 연대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전국농민단체연합과 전국대학생대표협의회의 연계 덕분에 농촌활동의 참가인원이나 대상마을이 크게 늘어났다.
전국농민단체연합의 등장이 말해주듯이 1980년대 후반에 농민운동은 한국 사회의 주요한 사회운동 가운데 하나로 성장하였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대학생들이 농민들을 의식화시켜 농민운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의식화 전략은 농민운동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농촌활동은 농촌 일손 돕기와 학생들의 사회체험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농촌활동은 1990년대 들어서도 여전히 대표적인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이 되었다. 1993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주도한 여름 농촌활동에는 전국 142개 대학에서 사상최대 규모인 6만여명 학생이 참가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학생들은 학생과 농민들간의 참된 이해 증진을 목표로 삼는 ‘대중농촌활동’, ‘생활농촌활동’이라는 모토를 내걸게 되었다. 학생들은 농사일을 직접 체험하고, 땀의 소중함을 농민들에게서 배우는 기회로 생각하게 되었다.
농촌봉사활동의 내용도 다양화하고 있다. ‘환경농촌활동’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여름 농촌활동기간 중 골프장이나 폐기물 소각장 ·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환경문제가 심각한 지역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해외농촌활동’에도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태평양 아시아 청년봉사단’의 활동을 들 수 있다. 참가자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7개 나라에서 농촌일손돕기를 하고 있다.
농촌활동이 대중화되고 성격도 일손 돕기나 현장체험 형태로 되면서 대학당국의 태도가 급변하고 있다. 예컨대 여러 대학들이 대학생들의 농촌활동에 대해 학점을 인정하고 있다.
부산 소재 동의대학교와 전북 소재 원광대학교가 1996년 7월 처음으로 농촌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2학점을 인정해 주기로 하였고, 한양대학교도 ‘사회봉사’ 과목을 개설하고 이 중 하나로서 농어촌봉사활동을 포함시켰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농촌활동 이외의 봉사활동이 증가하고 농촌활동은 감소 추세이다. 총학생회 선거 공약으로 농촌활동 폐지 항목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1995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온 한 후보는 ‘농촌활동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